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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혼 해야 할까요?


BY 금이 2003-08-31


저 결혼식 한달 앞두고 있는 예비신부입니다.

시어머니 되실 분이 건강상 문제가 계시기 때문에 상견례를 한지는 얼마 안되었지만

식을 서두시는 바람에 급히 결혼날자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서두르는 집인데도 우리집과 저에게 자꾸 태클을 걸어 오네요.

 

시어머니의 병원비가 기둥뿌리 다 뽑았다는 표현을 쓸정도로 많이 들었다는 남친의

얘기를 듣고 우리 부모님께서는 양가 서로 부담주지 말고 저희 식으로 간소하게

식을 올리란 말씀을 하셨습니다.

남친도 시집에서 어차피 집과 패물등 저에게 기본적인것도 해줄 형평이 안되니

모든걸 생략하고 커플링과 예복으로 서로 정장 한벌씩 해주고 나머지는

신혼집 구하는데 보태자고 하더라구요.

 

저도 살면서 하나씩 늘리는 재미도 있겠다 싶어서 그러기로 합의를 보았지요.

그런데 지지난주에 갑자기 남친의 형님내외가 저의 부모님을 만나자고 연락하더라구요.

엄밀히 따지면 남친의 형수가 말입니다.

남친한테 물었더니 시어머니의 건강이 않좋으니 결혼준비는 당연히 맏며느리인

본인이 나서서 하는게 마땅하다며 뵙고 상의좀 드릴까 해서 그런다나요.

 

그래서 지지난주 모 커피숖에서 2차 회담(시어른 제외한 상견례)을 갖게 됐습니다.

한데 처음 상견례자리에선 본인이 무슨 가게를 한다며 빠졌기 때문에 저도 정식으론

그날 처음 만난건데 저희 부모님과 저는 깜짝 놀라고 당황해서 뒤로 넘어가는줄

알았습니다.

 

키도 한 155Cm쯤 되려나, 작고 외소한데 가슴이 풍만한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사돈되실 분들 만나는 자리인데 마릴린 먼로가 입었던 바람불어 '빤쮸'

보이기 일보직전에 찍었던 사진속의 그 복장을,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어

물잔 들려고 약간만 숙여도 가슴의 계곡이 훤히 보일 나시 원피스를 입고

등장하시는 겁니다.  

 

그날 그쪽에서 요구하던 회담의 요는 그래도 한번하는 결혼식인데

기본적인건 서로 주고 받아야 한다.....뭐 대충 그런내용이었습니다.

민망해서 저희 아빠는 천정만 주시하시고 엄마는 물만 몇잔 연거푸 드시고,

저와 남친은 표정관리 하느라 진땀빼고.....

 

그후로 이 형수라는 사람은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엽기녀가 되더라구요.

저희 부모님은 그래도 막내아들 장가보낼 형편은 되는가보다, 아니면

그래도 아들 결혼식인데 어려워도 뭐 구색은 맞추려고 하시나보다..그렇게

생각하시고 예단부터 준비를해서 보냈지요.

 

보통 예단은 300에서 500마넌정도 보내지 않나요?

저는 은수저 각 한벌과  시어르신 반상기에 쌀넣고 사주단자(맞나? 생년월일, 태시쓴거요)

그리고 돌려받지 않겠다고 전하시라면서 500마넌 넣어 남친과 같이가서 절하고

드렸습니다.

그런데 받으실땐 아무소리 안하시더니 저 집에 돌아온후 얼마안되서 그 형수란 작자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예단을 다시 가져가라고요.

예단비가 부족할껏 같다며 말끝을 흐리는데 그냥 아빠를 바꿔드렸지요.(솔직히 형수가

약간 표독스런 인상이고 말투가 냉랭해 무서워서)

 

아빠는 남친한테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사주단자랑 모두 챙겨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알고보니 그때까지도 남친은 영문을 몰라했는데 시어머니와 다른가족은 갑자기

편찬으신 어머닐 모시고 병원에 가셨고 그사이 형수가 예단을 살펴본뒤 벌린 일이란것을요.

 

저희아빠 이유야 어떻든 그런집에 출가를 안시킨다고 노발대발 하셨고 엄마도 시어머니

께서 건강치 못한건 어쩔 수 없지만 딸가진 입장에서 저 고생한다고 몇년더 교제후

결혼하라고 처음엔 무지 말리시던걸 남친성실하고 시어른들 간청으로 결정하셨던건데...

 

그 담날 남친네 부모님, 불편하신 몸으로 제가 출근한사이 다녀가셨다는군요.

남친도 조퇴까지 해서 부모님과 함께 와서 무릎꿇고, 시아버님은 막내며느리 만큼은

살갑게 시장도 데리고 다니면서 떡볶이도 사주고 그렇게 가까운 고부로 살고 싶으시다며

많은 얘기 끝에 설득을 하고 돌아가셨나 봅니다.

 

전 그일로 끝난줄 알았어요.

하지만 이건 아직 저희 부모님한테도 말씀을 못드리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다고...에구ㅠㅠ

 

며칠전 패물하러 가자며 또 형수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저희 엄마가 남친패물이랑 엄마 아는 곳에서 남친과 함께 하라고 시어머니가 말씀

끝내셨다고 하니까 자기 결혼할 당시 그만큼만 똑같이 하라시며 둘이 같이 가라고 번복을

하셨다는 거예요. 그러더니 저한테 일방적으로 어디로 몇시까지 오라하고 끊더라구요.

 

남친한테만 말하구 약속장소 가서 기다리는데 길바닥에서 2시간 기다리다가

바람맞았습니다. 가르쳐준 핸드폰은 되지도 않고 남친은 여기저기 연락하다 그냥

가라하고.

어제 다시 전화왔는데 미안하다고 사과는 커녕 변명도 않은체 일방적으로 또 약속을

잡더라구요. 그래서 회사에 미리 조퇴계를 못내면 함부로 외출할 수 없다, 전번에도

상사들 눈치보며 어렵게 나갔던거라 안된다 했더니 말이 많다면서 시간,장소 말하고

10분기다리다 안오면 간다고 끊어버렸습니다.

 

남친한테 당신네 형수 이해가 안되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그 패물이란거 의미만 있으면 되는거고 욕심도 없으니까 이제라도 간소하게

한다고 부모님께 다시 말해보자고도 했습니다. 내가 해달라는것도 아닌데

상황이 이런식으로 복잡해지는건 피곤해서 더욱 싫었습니다.

남친은 속상해도 한번만 넘기자고  위로하며 저의 눈칠보느라 바쁘고 그모습 불쌍합니다. 

 

토요일이니까 오전근무 끝내고 가도 될텐데 굳이 오전에 약속을 잡을건 뭐람.

10시에 만나잔 사람이 쪼금만 쪼금만 하며 기다리게 만들더니 결국 12시 다되어

나타나서 점심먹자고 지하상가 분식점가서 쫄면2그릇 일방적으로 시켜놓고 나가더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탱탱불은 쫄면 맛도 못보고 행방불명 된사람 찾아 헤매다가 남친불러 찾아 헤매다가

시댁될 집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주말이라 식구들이 다 있었는데 남친이 사건을 얘기하니 시어머니는 그런적

없다시며, 그래서 낮에 남친이 부탁하더라고 가져다 준다며 패물할 돈을 가져갔나보다

하십니다. 왜 그랬을까요? 제가 싫은걸까요??

남친의 형은 낮에 자기처와 통화할때 그럼 옆에 있었느냐고 묻는데 내가 그여자

통화하는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다아나? 누군지 몰라도 핸드폰가지고 나가서

안들어 왔다니까 낮에 우리 결혼준비하는 문제로 언성높여 다퉜다고 시어머니가

그러시더라구요.

남친의 형은 얼굴까지 상기되어서 씩씩거리며 왜 지금 결혼은 한다고 해서 지랄이냐며

성질을 내더니 문닫고 나가버리는데 전 앉아야 할지 서야할지도 모르게 시종

출입문옆에서 죄지은 사람마냥 듣고있다가 눈물이 쏟아지는 통에 인사도 못하고 그집을

나와버렸습니다. 

사실 너무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나오긴 했는데 끝까지 쫒아오는 남친이

무슨 소릴 하는지 하나도 귀에 안들어 오더라구요.

내가 결혼을 하자고 한것도 아니고 뭘 해달라고 한것도 아니도 그 싸이코같은 여자한테

당한것도  어이가 없는데 적반하장이지.

남친성격이 여태 교제하면서 거의 화내는 모습한번 없었을 정도에 운전하면 성격나온다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욕한번 안하는것과 술마셔도 흐트러짐 한번 없이 저 챙김또한

열성적이라 불만이 없는데  결혼하면 당연히 형제가 부딪힐테고 그 형수 성격에

조용히 넘어갈 일이 없을게 불보듯 뻔하니 그렇다고 저로인해 왕래가 없는 모양새는

제가 생각했던 결혼생활도 아니라 속상하고 갈등생깁니다.

 

우리 부모님께서 이사실을 알면 또 난니가 날꺼라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남친은 자기가 나서서 다 할테니 말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낮에 그 짧은 시간동안 몇십분 얘기한 내용도 이번 명절땐 와서 일을 거들어라.

결혼후엔 자기가 시어른을 모시고 있긴 하지만 가게가 바쁘니 일주일에 한번씩

들러서 식사도 챙기고 도우미 아줌마는 일당3만원이면 되니까 한달에 한번은 장식장

안의 그릇들과 커텐걷어 빨고 청소도 해라, 시집을 오면 당연히 친정은 잊는거니 왕래마라/

시집식구가 되는거니까 자꾸 시키기 전에  일도 알아서 해버릇 해야한다. ////

 

동서 시집살이가 더 무섭다더니 노모 봉양보다도 동서시어머니를 맞는것만 같고

부업으로 어디 파출부로 고용된 이 더러운 기분때문에 집으로 귀가하기 전까지

저의 기분 풀어준다고 남친이 떠든 몇시간 동안의 얘기들이 거의 기억나지 않습니다.

 

여기 글올린 사연중에 /결혼은 가족이랑 하는거다/맞나? 라고 쓴걸 읽은적이

있었습니다.  것두 살아보신 분이 얘기 하신거니까 검증된 말인데 제가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결혼에 관한 얘기들은 모두 남일 같지가 않습니다.

 

남친이 얼마나 중립을 지키고 언덕이 되어줄지는 모르겠지만 만만치 않은 동서자리에

벌써부터 기죽고 우울해지니 한숨만 쉬게 됩니다.

 

남친이 시어머니께 물어봤더니 그 형수 결혼할 당시가 10년 전인데 예단비만 150만원

보냈다네요.  거기다가 딸8명의 7째라 형편이 안되어서 이불보따리에 자기들 부부

반상기set와 tv가 혼수의 전부였다고. 그게 불쌍해서 데리고 산 동기고 본인 자격지심에

패물도 다이아 해준다는거 마다하고 금쌍가락지 하나만 해달라는걸 어머님이

금set와 막패물 몇개 해주셨다고 하네요.   그럼 나도 자기랑 똑같이 한다는게 그거였나?

 

신혼집도 저희 부모님은 모르고 계시는데 남친이 번돈중에 일부는 어머니 병원비로

다 쓰고 800만원 있다길래 대출을 천만원 받아 전세를 얻었습니다.

결혼해서 갚으려면 계속 맞벌일 해야할 형편이고 남친은 공무원이라 아주 박봉인데다

지금도 꽉찬 나이로 두사람이 이제 시작하면 언제 형편이 풀리고 안정이 될지걱정입니다.

 

어머니 병명도 자궁암에 중풍에 당뇨합병증 까지 겹쳐서 한번 입원하면 하루에

백만원도 우습다는데 막상 결혼하면 자식이니까 나몰라라 할 수 없는 일일테구요.

 

저한테 아빠가 알아서 관리하라고 주신 6천만원이 있긴한데 남친한테도 말은 안했지만

그걸로 혼수 장만하고 남은건 엄마께 드릴려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시어머니 병원비에

보태시라고 드리는게 날까요? 

남친이 대출받겠다고 했을때도 자존심 상해할까봐 말못한 부분도 있지만

나중에 어떤 상황으로 저한테 기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을 안한것도 있거든요.

 

제가 나이먹은 노처녀가 맞긴 맞나봅니다.

이런걸 따지는걸 보면....휴....

남친의 형수를 만나기 위해 나가던 그 두번 모두 청심환을 먹고 나갈 정도였는데

답답합니다.

남친이 잘못한것도 아닌데 형수로 인해 스트레스 대상이 되는 남친도 불쌍하고

아직 결혼생활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해보지도 않고 이런일로 고민하고

있으니....

경우따지며 말끝마다 경우, 경우, 외쳐대는 그 엽기녀는 몰상식하기만 하고...

 

결혼을 미루자고 해야할까요?

아님 형수때문에 못한다고 해야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