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다른 전쟁터에 비해 몸편하고 맘편한 직장에 다니고 있어요.
비전도 없고, 월급도 그저그렇지만 결혼한 여자로써 몸 담기 편한 직장이기에 5년을 버텼답니다.
하지만 이제 임신중반기를 넘어가고 고민이 되더군요.
그만 둘지, 계속다닐지, 다른 부서로 옮길지....
사실 전문비서직이라 배가 많이 부르면 일 하기도 여의치 않고, 출산휴가 기간동안 자릴 매꿔줄 마땅한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 많은 여비서들이 퇴직을 했었습니다.
저 역시 퇴직을 생각하고 있었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남편월급으로 저축은 못해도 생활은 할 수 있기에 아가가 3살정도 되면 그때 다른 일을 찾아보면 되지 하고 집안일과 아가에게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물론 친정 부모님께 아가를 맡겨 볼까 생각도 했지만 부모님 고생하실까봐 걱정도 되었구, 아이한테 뭐니뭐니 해도 엄마가 최고이고, 저 또한 하나만 낳을 생각이기에 최선을 다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생각은 조금 다르더군요.
아이에게 모든 걸 희생하며, 아이 위주로 사는걸 원하지 않고,
쪼들린 생활보단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더라도 맞벌이 하며 조금 넉넉하게 살면서 얼른 돈 을 모으는 윤택한 삶이 좋다....
그리고 집에서 살림만 하면서 사소한 거에 집착하고, 가사와 육아에 치여서 스트레스 받는 제가 싫다구요....
다행히 가까이에 친정 부모님께서 살고 계시니 아이를 맡기고, 제 월급으로 친정부모님 생활비를 드리는게 친정부모님을 위해서도 좋은거 같다구...
첨엔 제 회사 사정은 잘 모르면서 쉽게 말하는 남편이 야속하고, 서운 했지만 생각해 보니 기특하기도 했습니다. 딸 셋에 막내사위가 그래도 친정부모님 생각하는거 같아서요...
신랑 월급이 넉넉하면 친정부모님 생활비며 용돈을 넉넉히 드렸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가 않으니까 그래도 생각해 낸게 제가 아이양육비 차원으로 월 백만원씩이라도 부모님께 드리면 아이보시느라 고생은 되시겠지만 생활비 걱정도 줄어들고, 또 하루종일 두 분 특별히 하실 일도 없으신데 아이라도 보면 그래도 좀 생활에 활력도 생기고.....
(다행인건 시댁이 그나마 잘 사니 저희가 시댁 생활비까지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회사사정이 여의치가 않네요....
이렇게 눈치보면서 앞으로 다녀야 하는건지...
다른건 다 뒤로 한채 생각했습니다.
눈치보며 왕따 당해도 좋다...나 하나 희생하면 우리 부모님 생활비도 드리고, 또 저축도 계속 하면서 살림도 늘릴수 있고....돈 벌기 위해 참고 다니자...그 놈의 돈.돈.돈....
우리 생활만 딸린 일이라면 당장이라도 때려치고 싶지만 친정부모님 생계도 딸려 있다고 생각하니 도저히 그만둘수가 없네요...
하지만 임신중인 지금도 잠이 모자라 늘 피곤하고, 지칩니다. 회사생활도 힘들고...
근데 출산후에 아이와 주말관계로 지낼수도 없고, 퇴근후에라도 집에 데려와 함께 살 부비며 잠이라도 자야할텐데 걱정입니다.
밤에 안자고 보채는 아이땜에 잠 한숨 못자고, 며느리,딸,아내,엄마,직장인 노릇 하다 1,2년 못 버티고 그만두는 사람들 많이 봤거든요.
그럴봐엔 눈치보며 1,2년 더 견디고, 몸 축나고, 아이한테 충실하지 못하는것 보다 아예 지금 그만 두는게 났지 않을까?.....
직장 맘들....조언 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