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네시반. 이제야 두 아들내미녀석이 동시에 잠들고 나만의 시간이 왔네요. 아침 여덟시. 남편 출근하고 작은녀석(8개월) 일어나기 전에 고프지도 않은 아침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데 애앵 날 찾느라 울며 거실을 기어나오는 작은녀석. 잠깐 보행기에 태우고 마저 밥을 먹으려니 큰녀석(세살)이 일어나 밥,밥 하네요. 형 밥챙겨주고 동생도 죽 좀 먹이고.... 마저 내 밥을 먹으려니 형이 동생을 밀치고 울리고... 아침부터 혼날래? 버럭버럭 소릴질렀더니 밥맛도 없고 그래도 젖먹이는 몸이라 억지로 한그릇 때움. 컸다고 티비를 혼자 켜선 입을 헤 벌리고 내가 너무도 싫어하는 표정과 폼으로 티비삼매경에 빠졌네요.양치좀 하려는데 작은놈 형한테 밀려 또 우는소리. 열시정도 되니 할머니가 봐주시는 큰아이 또래목소리가 나길래 친구나왔다. 빨리 나가 봐. 나가노는 걸 너무도 좋아하는 녀석이 잠깐 티비좀 보고.. 하며 뜸을 들이네요.친구가버린다 빨리. 놀이터가보면 아직은 혼자놀기 위험한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죠.놀다 서로 싸울까도 걱정이고. 하지만 한번두번 혼자내보내기 시작하니 나도 간이 커지나봐요.불안해서 자꾸 창문에 서성이긴 하지만 감기걸린 동생까지 데리고 따라다니기도 힘들고.
형아나가고 보니 식탁위엔 아침먹은 반찬통이 뚜껑도 닫히지 않은채 엉망입니다. 설거지 좀 하려했더니 엄마의 대왕껌(아빠도 없어요.오직엄마만 찾는 작은아이 별명)이 다리에 매달려 칭얼칭얼. 설거지 포기하고 안고 놀아주다 혼자놀려는 기미보여 빨래삶으려고 세탁실에 있었더니 어느새 기어옵니다. 기어나오려 해서 문을 닫아버리면 울음으로 끝장보는 녀석. 빨래잠깐하는데 고무장갑을 다섯번은 벗었다 꼈다했는데 아직도 못했네요.
조금있으니 큰 돌멩이를 대여섯개 들고 형아가 나타납니다. 소매로 콧물을 훔쳐서 양볼이 얼룩덜룩 반질반질. 넘어졌는지 뺨이랑 콧잔등이 긁히고 온몸이 모래투성이. 씻기고 점심먹이고 돌아선순간 보행기로 달려온 동생이 유리그릇을 잡아당겨 박살. 으후.유리가루가 얼마나 위험한데.. 물묻힌 화장지로 닦고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정신없이 치우고 잠깐 돌아서면 또 작은애 울음소리. 아 돈다 돌아.
나도 밥먹고 편하게 차랑 과일도 먹고 싶다. 컴퓨터로 정보좀 볼까하면 노래틀어달라고 형이 매달리고 동생은 마우스 덮치고. 운동좋아하던 나 헬스크럽도 다니고 싶다. 좋아하던 영화도 보고싶고 인터넷 뒤져서 여행도 하고싶고.문화센터 가서 꽂꽂이랑 요리도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게 이리도 많은데 그러고 보니 저녁때가 다 되어가는 이시간에 머리도 못감고 세수도 못했다. 아..사는게 너무도 고달프구나. 모두 애 키울땐 정신없다고 하지만 나처럼 힘든사람 있을까. 내년 삼월되면 형아 어린이집 가고 동생 걸음마 좀 하면 나도 사는것처럼 살수 있겠지. 조금만 참자. 나의 사랑스런 족쇄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