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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말 속상해요.


BY 만삭 2003-10-10

없이 살았지만 화목했던 집의 장녀!

아버지는 대학교 1학년때 돌아가시고  어려서부터 엄마랑 저는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며 잘 지냈죠.

그리고 동생들보다 저에게 기대가 더 많으신 엄마였어요.

 

졸업하고 괜찮은 직장생활 7년,   엄마가 썩 괜찮아하지 않는 돈많이 못벌고 집안도 별로인 남자랑 5년 연애끝에 결혼을 했어요. 지금은 출산예정일 열흘정도 남겨두고 있는 주부에요.

직장생활을 계속하려했는데 아기가 생겨서 연초에 그만뒀죠.

 

직장생활 할땐 시부모님 친정엄마께 매달 용돈도 드리고 그랬지만 얼마안돼는 남편 월급으로 생활하려니 마음처럼 부모님들 용돈드리고 하는일이 안돼드라고요...

 

엄마도 어려서부터 고생많이하신분이거든요. 외롭게 사시면서 한번씩 전화하시면 시부모님께 잘해라(참고로 전 시부모님이랑 같이살아요) 오늘은 이런 속상한 일이 있었다 하시면서

이야길 자주하는 편이었어요.

 

몇일뒤면 엄마가 다니시던 직장을 그만 둬야한데요. 다행히 몇달 전 남동생이 괜찮은 곳에 취직을 해서 다달이 엄마께 돈도 부칠 수 있게 됐어요. 여동생도 시집갈 만큼은 벌어놓은 상태고요.(저도 제가 벌어서 시집오고 엄마께 천만원넘게 남겨드리고 왔어요.)

 

자식들에게 심한 부담을 주거나 하는 엄마는 아니지만 한번씩 서운한 마음이 들때가 있어요.

오늘처럼요. 직장을 그만 두게 됐다시면서 다달이 남동생얼마 여동생얼마 저 10만원 이렇게 받아서 쓰시겠다네요. 그런데 제가 10만원 드리겠단 말을 못했어요. 엄마는 그냥 말이라도 그러길 바라셨겠지만 사실 전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자신없다." 대답을 하는데 어찌나 목이 메이던지... 엄마도 어이없어하시고  저는 속상해서 소리죽여 울고...

이달에 아기 태어나면 돈이 얼마나 들어갈지도 모르고 지금도 그리 넉넉한 살림은 아니거든요.  무책임하지만 말이라도 그런다고 그럴걸 그랬나요?

전화하는 옆에서 여동생은 쓸데없는 말한다고 엄마한테 머라그러고...

 

속상해서 울었어요. 엄마한테 표시안나게 하려고 소리죽였지만...

 

오늘 마침 남편도 늦게 온다고 혼자있어서 그런지 더 서럽고 눈물이 주룩주룩흐르데요.

 

돈 못버는 남편을 원망할 수도 없고 엄마를 원망할 수도 없고 결혼한 걸 후회할 수도 없고...

 

누구한테 하소연 할데가 없어 여기서 속풀이 합니다.

 

우리 아기 열흘뒤면 태어날텐데 엄마가 계속울어서 울보 나오겠어요.

 

주저리 주저리 긴글 읽어주시느라 수고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