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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에 가겠다는 울 아들


BY 해바라기 2003-12-05

어제 전 7살난 울 아들과 전쟁을 치렀습니다.

최근 들어 자기 고집이 너무 세고, 매사가 실수 연발입니다.

안 그래도 내년 입학생이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늘 불안한데..

울 아들 키는 7살 같지 않게 크고 몸은 나무젓가락 저리 가라입니다.

평소에 너무 여린 성격으로 눈물을 달고 다닙니다.

심지어는 드라마를 보다가 대성통곡을 합니다.

왜 우냐고 물으면 그냥 맘이 슬프다네요.

언제나 애정표현도 잘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습관처럼 하는 아입니다.

그렇게 마냥 천사 같고 예쁜 아들입니다.

워낙 겁이 많아 제가 손을 뻗을라치면 재빨리 막는

시늉을 합니다.

평상시에 매맞는 아이처럼 그래서 누명아닌 누명도 많이

당했어요.

그런데 전 애를 잘 안때립니다. 매라도 들으면

파랗게 질리고 얼굴엔 공포가 깃들어 있을 정도니까.

그리고 아직 어리지만 걔도 인격체인데

왠만하면 대화로 해결할려고 노력했습니다.

근데, 최근들어 아들 초등학교 보낼려고 하니 걱정이

너무 앞서는 거에요.

그리고 주위에서도 딸보다 아들이 더 신경을 써인다느니,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느니...

울 아들이 아직 지 또래에 비해 논리적으로 의사전달을

못하는 편이고, 태권도를 배우지만, 늘 맞고 다닙니다.

아무리 약한 아이가 절 때려도 그저 허리에 손을 얹고

고함한번 지르면 끝입니다.

저 스스로가 잘 해결해 나갈 정도로 좀 당찬 구석이

있으면 걱정이 덜 할텐데.

정말 세상모르는 천상 어린애입니다.

그런 울 아들이 최근 들어 더욱 덤벙대고,

자기 물건도 못챙기고, 유치원에선 선생님 말씀보다

자기 하고싶은대로 하니 그런 모습을 보니, 초등학교

생활은 유치원과 다르고 더더구나, 선생님이 다 챙겨주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해야 하는데, 

더 답답하고 심지어 화도 나고 해서

어제 제가 엄마 말 안듣고 너 맘대로 하고 싶으면

엄마 아빠 없는 고아원에 가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안된다고 악을 서더니, 그새 옷을 주섬주섬

입고, 신발을 신고 나갑니다.

혹시나 해서 따라 나섰더니 정말 아파트 정문에 서서

경찰관 아저씨가 데려다 줄거라고 경찰차를 기다리고

있지 뭐예요?

너무 황당하고 그 야밤에 바람마저 쌩쌩 부는데

평상복에 조끼하나만 걸친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팔짝팔짝 뜀박질까지 하며..

그래서 밖은 추우니, 집안에서 기다리면 경찰관아저씨가

사이렌을 울리면 나가자고 해서 다시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엄마가 고아원가라 한것 미안하다

하고 다신 안그러마 다짐까지 하며 물었죠.

근데 너 왜 고아원에 가겠다고 나섰냐고 하니

아들 왈 가라해서 그랬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또 물었죠.

오늘 일로 엄마한테 할말이 없냐고 했더니.

한참 고민하다 하는 말이 "엄마 옷이랑 목걸이랑 반지가 이뻐요."

제가 할 말을 잃었습니다.

분명 속으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자꾸 엉뚱한 소리만 하고..

그 일 후로 전 제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7살난 아들 하나 다룰줄 모르는 엄마라는

자책감도 들고 아들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납니다.

괘씸하고 배신감도 들고. 어제 너무 화가 나

엄마라 부르지 말고 아줌마라고 불러라고 했더니,

정말 아줌마라고 부르더군요.

뭐 7살난 아들하고 난리냐고 하시겠지만,

너무 속상해서 만사가 귀챦아요.

지금도 울 아들 엄마가 아무 말도 안하니까

온 집안을 놀이터 삼아 동생이랑 잘 놀고 있습니다.

정말 정이 떨어질 것 같아요.

저도 제 맘을 모르겠어요.

애한테 말 걸기도 싫어요.

저 큰일 난 것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