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인데 남편이 늦는다.
남편은 토요일 휴무인데 특근수당을 준답시고 나가서 연락도 없다.
내가 거는 전화에도 시큰둥. 그냥 좀 바쁘단다.
남편의 병이 도진걸까.
어제도 노름을 해서 돈 좀 잃었다더니.
혹시 그 노름판이 어제에 이어서 오늘 이어진 건 아닌지 아침부터 의심이 많이 일었었다.
내 손에 닿지 않는 남편의 하루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가 학교에 다녀와 내어놓는 소식이
방송반에 떨어졌단다.
준비없이 방송반 원서를 내고, 또 필기 시험에선 나래이션이 뭔지도 몰라 헤매었단다.
그런데,
같은 반에서 매일 모든 시험에서 1등만 하는 아이는 방송반에도 붙었단다.
그냥 화가 났다. 무어라 꼭 집어 표현할 수 없는 종류의 기분 언잖음.
사실 나도 학창시절에 이렇다하게 짠하게 살았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왜 이리 자식농사엔 욕심이 앞서는지..
왜 맨날 1등하는 그 아이를 한번도 이기지 못하는지.
다음주 화요일이 학교에서 학력평가를 보는 날이다.
그 학력평가에서 우리 딸이 시험을 잘 볼런지...
내가 맞벌이이다 보니,
5학년 딸아이가 3학년짜리 아들을 거의 엄마 수준으로 돌보고,
나 없이 심심할까봐.
이 학원 저 학원으로 하루를 돌려댄 것이 너무 속이 상한다.
방송반에 붙은 아이들 이름을 물어보았다.
나는 한 동네여서 붙은 아이들 엄마들이 얼마나 학부모회에서 열심인지
얼마나 자식교육에 열성인지도 들어 알고 있다.
내가 전업주부이고,
그 엄마들처럼 딸을 조금만 더 써포트 해 주었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갑자기 아이들에게 긴장감을 조성시킨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다음 주에 시험보는 과목 문제집 다 가져와 하면서.
매일 하지도 않던 엄마노릇하려고 허둥지둥대는 나.
난나빠
맞벌이 환경에서 그래도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기특한 딸인데
이 환경에서도 이것저것 도전의식을 가지고 열심인 딸인데
늘 허허거리며 성격 좋게 잘 지내는 딸인데
엄마의 속좁음을 가르치려는 게 아니거든
지금이라도 좀 웃어보자. 이 나쁜 엄마인 나야.
이론상으론 되는데, 감정상으로 정리가 안 되는 엄마의 욕심.
자. 진정하시고. 심호흡하시고.
나보다 나은 딸인데.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자.
자기 푸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