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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의 아들타령


BY 휴~ 2003-12-09

오늘 올라온 글 중에 아들 타령하는 시모때문에 속상해하시는 분의 글을 읽고 그나마 나는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저희 시부모님의 아들 타령은 대놓고는 아니니까요.

저희 엄마는 딸 셋을 낳고 아들을 낳겠다고 하나 더 낳아서 딸 셋에 아들 하나를 두셨어요.

친할머니께선 오형제를 두시고 아빠가 막내신데다가 위로 큰아버지 댁들이 딸이 귀해서 저희 엄마가 딸을 셋 낳고 아들을 낳았어도 중간에 이 말, 저 말 하시지도 않았고 아들 낳았다고 특별히 좋아라 하시지도 않았데요.

문제는 엄마에게도 친정엄마인 외할머니였습니다.

둘째 딸을 낳았을때, 김치거리를 잔뜩 가져오셔서는 누워 있는 엄마에게 딸 놓구 뭐가 유세라구 누워있냐고 와서 다듬으라고 시키고 놀러 나가시기도 했다더군요. 셋째인 절 낳고는 아들 낳으라고 달달 볶았구요.

없는 살림에 아이를 넷씩이나 낳게 해놓구선, 후엔 저희 딸들이 중학교 갈때 왜 학교를 보내냐고 펄쩍 뛰기도 하셨지만 이 얘긴 아들 타령과는 별 관계가 없는것 같아요.

 

그렇게 당해서 속상했다는 엄마가 요즘 절 아주 미치게 만듭니다.

제가 딸 하나에 둘째가 임신 팔개월인데, 티비에서 아들 가진 집만 나와도 저와 연결시켜서 아들 타령을 하는 겁니다.

오늘도 미장원에 간 엄마를 찾아서 아이와 놀러 갔더니, 미장원에 온 할머니 한 분이 며느리가 둘째를 아들을 낳아서 심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고 어찌나 좋았던지 하며 자랑을 하시니, 그에 맞춰 절더러도 아들을 낳아야하는데 어쩌구 하며 피곤하게 하시더라구요.

제가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소리도 질러보고 성질도 부려보고 해봤지만, 술 한잔 들어갔다하면 앉은 자리에서 한 시간 이상씩 아들타령을 하시죠.

병원에선 아이가 자세가 아무래도 안나와서 성별이 안보인다고 하더라구요. 그랬더니 대뜸 딸이라 안보이나보다구(딸도 뱃속에서는 성기가 부풀어있어서 보인다고 알고 있거든요. 남자 아이 성기가 뱃속에서부터 발기된 것도 아니니 별 차이가 없을것 같은데) 하나 더 낳아야겠다구 하셨죠. 저는 별 관심도 없건만 병원에 따라가서 성별 확인한다고 하시질 않나.

친정엄마가 그러니 별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러지 않거든요.

엄마는 본인이 딸을 셋이나 낳았기 때문에 제가 딸만 둘 낳으면 엄마 닮아서 그런다고 시댁에서 흉볼까봐 걱정이라는 거에요.

남편은 둘째인데 형님댁에는 딸만 둘이고 더는 계획이 없어요. 요즘 세상에 딸만 둘이라고 하나더 낳으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분들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형님네는 당연히 딸만 둘 키울거에요. 시부모님도 그렇게 아시구요.

그런 점에서 엄마가 더 아들타령을 하시는거 같아요. 너까지 딸을 또 낳으면 무슨 면목으로 뵙겠냐는 거죠.

시부모님과 남편이 아들이기를 엄청 기대하는 것도 알지만 내 자식 내가 낳아서 내가 키우는 것이고, 50% 확율에 어떤 성별을 가진 아이가 내게 오는지를 선택할 수 있는 사항도 아니라 누가 뭐라하면 그러든지 말든지 하고 있는데, 친정엄마는 정도가 심해서 저를 아주 미칠 지경으로 몰고 가고 있어요.

며칠 전에는 한밤중에 남편과 한잔 하시며 또 절절이 아들타령이기에 소리소리 질러가며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부렸거든요. 그래서 안그러시겠지 했는데 소용이 없어요.

 

풀어놨더니 속이 좀 편하네요. 친정엄마의 아들 타령에 스트레스 받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겠죠? 아이 낳고 수술을 할까 말까(제왕절개라서...) 고민했더니 딸이면 하나 더 낳아야하는데 왜 수술을 하냐고 펄쩍 뛰시더라구요. 황당합니다. 이제 오십대 중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