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도, 그것도 더럽게도 나이 많은 유부녀와의 외도.
술, 주사, 왕자병, 흥청망청 저 자신만을 위한 지출.
너무 힘들었지요.
결정적으로 더러운 유부녀와의 관계가 밝혀져 별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남편을 어떻게 뿌리치지 못했는데 그게 임신이 되었나봅니다.
딸아이, 올해 초등학교 2학년, 10여년을 둘째를 갖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었는데,
번번히 실패했었는데, 몸이 이상해 확인해 봤더니 임신이랍니다.
하늘이 노랗습니다.
그렇게 원할땐 오지 않던 생명이 왜 지금 이 시점에.
어떻게 해야할지.
낳아서는 안된다.
바로 남편에게 전화했습니다. 임신 소식을 알렸죠.
남편은 떨리는 목소리로 저에게 고맙다고 하더군요.
전 복수하는 심정으로 너같은 더러운 새끼의 자식은 절대 낳지 않는다.라고 차갑게 잘라 말했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은 저에게찾아와 서럽게 울며 매달리더군요.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머리로는 이 아이를 낳으면 정말 내 인생은 이제 어떻게 되돌릴 수 없게
남은 기회를 잃게 된다라고 외칩니다. 독하게 맘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제 마음은 아이에 대한 집착, 벌써부터 아이에 대한 애정으로 괴롭습니다.
별거 몇 개월째, 남편을 개를 발로 차듯 뻥 쫓아냈을땐 속이 시원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저도 괴롭더군요.
무엇보다 아빠를 찾는 딸아이의 허전한 눈빛을 보는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딸과 함께 쓸쓸히 밥을 먹고, 둘이서 할인점을 가고, 아빠와 함께 쇼핑 나온 사람들 틈에서
위축되는 절 느낍니다.
하지만 남편의 더럽고 더러웠던 그 여자와의 행각이 순간순간 떠오르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배신에 몸부림치며 괴로워하는 절 봅니다.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고 있는걸까? 아님 빈 자리에 대한 허전함일까?
남편에게 너같이 더러운 새끼의 자식은 놓지 않을거라고 얘기했을땐 속이 좀 시원하기도 했었는데 죄책감에 너무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런 꽃뱀같은 더러운 여자와 놀아난 남편이 생각나면 가정이고 자식이고 다 포기해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내 소중한 아이, 더러운 기억으로 인해 가슴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그늘을 만들어줘도 되는지.
이 생명은 또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너무 힘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