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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왠지 모를 허무함이.


BY 울트라맨 2004-02-09

안녕하세요?  친정아빠 때문에 속이 좀 상해서요..
친정아빠는..  속된 말로 엄마, 큰언니, 저를 집에서 내쫓고(괴롭혀서..) 셋째동생마저 내쫓아
죽음으로 내몰고(장애아였어여) 지금은...  식물인간이 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괴롭힘을 당했던 저로서는 벌 받았다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알콜중독, 엄청난 폭력...  저희 막내남동생은 그나마 아빠를 불쌍히 여기지만 저희 딸들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막내동생이 군대가 있는 동안 막내동생을 봐서
제가 일주일에 두번씩 중환자실에 가서 씻겨드리고, 물품사다 놓고..  그러고 있죠.
제가 아빠를 미워하는 게 저얼대 죄책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저희를 괴롭히셨더랬죠.
지금 제가 결혼을 해서 4살짜리 딸아이가 있으니 더욱더 아빠가 이해가 안되더군요.
이렇게 예쁘고 여린 아이를...
근데 지금은 식물인간이 되어 제가 씻겨드리지 않으면 냄새나고, 더러운 그런 54세
무능력한(예전에도 무능력했지만) 노인이 되어 누워있습니다.
그런데 전 눈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모르는 중환자실 보호자들은 너무 착한 딸이라고
큰딸은 안그러던데 작은딸은 다르다고..  사위도 정말 착하다고..
그런 말 들으면서 머리감기고, 똥기저귀 치워드리고, 욕창 생긴 곳 상처 치료받는데..
공허한 우주에 혼자 덩그러니 떠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중2때 참다못한 엄마가 가출하고, 이혼하고..  그때부터 집안도 더 힘들어지고..
그렇게 가고 싶던 대학도 포기하고, 직장다니다 아빠한테 쫓겨나고.. 
많이많이 힘들었는데 지금 남편 만나서 재밌게 아주 행복하게(우리식구끼리만) 살고 있는데.
어제도 아빠를 보고, 냄새나는 똥기저귀를 치우면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옆에서는 저를 못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친할머니가 징징거리고 울고 계시고,
저희 애아빠는 연신 따뜻한 물 퍼나르고.. 
토요일에 방통대 영문과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직장후배들하고 파티도 했습니다.
노래방 가서..  울면서 아빠가 젤로 좋아했던 노래도 불렀습니다. 
물론 제 눈물은 아무도 못봤죠.  그 노래가 아빠가 좋아하는 노래라는 것도 아무도 모르죠.
근데 막상 가서 보면 불쌍하지도 않습니다.
나에게 그렇게 사람으로서 못할 말씀하신 할머니가 날 보고싶었다고 하는 걸 보고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너무 역겨웠습니다.
제가 참 나쁜 사람이죠?
저도 잘 알지만...  아니, 그래서 제가 더 힘든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직장에서..  제가 이런 생각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
없을거에요.
두서없이 이런 저런 말을 많이 했네요.  그냥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아서요.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