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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부숴 버린 놈


BY 타도하자 나쁜 놈 2004-04-27

결혼과 동시에 시작한 어설픈 장사는 채 몇달못가 내 전재산을 날려버렸고
방 한칸 구할돈 없는 그때 떠밀리듯 시고모님 집에 얹혀 살았다.
그 와중에 남편의 고질병인 디스크가 도져 집에서 한숨만 쉬며 방바닥을 지켰고
큰애를 임신한 나는 그 먹고싶던 사과 한조각 못사먹고 나 역시 세월을 죽이고 있었다.
어째어째 적금 들었던 천만원은 갑자기 남편이 주식투자 한다며 몇날 몇일을 나를
숨도 못쉬게 졸라선 결국 그나마 쥐고있던 그 돈마저 홀라당 날려 버렸다.
시고모님 시집에 하루도 맘 편할날 없던 난 인생의종착역이란 탄광촌 태백까지
흘러 들었다. 3살된 큰 아들 . 이제 겨우 두달된 딸을 안고
구비구비 넘기 힘든 그 많고 높은 재에  서러웠던 내 눈물을 뿌리며 사람살곳 못 된다는 태백에  내 여정을 풀었다.
단돈 100만원보증금에 월세 30만원하던 15평 아파트가 내가 지닌 모든 전재산을 털어넣은
유일한 내 쉼터였다. 우리는 더 이상 내려갈곳 없는 밑바닥에서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는
막다른 곳에서 열심히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 결과 우린 썩 좋은 집은 아니지만 우리집을 장만할수 있었다.

갖고싶던 넓은 땅에 조립식건물이지만 우리 네 식구 발뻗어 잠 잘수 있는

내 이름으로 된 내 집이다.
계획이 시작됐다. 꿈이 어쩜 현실이 될지 모른다.
눈을 뜨면 큰 창 가득 햇빛이 들어오고 하얀 대리석이 깔린 주방에서 나는 맛있는
찌개를 끓이면 남편은 예쁜 그림 가득한 아이 방에서 애를 깨우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안방은 어떤 벽지가 좋을까. 아들 방은 어떤 가구가 어울릴까. 딸아이의
 잠옷은 분홍빛이 세련된 캐릭터 잠옷이면 어떨까....


한번의 후회없이 이 집 리모델링을 맡겼던 업자는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위해서 자재는 
온통 싸구려 자재만 썼고 그 나마도 입주할수 있도록 해 준다는 날자도 몇번이나 어기고

휴대폰은 받지도 않고 할수없이 겨우 실내공사만 마치고 입줄했더니.
천정은 뻥 뚫려 바람이 씽씽 불어 들어오고  현관지붕은 해줄생각도 않더니 결국 비가와서

한강이 되버렸고, 창문은 이가 하나도 안맞아 문도 제대로 안닫기고, 화장실은
아직 물도 제대로 안나오고. 건축페기물은 마당 곳곳에 그대로 산재해 있고,
남은 잔금 20%도 달라기에 집 수리 끝나면 준다했더니 그 돈 안주면 집 수리 못해준다며
이 지경인 집인줄 빤히 알면서 전화 한통 없는 이 나쁜 놈은 모른는 놈도 아니고 
고향 선배다. 우리 집 맡길당시엔 아무 일도 없다가 갑자기 다른 일거리가 들어오니
우리 집은 뒷전이고 딴일 하느라고 10일만에 해 준다는 기일은 오늘까지 27일째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난 서글프다.
얼마나 많은 꿈을 꾸었는데 내 꿈이 한낱 나쁜 놈 한놈 때문에 시들하고 바랬다.
똑똑 빗물이 창문을 타고 내려와 소파위로 떨어진다.
불안하다. 내가 모르는 얼마나 많은 부실이 내 생각을 깨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