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아야 해서 배가 남산 만한데 주인은 갑자기 전세를 월세로 돌려 달라고 했다. 한달에 월급 15 만원을 받아 월세 삼만원을 내고 나면 뭐가 남으란 말인가.
아이들은 거의 연년생으로 태어나 우유를 두 병을 한 꺼번에 타야 했었다. 두 개 밖에 없는 방이지만 연탄을 갈고 직장에 가고 밤에 잘때 또 갈아야 했다. 개량식 연탄 보일러는 어디가 어떻게 새는지 날마다 물이 바짝 말라 하루에 한 번씩 물을 보충해 줘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열에 녹아버릴 것 같았으니까.
8시 10분에 떠나야 하면 여덟시까지 앞 개울에 가서 기저귀 빨아 갖다 들여다 놓고 헉헉 거리고 출근했다. 세탁기는 커녕 집안에 수도 물도 없어 자동 펌프를 써야 하니 개울이 오히려 더 편했다. 남편은 공부한다고 기숙사비에 학비를 사정없이 요구하면서도 늘 부족해 했다.
친정 엄니는 그 와중에 우리 집으로 아예 이사 짐을 싸가지고 왔다. 아이들을 봐준다는 것이다. 아이를 다른 데 맡길 수도 없었지만 아예 짐을 싸가지고 오는 것만큼은 탐탁치 않았다. 친정 엄니라고 는 해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융자를 얻어 250만원짜리 방 두칸 짜리 전세 집으로 갔다. 분식 센타 하던 자리를 우리에게 세 준다고 갑자기 방으로 개조를 한 그 집은 맞 바람이 통하지 않아 도배지에 온통 까맣게 곰팡이가 슬었다. 그런 집에서 방에 연탄 난로를 놓고 2년을 살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겪었던 고생들이 남못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몸 고생 보다 더 심한 것은 남편과의 불화였다. 남편은 젊은 나이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친정 어머니가 와 있는 것이 불만인지 늘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멍하니 누워있다가 남편이 메마른 얼굴로 말했다.
"아이 재미없어"
그 말은 들을 때마다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재미 없다니 누가 그렇게 재미 있어서 인생을 산단 말인가 어찌 이렇게 철이 없을까.
- 이젠 너무 오래 되어 쓰라리지도 않은 이야기 들입니다. 계속 쓰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