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사는게 서글프고 짜증날때 여기서 종종 위로를 얻었고
가끔씩 시부모나 남편 때문에 속상한 얘기 올렸는데 오늘은 그냥 좋은 얘기 올리고
싶네요
오늘 어린이날 남편 없이 하루를 슬프게 보낸 분들에겐 좀 죄송하기도 하지만
문득 내 마음 하나 잘 다스리면 세상이 많이 달라보인다는 느낌이 찐하게 들어서요
해마다 어린이날 혼자 애들 데리고 놀던게 기본이었는데 남편이
거의 백수이다 보니 오늘같은 날 같이 노는 재미(?)도 있네요
보기 싫은 남편이지만 어린이날 기분 내느라 하자는 대로 따랐지요
주머니가 비어 있으니 가장 저렴한 걸로 선택했나봐요
김밥 사서 집 뒷산 오르는거...
그럭저럭 벌던 시절엔 유명한 집 찾아다니며 외식하고 어린이날 그럴싸한 선물도 사 주곤
했는데 이번엔 그런거 완전 생략이고
아이들 꼬셔서 뒷산 오르는게 행사였죠
처음엔 어쩌다 우리 사는 꼴이 이렇게 되었나 심란하데요
애들은 뭐가 갖고 싶니 뭐가 먹고 싶니 부모 속도 모르고 희망에 부풀어 있는데
정작 부모는 아무 능력이 없으니...
근데 산에 오를수록 경치가 어쩜 그리 좋은지요
신록은 우거지고 새는 지저귀고 청설모도 가끔 보이고 다람쥐도 보이고...
그리고 어쩜 등산하는 사람이 그렇게도 많은지요
내가 신세타령이나 하며 늘어져 있던 시간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땀 흘리며
산에 올랐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돈이 없어 할 수 없는 일이 많은 대신 돈이 없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사람 북적이는 유원지에서 돈 쓰고 부대끼는 거보다 이렇게 상쾌한 숲속에서 좋은 공기
마시고 좋은 기분 되찾을 수 있구나 혼자 감탄했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무능해 보이던 남편이지만 아이들과 오손도손 시간 보내주는게
그냥 고마와지더라구요
산을 내려와서 가게에 들어가더니 아이들 음료수와 캔커피를 사 왔더군요
아이들이나 나나 진짜 신나하며 마셨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로, 상상 이상으로 즐거웠습니다
여러분 중에 너무 속상하고 언짢은 분 계시면 물이라도 담아서 산에 한 번 다녀와 보세요
땀도 흘리고 좋은 공기도 마시고 하다보면 건강한 몸, 건강한 가족에 대해 새로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답니다
웃긴 얘기지만 나라도 돈복이 있으면 내 남편이 더 잘될수도 있을텐데..
내가 내조를 못해서 이럴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답니다(몇일이나 갈지 모르지만)
이왕 돈은 없지만 돈 없어도 마음껏 웃을수는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