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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BY 백설공주 2004-05-13

지난 3월부터 몇 번 답답한 마음 풀고자 글 올렸었어요.

제 남편 2월 초에 저랑 말싸움한 뒤, 슬슬 집에 안들어오더니 2월말에 완전히 집나간 후 지금까지 만 3개월째 가출상태로 자기 혼자만의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명분은 저와는 이제 끝난 관계라는 거고, 지난 4월 말에는 빨리 이혼해서 정리하자고까지 하면서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살고 있었는데, 아니 잘 살고 있다고 믿었는데, 작년초부터 남편과 제 관계의 이상을 느꼈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모른 채 서로 부딪치면 안좋은 감정만 보이게 되니까 피하기만 했어요. 저는 두 딸들( 5살, 8살) 챙기랴 직장 다니랴 정신없는 가운데 그와의 문제는 일상적인 부부관계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넘기려했구요.

그런데, 그는 나름대로 저와의 관계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왔던가봐요. 나중에 문제가 제 생각보다 심각함에 놀라 그의 주변사람들을 통해 알아보니, 그는 이미 1월 말에 저와 헤어질 결심을, 집 나간 후 3월 초에는 이혼할꺼라는 얘기까지 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했더군요.

혼란스러웠어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런데, 제게서는 완전히 떠났다고 강조하지만, 3월 말까지 한 번도 빠지지않고 일요일마다 아이들 보러 왔다 갔고요(4월에는 자기 좋은대로만 하는 게 괴씸해서 제가 간접적으로 말했죠, 의무감에서 일요일마다 올 필요없다고, 그 이후로는 물론 안왔구요.)

최근에서야 그가 스스로 밝힌 바에 의하면, 재작년부터 혼자 자기사업을 하기위해 회사다니면서 다른 일에 손을 댔다가 생각처럼 되지않았고 그 일로 저 모르게 회사돈까지 차용해 쓴데다 회사일은 자기일 하느라 소홀히 한 결과 고스란히 드러나고 하니까 궁지에 몰려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그래서 집에오면 심기불편했는데 (이유를 모르는) 저는 같이 짜증내고 자기를 무시했다는 거죠. 

처음에는 저도 '그래 이 쯤에서 깨끗이 끝내자'고 홧김에 말했고, 그는 기다렸다는듯이 담담히 아이들 문제며 돈 문제를 어떻게 할지 얘기했어요. 그런데, 한 순간의 감정으로 10년 넘게 인생을 맡기고 살아온 관계를 청산할 수가 있나요? 그래서, 내가 많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앞으론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잘 지내자고도 했죠. 헌데, 그는 놀라울 정도로 확고했어요, 아무런 현실적 대안도 없으면서.

3월 말부터 꼬박 한 달 간 제가 연락 끊고 그에게 시간을 줘 봤어요. 그런데, 그것도 소용없이, 이혼하자고 나오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자기도 자기 생활해야 한다고. 자기 일 벌리면 채무관계로 아이들에게도 피해가 될 거고, 지금 정해진 거처도 없으니까 이혼합의 하면서 돈도 달라는 뜻....

말이 되나요? 자기 혼자 싫다고 어린아이처럼 집나간 사람이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이혼해서 깨끗이 정리하자는 게. 

사실 가끔은 다른 여자가 생겨서 나한테 이러는가도 의심해 봤는데 그쪽은 아니라는 확신이 있답니다. 지난 어린이 날 아이들이 갖고싶어하던 선물 사가지고 들렀는데 정말 초췌한 몰골에 맥이 빠진 모습이었어요. 또 감정얘기 하면 안좋은 맘으로 갈까봐, 아이들과 맛있는 거 같이 먹게 하고 여름 옷 다려서 챙겨줘 보내며 말했죠, 자기 선택한 길로 지금은 가야겠지만 언제고 돌아오라고,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정말 불쌍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전 어쩌질 못하겠네요.

저희를 잘 아는 사람들의 중론은 시간을 더 주고 혼자 스스로 철저히 뭐가 잘못된 것인지를 깨닫고 돌아오도록 해야한다는 것인데, 저는 그에게서 아무런 희망의 징조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하루하루가 너무 견디기 힘듭니다. 이젠 아예 아이들에게조차 연락도 안하고 저희가 거는 전화도 피하니까요.

제가 자기를 사랑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가끔씩 전해주면 될까요? 정말 이렇게 힘들게 참고 기다려주면 돌아오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