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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너무 속상했다...지금은 날아갈 것 같다


BY 돌 던지면 맞겠소 2004-05-21

속상한 정도가 아니라 인생 자체가 싫었습니다...

제 나이 이제 31살...눈에 넣어도 안아픈 이쁜 내새끼, 17개월짜리 딸하나...

삼월 초 백년만에 내린 폭설로 전국이 난리였지만 울 가족은 우리 빌라 앞마당에서 새하얀 눈을 배경으로 사진찍고 눈을 난생 첨 보는 울 아이의 모습에 가슴 뿌듯해 했던 그날로부터 보름도 채 되지 않아 시어머니께서 유방암에 걸리셨답니다...

칠순을 몇해 안남기신 시어머니는 결혼을 두번하신 분입니다...전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주버니를 두셨고 시아버님과의 사이에서 우리 애기아빠 하나...그러니까 전 외며느리 아닌 외며느리...결혼 삼년차...그 동안 의붓 동서와의 관계,  우리 부부한테 넘 기대실려고만 하는 시부모님, 하루에도 대여섯차례 전화통화를 해야만 하는 전활 안받음 꼭 어디갔었냐고 물어대시는 시어머님 때문에 노이로제 걸리기 일보 직전이었죠...애 낳고 직장을 관두고 전업주부가 된 전 졸지에 집에서 퍼질러 앉아서 당신아들 등꼴 빼먹는 여자가 되기 일쑤였고 친정과 너무나 다른 시부모님의 사고방식(아들이 모든 걸 다 해줘야 한다...당신들 병원가셔야 할때도 회사 월차내고 꼭 와야 한답니다!!!)땜에 애기아빠랑 이혼까지 갈 뻔한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시어머니 유방암 통보받고 온 가족(주로 남편 외가)들이 저만 쳐다 보았습니다...
그때 울 딸 14개월...아직 걸음마도 온전치 못한 아기를 데리고 저더러 병간호를 하라고 했습니다...병간호 뿐입니까...시댁 집안살림...삼시세끼 꼭 따뜻한 밥에 국 반찬 대여섯가지를 대령해야 하는 울 시아버지...시어머니 음식은 간을 따로 해서 따로 차려 드려야 했고 우리 딸은 딸대로 힘들고...꼭 보름을 그렇게 지냈습니다...

보름을 지내고 우리 집에 잠시 들렀는데 우리 애기 아빠...회사가 멀어 그이는 시댁에 머물지 않고 집에서 있었더랬습니다...그 보름동안 우리집은 마굿간 저리가라로 변했습니다...이틀동안 얼마나 울면서 내 보금자리를 쓸고 닦아냈는지 모릅니다...더 웃긴껀, 나의 얼굴을 보면서 이 남편...도대체 뭐가 힘드냐..이 한마디...나의 뒷덜미를 확잡아챈 이 한마디...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시계를 보니깐 한 두어시간 시댁으로 출발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았습니다...인터넷에 제 이력서를 말 그대로 뿌렸습니다...울 아기가 넘 어려서 이년후에나 복직을 생각했지만 더 계속 하다가는 저만 헛수고에다 미친년 되는 건 불을 보듯 뻔했습니다...

그리고 며칠후...이번엔 엎친데 덮친격으로 시아버지가 쓰러지셨습니다...계속 머리가 아프다 하셨는데 병원가서 검사 받아 보시라고 해도 노랭이 시아버지...병원비가 아까워 절대 가시지 않습니다...보름동안 와서 고생하는 며느리 냉장고 채우고 두분 핸드폰 새로 해드리는데도 절대 돈 많이 들지 그 한마디 물으시는 법이 없습니다...손녀 내복을 한장 안사주시는 분입니다...그 분도 쓰러지셨습니다...뇌에 피가 고였다나요...전 이미 싸늘해진 맘에 별로 동요도 없이 묵묵히 수술실 앞을 지켰지요...

시아버지 열흘 병원에 계신 동안 간병인 쓰고 전 시어머니 간병을 했습니다...시아버지 간병인 쓰는 것도 아까워 저한테 왔다갔다 하셨음 했는데 전 일언지하 거절해 버렸습니다...퇴원후 시아버지...워낙 건강하신 체질이시라 산책도 너끈히 다니시더군요...어느날 잘 차려입고 나가시길래 어디가시냐 했더니 그동안 고생한 간병인 밥 사주러 나가신다 하시더군요...저 또다시 가슴이 써늘해졌습니다...열흘치 일한 급여 줬고 보너스로 십만원 더 주신걸로 알고 있는데 나가시면서 뭐 먹고싶은거 고르세요 휴대폰으로 통화시더이다...

단 한번도 너 고생한다....울 손주 뭐 먹고 싶은 거 없냐...단 한번도 물으신적인 없었습니다...

시댁에 있던 한달동안 고생고생해 가며 쓴돈이 200만원...저희에겐 큰돈입니다...직장다니시는 의붓아주버님네...백만원 부쳐 오고 생선회 한번떠 와서 저녁먹고 설겆이 한번 했습니다...울 시어머니...작은 아들네보다 큰아들네가 훨 낫다 그러셨습니다...

지금...저는 직장엘 다니고 있습니다...운이 넘 좋았지요.....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제가 일을 구한다는걸 알고 다시 나오라고 연락을 주셨지요...
자기네들 뒷바라질 바라는 시댁과 남편의 반대, 외손주를 걱정하는 친정부모님들의 반대...제각각 이유를 가진 반대들을 물리치고 전 제가 원한만큼의 넉넉한 보수를 받아가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월급에서 시댁에 도우미를 보내드리고 있고요 내 가슴 깊이 박힌 가시인 내 딸은 엄마인 나 보담 못하지만 친정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삼촌 이모의 사랑속에 잘 크고 있습니다...퇴근해서 내 딸 데리고 내 집으로 들어가 내 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가끔은 생각합니다...그래도 일년은 간병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라고....

며느리 독하다고 서운하다고 직장 나오란다고 우리가 이런상황인데 나간다고 절 욕하는 소리 들리지만 그래서 잠시 잠깐 죄송한 맘도 들지만 하지만 답은 언제나 아니다 입니다...

솔직히 그동안 며느리의 노고를 무료봉사쯤으로 생각했던 시부모님께 고소한 생각도 드는게 사실이구요...

그래도 전 지금 너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