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을 모른 채, 등돌린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하며 보낸 작년 1년. 금년 2월 그의 가출. 황당함에 몸부림친 3월. 냉정함으로 나를 추스린 4월과 그의 막무가내 이혼재의, 그리고 몇일 전확인된 끝까지 설마했던 그의 지난 1년간의 찬란한 외도....
철저한 배신을 알게 된 지난 3일간, 눈꺼풀은 감겨와도 밤이 깊을수록 더욱 또렷해지는 정신, 포르노 필름을 돌리듯 눈앞에 투사되는, 그 인간과 여자아이들의 러브신....
순간, 이러다 사람이 도는 거구나 싶더라구요. 나 이러면 안된다. 마음 한 구석에서 울려오는 내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지난 해 1년인지, 아님 더 오래 전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는 그의 세계. 그것들은 이미 과거시제인데, 나는 그것을 이제야 알고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인양 거기에 나를 던진 채 내 자신을, 나의 지금이라는 시간을 죽이고 있구나.... 그가 여자아이들과 주고 받은 메일들을 읽고 또 읽으며 배신감에 치를 떨고 복수의 칼을 간들 그 과거의 일들과 지금의 나의 현실 어느 것도 바꿀 수 없는데, 내 마음만 황폐하게 할뿐인데, 나 왜 이러나....
그러자, 마음이 조금 편해지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곤 서너시간 꿈속을 헤매긴 했지만 잠도 잤구요.
오늘은 종일 사무실에 앉아, 내 마음의 눈을 나 자신에게서 떼어 바라봤어요, 동상이몽이던 우리 두 사람 각자의 삶을....그리고 얻은 명백한 결론 - 나는 지금 너무도 사랑하는 두 딸이 있고 풍요롭진 않아도 궁색하지 않을 만큼의 경제력과, 연애 4년과 결혼 12년의 생활 동안 충분히 행복하다 믿었던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내 인생의 1부를 마치고, 전혀 다른 2부를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사실. 그는 나와의 관계에서 과거 속의 존재일 뿐 이제 시작하는 나의 삶의 2부에서는 주요인물로 등장하지 않을 거라는 것. 그가 지금 어찌하고 있건 앞으로 어찌 살건 이제 내가 신경쓰지 말아야 할, 매일 수없이 지나치는 많고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임을.
아이들의 아빠라는 존재. 그것도 훗날 내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컸을 때, 지극히 객관적으로 사실을 조심스럽게 알려줘야지. 그 때까지 나는, 내 딸들이 살아가며 부딪치게 될 힘든 상황들을 올바르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잘 길러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 시작한 생의 2부의 주인공은 나 자신임을.
내 38년의 삶 중 가장 힘든 4개월을 보내고서 얻은 이 깨달음 속에, 내 생의 마지막 날 고요히 미소지으며 내 육신을 떠나는 나의 영혼을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