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장생활 오래해서 내공의 기가 좀 센편이다.
그래서 나....표정관리 참 잘한다.
그래선가? 시집식구들 나한테 못할짓 참 많이했다.
내가 내색않고 있으니 빙충이로 보이나?
암튼 쇼크먹어 병원에 실려갔으면서도 언제 그랬냐 싶게 기가막히 표정관리 해왔다.
내가 생각해도 거의 이건 천부적인가 보다.
이젠 내 의지는 나도 내색하고 살아야지.....하는데도 내 몸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내가 어제 시동생이 아가씨 데려와서 한 말 한마디.
"프로포즈는 근사하게 해줄거야."
자다가 나도 모르게 서럽게 울어버렸다.
내가 서러운 이유는
남편을 잘못 만나서도 아니다.
그동안 고생해서도 아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떠올릴 좋은 기억이 한개도 없다는 것이다.
그간 힘들었던 기억들은 미칠듯이 떠오르는데 그걸 덮어버릴
따스한 추억이 없다는게 미치도록 서럽다.
좋은 추억꺼리 떠올리려고 무심코 과거를 되뇌이다
주체못할 속상함에 어찌할바를 몰라 자다말고 울어버렸다.
어제.
그러니깐 시모가 될 사람에게 인사온 아가씨에게는 한마디 말도 안건네고.
그 앞에서 애 데려다 놓으라. (애완견 취급) 명령하던 시모.
한시간을 쫓아다니며 그 아가씨가 민망시러워 하거나 말거나
목적에 투철한 시모는 결국 나를 꺾고 희열을 느꼈을까?
그래서 결국 오늘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나갔다가 집에 다시 돌아왔다.
천하의 내가 표정관리가 안되는 것이다.
결혼해서 지금껏.
몸바쳐 충성, 시간 바쳐 충성, 돈바쳐 충성.
잘난 남편덕에 마누라 자리도 흔들흔들. 그리 살아왔는데
이젠 내 새끼마저 내놓으란다.
엄마로서의 행복마저 앗아가려는 사람.
지하철 타고 애 데리러 가다 눈물이 쏟아져
대낮에 뛰어서 집에 왔다.
나도 모르겠다.
표정관리 해서 시집에 도착하니 저녁 일곱시.
그런데. 다들 내 눈치를 본다. 웬일로???? 사람 불안하게???
애 데리고 집에 오는데 신랑이 그런다.
시동생이 자기 결혼하면 분가한댔다.
"그야 당연하지.그래야지."
시동생이 남편더러 우리더러 들어와 살랜다.
건방진 새끼.
"누가 누구더러 해라 말아라야? 건방지게."
확~ 나도 모르게 이런 소리가 나왔다.
순간 남편이 확 쫄았는지.
"그게 아니고 자기 나가면 들어와 살수 없냐고 하더라."
"그래서?"
"못한다고 했다."
"그럼 엄마 생활은 어떻게 하냐고 하더라. 그래서 반반씩 내자고 했다."
"ㅎㅎㅎㅎ 반반씩? 반내고 우리 생활은 어떻게 해?"
"
" 당신 똑똑히 두고봐. 당신 동생은 최호화판으로 꾸며놓고 우리더러 돈 내놓으라 할테니."
" 왜 또 그러냐......왜 또 ! "
" 왜? 나두 이제 바보같이 안살아. 나두 내 살림 악착같이 늘릴거야."
그런데. 좀 의외이긴 하다.
남편이란 사람. 엄마는 자기 혼자 책임져야 한다고 나를 그렇게 들볶더니.
자기 마누라 동네북 취급하고 효자노릇했다 좋아하더니
지동생 그리나오니 뭔가 자기도 끓어오르나 보다.
그러게 지마누라 빙신 만들어놓고 이제야 느끼나?
나 맏며느리될 생각하고 시집왔지만.
막며느리로는 못산다.
막며느리 = 맏며느리 구분도 못하고 사는 이런 집구석에 시집온 내 죄지.
내 이제 맏며느리가 뭔지 똑똑히 보여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