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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시아버지.. 너무 고민됩니다.


BY 나쁜 여자 2004-10-18

시아버지의 나이가 올해 76입니다.

전 8년 전에 결혼했고, 남편은 가난한 집 장남이죠. 결혼할 때 땡전 한푼 도움 받은 것 없고, 지금도 당연히 그렇습니다. 보태줄 돈도 없습니다만.. 

시아버지.. 원래 별난 성격이신데..

예를 들면, 결혼 초에는 휴지 많이 쓴다고.. 따라다녔습니다. 화장실 쓰고 난 다음 들어가서 휴지 검사하고.. 휴지 많이 썼다고.. 그때는 혼자 사셨죠.

같이 살아 보니.. 성격 많이 누그러지셨습니다.

그렇게 아끼던 분이.. 우리집 살면서는 그런 말 절대 안하십니다.

한편으로는 며느리 생각하느라 그런 거다 싶고, 한편으로는 자기 살림, 자기 돈 아니니 신경 안 쓴다 싶습니다. 밤에 거실에 불이 켜져 있어도 안 끕니다.

하루종일 집에서 컴퓨터와 텔레비전, 그리고 잠으로 소일합니다.

아무리 아들이, 시누이들이 용돈 더 드릴테니.. 노인정에 가라고 해도.. 새벽에 산책 1시간 하는 것 빼고는 삽작 밖에 안 나갑니다.

저는 집에서 일을 하는데.. 노인분이 하루종일 그러고 있으니.. 숨이 막힙니다.

같이 사는 장남한테도 관심 없습니다. 손주들과 좀 놀 때도 있지만.. 어린이집 갔다와도 아는 척도 안할 때도 많습니다. 그냥 컴퓨터 화면이나 텔레비전 화면만 보고 있습니다.

애들이 아무리 울어도.. 제가 저녁을 하느라 정신이 없어도.. 모른 체합니다.

추석 전날 혼자 전 굽느라 정신 없는데.. 남편 잠깐 슈퍼 간 사이.. 거실에서 놀던 애들 부엌 문 열고 데려다 놓고는 문 닫아 버리는 거예요. 슈퍼 간 사이 10-20분만 잠깐 봐줘도 되는데.. 명절 전 날 똥줄 타게 혼자 일하는 며느리.. 애들 저한테 데려다 놓는 것보다.. 데려다 놓고 애들 못 나오게 부엌 문 닫아버리는 게 더 화가 나더라고요. 손주들 귀찮으면 자기 방 들어가 방문 닫으면 되잖아요. 

말 없는 우리 남편.. 며칠 전 텔레비전 보다가 "엄마들은 늙어도 자식 걱정하는데.." 이 소리를 하더군요..

남편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남편이 갑자기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응급실 갔다온 적 있는데(새벽 2시에 119 불러서)

그날 월차 내고 남편이 누워 있었는데.. 하나는 어린이집 보내고.. 하나는 아프니 집에 있었는데.. 자고 있었는데.. 슈퍼 갔다왔더니.. 집이 조용하더라고요..

나중에 남편이 애 업고 밖에서 들어오더라고요. 피 쏟아서 응급실 간 사람이 왜 애는 데리고 밖에 나갔냐니까.. 깨서 울어서 아무리 달래도 안 되어 업고 나갔다 왔노라고..

그날 시아버지.. 밥 한톨 안 남기고.. 잘 드시더군요.. 건강하십니다. 그나마 다행이죠.

평소 가는 새벽 운동도 가더군요.

저 정말 밥상 뒤집어 엎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자식이 목욕탕에 피비린내가 나도록 피를 흘려 119 불러 응급실 갔다왔는데..

그 잠깐 사이.. 애 봐줄 생각을 안하는지..

그때 정말 정이 떨어졌습니다.

몇 달 전 저희 친정 엄마 올라오신다고 시누이 집 며칠 다녀오시라고 했다가..

쫒겨나는 기분이다. 나는 가고 싶으면 가지.. 남이 가라고 해서 가는 사람 아니다..

차라리 비워둔 인천 자기 집에 들어가 혼자 사시겠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저 그날 남편 앞에서 울었습니다. 친정 엄마..

뒤에서 우리 네 식구 든든한 버팀목이면서도.. 딸네 집 발걸음도 못합니다.

결국 친정 엄마는 못 올라오시고.. 흐지부지 되었는데..

조금 섭섭한 일 있으면.. 인천 집에 가겠다고 하십니다.

금요일에 인천 작은 시누이집에 갔는데요.. 월요일에는 오실 것 같은데..

제 마음 한편에는 그냥 인천 집 가시라고 할까.. 그런 생각이 잇어요..

수도니, 전기니 다 연결해야 하는데.. 남편한테 매일 묻는 걸..

모른 척하고 있거든요..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하고..

그런데 같이 사는 게 저한테 예전처럼 잔소리하는 것도 아닌데.. 여하튼 힘이 듭니다.

삼시 세끼 차리고.. 이런 게 힘든 게 아니라..

그냥 하루종일 그러고 있으니.. 가슴에 돌멩이 얹어놓은 것 같아요.. 

저번에 친정 엄마 올라오는 문제로 사단이 났을 때..

내가 니들이 말 안해도 다 안다.. 난 내 마음대로 살 거다..

이러시면서.. 뭐라 하시는데..

은연중에 제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 아시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차피 모시고 살아봤자.. 시아버지든, 시누이든 고생하는 건 모르고.. 결국 남는 건 원망이겠구나 싶더라고요..

지난번 친정 엄마 올라온다고 집 나간다고 하셨을 때.. 시누이.. 그동안 섭섭하게 해 드린 게 많은가 보다.. 이렇게 말했거든요.

남편은.. 애들(27개월 쌍둥이) 보고

회사 생활하고, 제 스트레스 받아주고, 시아버지 불만 받아주고.. 하는데. 너무 지쳤는지..

그냥 그러자고 합니다. 자기도 지쳤다고...

저희 집 아주 가까운 곳에 방 얻어 밥 드시러 오시라고 했으면 하는데..

평소 엇나가는 시아버지.. 이번에 저희 집에서 나가시면.. 아마 저희 안 보고 살 거예요..

게다가 저희가 돈이 없는데.. 방을 얻어야 하는데 인천 연립 몇 천 짜리.. 안 팔려요.. 내놓은 지 꽤 되었는데도..

시누이들도, 시동생도 한달에 전화 한번 안할 정도로 무심한 사람들이라..저희 아니면 시아버지 돌아볼 사람도 없거든요..

월요일에 시아버지 오실 건데.. 가슴이 답답하네요..

혹시 저랑 비슷한 상황인 분 계세요. 홀시아버지랑 사는 분..

아님.. 홀시어머니랑 사시는 분..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지.. 의견 좀 주세요.

저.. 정말 고민이거든요..

76세 노친네 혼자 살게 하는 것.. 차마 용기가 없네요..

 

저희 집 분위기 썰렁해요.. 부부 사이 좋고, 남편도 애들 정말 예뻐하는데..

저.. 시아버지께 별로 말 안하거든요.. 밥 차려드릴 때 "식사하세요" 뭐 이런 최소한의 말만 하죠.. 틱틱거리거나 말 대답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에요.

말이 길어지면.. 꼭 열 받는 소리로 끝나게 되더라고요..

"집에 화장실이 두 개는 있어야 한다" 이런 소리.. 누가 그것 좋은지 모르나요.. 같이 살면 며느리가 더 불편한데.. 우리 처지에.. 화장실 두 개 타령이라니.. 너무 세상을 모르세요. 정말 돈 한푼 보태준 것 없고, 저희 집에서도 돈 천원 안 쓰고 사는데.. 남편도 인천 집 대부 받은 것 받느라.. 결혼할 때 돈 300만원 있었죠.. 결혼 비용, 전세집 제가 다 해결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제 앞에서 그런 소리하시는지..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남편도 원래 자기 가족들한테 말 적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말 별로 안해요. 아침은 남편이랑 시아버지랑 둘이 먹고, 그때 필요한 말이나 그런 것만 하지.. 자기 아버지랑 삭삭하게 대화 상대가 되어 드리지는 않는 것 같아요.

남편 말로는 자기 아버지 성격 대단하셔서.. 자기가 무게를 잡고 있어야.. 니가 편하다고.. 그리고 엄마도 아니고.. 아버지랑 별로 할 말도 없다고..

사실 결혼 초에 따로 살 때 가면 문도 안 열어주어 밖에 서 있기 일쑤였고, 신혼여행 갔다와서도 문 안 열어주어 한복 입고 문 앞에서 오래 기다리고.. 남편은 제 앞에서 따귀 맞고.. 같이 안 사는 것 섭섭해서 그랬던 거죠.. 친척 집에서 저한테 전화해서 "가시나가 .. 니년이.. 니 까짓게 뭔데.." 욕하시고..

근데 요즘은 안 그러시는데.. 그래도 힘들거든요.. 잔소리하는 것도 아닌데..

하긴 우리 작은 시누이도.. 6개월 전 사흘 시누이집에 갔다오셨는데.. 제가 시누이 전화 한시간 넘게 받아줘야 했죠.. 너무 힘들다고..

집안의 묘한 냉냉함.. 이게 싫어요.. 어른들 사이의 대화 부재..

애들 아직 어려 잘 모르는데.. 머리 커지면.. 어른들 사이의 썰렁함도 눈치 챌 것 같고..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