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 지금의 신랑을 만나기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를 만날때면 늘 가슴이 떨렸고 아무말하지않아도 그냥 옆에만있어도
마냥 좋았다. 그는 나에게 그리 다정다감하지도 않았고 무뚝뚝하고
말수도없었다. 그런그를 내가 미치도록 좋아했던건 자기일을 너무도
사랑하고 항상 끈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갈구하는 그런 적극적인
모습이 너무 멋져보여서였다.
그와 나는 서로에게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서로가 감당할수
있을만큼의 사랑을 하며 4년여동안을 연인으로있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우리사이에 틈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가 멀어져갔다. 어느날 1년후쯤 그가 나를 찾아와서 다시
시작해보자고 했을때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뭔지모를 자존심으로인해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지금생각해도 왜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나서 지금의 신랑을 만났다.
너무도 착하고 법없이도 살사람.... 무언가 요구하는것도 없고 내가
무슨얘길해도 웃어주고 사달라는건 다 사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가 나에게 결혼하자고 했을때 난 마음속으로 정말 많은갈등을 했다.
이유는 내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기 보다는 그냥 마음착안 교회
동료로밖엔 생각치않았기때문이었다.
하지만 난 결국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냥 모든걸 잊어버리고 결혼해버리고싶은맘도 조금은있었지만
이사람은 평생살면서 내속은 안썩이겠다 싶어서..사랑하진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을것같아서...결혼이란걸 했다.
영원히 잊을수 없을것같던 그 첫사랑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바쁘게 살다보니 그냥 잊혀졌다.
아주 가끔 옛 초등학교 동창이 생각나듯 그렇게 가끔 생각이 나곤했지만..
신랑은 여전히 너무도 자상하고 착한사람이다.
그런데 난 무엇이 문제인가..
신랑과 잠자리를 안한지도 일년여가 되어가고 우린 각방을 쓴다.
난 거실에서 아이와 함께자고 신랑은 방에서 혼자 잔다.
어쩌다 신랑이 내몸을 더듬으려하면 정말 끔찍하리만큼 싫다.
결혼해 살면서 한번도 신랑을 존경한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없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늘 tv앞에서 새벽 한시가 넘도록 여기저기 체널만
돌리는 신랑... 난 아이와 친구처럼 놀아주는 자상하고 때론 교육에도
관심을 보이는 그런 멋진 아버지상을 원했던것 같다.
그런데 신랑은 전혀 그런면이 없다.
피튀기는 끔찍한 액션영화나 공포영화를 네살난 아이를 자기무릎에
앉혀놓고 같이 보고
책좀 읽어주라 하면 어느새 누워서 코를 고는 신랑...
일요은 하루종일 방에서 tv보느라 거실에 나와보지도 않고 내가
방문을 열어야 일어나는 신랑...
하루종일 내가먼저 말을 하지않으면 tv만 보고 웃으며 즐거워하는신랑..
토요일엔 다음날 쉬니 부담이 없다며 만화책 한가득 비디오 대여섯개
빌려와서 밤새도록 보다가 일요일 아침되면 닭대가리마냥 졸고있는
신랑.. 쉬는날엔 아이랑 공놀이도 좀 하고 아들래미 목마도 태워주고
둘이 뒹굴며 놀아보기도 하고 때론 우리아이랑 하루종일 뭐했는지
궁금해하는 그런신랑이랑 살고싶다.
적어도 아이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훗날 우리아이를 이런아이로 키우자 하며 자기생각을 내비치는
그런 멋진 아버지 멋진 남편이 되어줄순 없을까?
도대체 하루종일 무슨생각으로 사는지 모르는.. 그냥 tv나 보고 핸폰
새로나온거있음 사고싶어서 안달이고(결국엔 꼭 산다) 극장에선
흥행실패한 작품가치도 없는 그런 비디오도 죄다 빌려다 보고
만화책 한가득 쌓아놓고 키득키득거리며 웃어대는 신랑이 정말
무식해보이고 싫다.
그런사람이랑 잠자리 하는것도 정말 싫다. 적어도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진 자식을 잘 키우겠다는 욕심을 가진.. 에너지 넘치는 신랑이랑
함 살아보고싶다.
아무리 존경해보려고 해도 멋지게 보려고 해도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해도 신랑을 보면 화가 치민다.
늘 무언가를 배우고 갈망하던 그사람... 그 첫사랑을 존경하고 우러러
봤던것처럼 지금은 우러러볼 누군가가 없어서 정말 슬프다.
요즘 이런모습들이 왜이리 꼴보기싫고 울화통이 터질까..
차라리 그사람과 결혼했더라면..역시 결혼해 살면서 실망하는 일이
생겼을지라도 내가 사랑해서 결혼했으므로 ..그 사랑이라는 이름
으로 모든걸 감싸안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