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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안경사건 후기입니다.


BY inshining 2004-10-21

답변 달아주신 두 님, 너무 감사합니다.

그렇게나마 억울함을 나눠주시니 참 많이 위안이 됩니다.

소비자보호원에서는 1년 지나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법적인 문제야 그렇다 치고, 여러가지로 마음이 아팠으니 그냥 잊고 넘어가고 싶어요.

 

참 어제는 그 많은 이야기 구구절절히 올리기 우스워서 본론만 이야기 했는데...

돗수 있는 선글라스를 맞춘 직후 외국에 나갔고, 뭔가 불편한 듯 했지만 미러 선글라스 처음 써보는 탓에 원래 그런가보다하고 잘 안쓰고 놔두었지요.

안경알이 깨져서 외국에서 안경원에 갔어요. 홍채를 보더니 안경사가 놀라면서 선글라스 안 끼면 큰일난다고 한 겁니다. 결국 꼭 선글라스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는데, 가져가서 불편하다고 말했더니, 돗수를 바꾼 겁니다. 영어로 쏼라 쏼라 하는데 제가 뭘 다 이해했겠습니까. 그냥 새로 해야한다고 하니까 새로 한 거지요.

그런데 그것도 좀 피곤했어요. 안경 기술은 일본 한국이 최고라, 그 동네 알은 훨씬 무겁고 두껍고 둔탁하고 더 비쌉니다. 그래도 뭐 할 수 있습니까.  그래서 진짜 선글라스는 다 그렇구나. 그리 생각했고, 영어로 뭐라 설명해도 그 사람들도 장사꾼인지라 괜찮은 거라고 ok ok 했구요.

 

귀국해서도 그 선글라스를 끼다가 추석 때쯤 안경점에 가서 "이것이 좀 불편하다. 편하게 만들어달라" 해서 알을 새로 하게 된 겁니다.

 

근데 새로 만든 알은 확연하게 이상했어요. 그래서 촛점 늘어진 것을 알게 되었고, 이미 두 클레임 사건(예전에 돗수 잘못 나와 바꾼 적 있습니다. 새 알에 기스가 너무 많아 바꾼 적도 있습니다. ) 터라 더 믿고 맡길 수가 없었어요. 교환해주겠다는 것을 환불해달라고 했더니 그 아가씨가 "손님이 다른데서 해온 알을 보고 만든 겁니다." 하는 거에요. "그 전에 했던 것도 잘 쓰셨잖아요." 라는 말도 해요.

 

그래 집에 와서 생각하니 그 전에 알들도 다 이상했던 생각이 난거죠.

검사를 받아보니 세 개 다 pd(눈동자와 눈동자 거리, 얼굴이 늘어나지 않는 한 똑같은 수치입니다. 자로 재보면 압니다. 저는 65입니다.)가  72, 똑같은 수치로 촛점이 늘어져 있는 겁니다.

 

결국, 첫 알이 잘못 나왔고, 두번 째 알은 첫 알을 따라 한 건지 지네가 못한 건지 똑같이 잘못 나왔고, 그런 사실을 체크도 안 하고 세번 째 알까지 만든 겁니다.

 

그래서 세번 째 알을 환불 받으러 가서

"근데 아가씨 또 안 좋은 소리를 해야 되겠네" 하면서 "처음에 여기서 한 알을 중간에 내가 바꿨어요. 불편해서 잘 못 쓰다가. 봐요. 기스도 없는데 멀쩡한 걸 내가 왜 바꿨겠어?"

 

하니까,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기 시작하더군요.

"깨진 것도 아닌데"라고 말해야 하는데 기스얘기를 한 내가 바보지. 기스가 어떻게 안 납니까. 몇 번 안 썼다고 해도 알을 교환한 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여기 저기 얼마나 많이 긁혔을텐데.

 

아가씨는 기스 꼬투리를 잡고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더군요.

잘 쓰고 다녔으면서 기스난 것 보라면서! 아, 좋게 얘기하고 싶었는데.

기스 얘기 덕분에 왜 내가 알을 바꿔야했는지 설명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홍채 나빠졌다는 외국 안경사 말에 놀라서 질도 안 좋은 선글라스 비싸게 맞추고

무겁게 쓰고 다녔는데, 그 알 조차 눈에 맞지 않는 것이었으니

잘못된 선글라스알 때문에 눈이라도 망쳤으면 어쨌을까...돈은 또 얼마나 깨졌나...

그런 얘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던 겁니다.

 

소리 소리 지르는 그녀 덕에 같이 소리 지르다가

결국 잘 쓰고 다닌 선글라스 돈 때문에 바꾸러온 "양심도 없는"

사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그 아가씨도 속상하죠. 계속 그 아가씨 바보됬었잖아요. 돗수 잘 못 만들어줘 촛점 잘못 만들어줘 그걸 클레임 계속 받았으니 그간 얼마나 마음이 상했겠습니까. 결국 저를 양심없는 인물로 만드는 편이 아가씨 속이 편하겠지요. 하지만, 걱정되는 건 제대로 된 반성 없이 촛점 나간 선글라스알 계속 만들까 봐 걱정입니다..

 

저한테도 그렇게 말했거든요.

선글라스알이 긴 디자인일 경우 pd 4~5는 차이날 수 있고, 현재 한국기술로는 정확하게 만들기 힘들다.

근데 제 pd는 7 이나 달랐고, 옆집 안경원에서 말하기로는 현재 기술로도 제대로 만들 수 있다더군요.

 

마지막에 제가 그랬어요.

"나는 1년 동안 알을 세 개 바꿨다. 멀쩡한 알을 세 번 바꾸는 것이 정상적인 상황이냐. 물질적으로도 27만원이나 손해를 봤다. 그 스트레스를 알겠느냐."

 

그랬더니 옆에 있던 남자 안경사가 손님 받고 있다가 침착하고 공손하게 말하더군요.

"첫번 째 알은 1년 지났으니 환불 못해주겠다. 처음에 pd잘못 나올 수 있다는 말을 안 해서 미안하다."

 

세번 째 알은 환불 받았고요,

더 얘기하기 지쳐서 네 그러고 나왔습니다. 생각할 수록 시정되어야 하는 건, pd를 못맞출거면 선글라스에 돗수를 넣지 말든가, 즉 돗수 선글라스는 팔지 말아야지요. 눈을 안경에 맞추라는 이야기 아닙니까. 모르고 지나가는 손님들은 또 어쩝니까.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실, 세번 째 알 환불 받은 것도 안경집 입장에서는 속 상하겠지요.

동네에 있으니까 맨날 오가면서 보는데 서로 좋게 지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전에도 클레임이 있었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냥 넘어가려고 3번 째 알도 그냥 쓰려고 했던 겁니다. 그러다보니 20일이나 지나서 갔던 건데, 그 마저도 잘 쓰고 다니다가 온 걸로 오해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정말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날 이후 오늘까지 3일 째 그 아가씨 생각이 납니다. 복잡해요. 한 이틀은 양심 없다는 말에 흥분했고, 이제는 심지어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알 환불해주느라 손해봤을텐데 혹시 가계가 어려운 건 아닐까 하고요...

 

그리고, 선글라스는 쓰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알 빠진 테만 들고 나왔는데, 아주 흉물스럽더군요. 제가 홍채가 약하다니까 선글라스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 테만 봐도 아주 지칩니다. 1년 불편했던 선글라스 또 그럴까봐 겁납니다.

 

다른 안경원에 안경만 하러갔는데 영 불안한 겁니다. 정말 괜찮을까요? 라는 말을 몇번 했는지...

 

평정심을 찾고, 그 아가씨도 사람이 뭐가 밉겠습니까. 아직 어려서 제 말뜻을 못알아들은 거지요. 제 설명이나 설득하는 방법이 약했던 탓도 있을 겁니다.

 

좋은 손님이 되고 싶은데, 참 여러가지로 힘드네요.

착한 손님, 좋은 손님 되기 보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