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이 넘었네요.
세상 드라마, 영화가 다 그러해도,
내 인생에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했던 일이....
남편이 외도를 하고, 이혼을 요구하고...
그땐 우리 애들 이혼한 가정의 자식으로 키우고 싶지 않아
절대 이혼 못해주겠다 했습니다.
그러자 집을 나가버리더군요.
얼마 뒤 외국으로 간다고 전화 하더군요.
애들한테는 아빠가 외국에서 사업을 한다고 거짓말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아빠 사랑 제대로 못 받았고,
매일 야근으로 엄마 얼굴도 못 보는 애들 때문에
전 연봉도 지위도 꽤 되던 회사를 아무런 계획도 없이 관두었습니다.
그 사람은 처음엔 애들한테 한두번 정도 전화하더니
6개월 전부터는 일체 연락이 없네요.
어디에 있는지도,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답니다.
회사 관두고는 불쌍한 우리 애들
옆에 끼고 있으면서 조금 벌어 조금 쓰고 살겠다고 맘먹었지요.
참, 할 게 없더군요.
그래도 작은 능력이나마 사주어서
지금은 이것저것 일을 하면서 불안정하지만 생활은 그나마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애들도 이제는 아빠가 단순히 사업차 외국에 있는 게 아니라
뭔가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는 것 같지만
입밖으로 내지 않습니다.
아직 어린 둘째는 아빠 얘기를 가끔씩 하고, 우리 가족이 다시 모여 살게 해달라고 기도한답니다.
이혼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애들이 연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나야만 뭔가 끝을 볼 수 있지요.
저는 죽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었는데,
시간이 약이라고 가슴 한가운데 켜켜이 쌓인 멍울만 단단해진 채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생활합니다.
하지만, 애들을 보면
이 애들의 머릿속이 얼마나 복잡할까 하고 짐작하니...
애들이 제발 삐뚤어지지 않고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빌고 또 빈답니다.
그때, 차라리 이혼을 해주는 게 좋았을 텐데...
그러면 그 사람도 그 여자랑 제2의 인생을 살았을 거고,
애들도 모든 게 명확해졌을 텐데....
이런 때늦은 후회를 가끔씩 합니다.
이 기약없는 불안과 불투명이 제발 모두가 큰 상처 없는 결말로 이어지기를....
가끔씩은 아무나 붙잡고 목놓아 대성통곡하고 싶지만
내가 흔들리면 안 되니 참고 인내하지만
가슴 한 복판이 아리고 저려옵니다.
부모형제들도 아무 소용 없고
이 세상에서 나 혼자만이고, 홀로 제대로 서야
우리 애들 지켜줄 수 있다는 안간힘 하나로 버티고 있습니다.
세월이 좀더 지나면
하루종일 눈치 보지 않고 펑펑 울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