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결혼한지 6년차가 됬네요.
남들보기 행복한 걱정없어 보이는 집입니다.
저는 한번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너무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습니다.
지난 일은 지난일이고 이제는 그냥저냥 살만 합니다.
애들도 연년생 남매로 다 컸고 정말 남 보기는 참 다복하다 하겠지만....
애기아빠와 저는 늘 싸웁니다.
주로 제가 시비를 걸지요.
이유는 여러가지 있어요.
신랑이 절 참 무시하는 것 같고 꼭 부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것만
이를테면 청소, 식사준비, 빨래, 육아 같은 것만 제대로 하면 군소리가 없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제가 그런 로봇이 아니라는 거지요.
몸이 워낙 약한데다가 애들 낳고 더 않좋아져서 실은 밥해먹고 있는 것도 힘이 듭니다.
글구 연년생아이들 키워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애들 챙기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지요.
뭐 남들 다 하는거 못하냐면 할 말 없습니다만...
젤 중요한 건 그가 나를 아내로 보지 않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자꾸 드는 겁니다.
어제는 어째 불안불안하더니 저녁에 또 먹구름이 꼈습니다.
저녁에 설거지좀하고 청소하고 돌려놨던 빨래 널고 이불 깔어놓고 나니 애들 씻겨야 겠기에
애기아빠더러 목욕좀 시켜주라고 했습니다.
마침 큰애가 자구 있어서 작은애를 씻기더군요.
저는 그 동안 바닥에 걸레질했습니다.
자기전에 걸레질하는게 습도 조절에 효과가 있길레요.
글구 씻구 나오는거 로션발라서 옷입혔더니 그냥 누워서 자더군요.
잠시후 큰애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그놈하구 저하구 같이 씻었습니다.
할일 다하고나니 꼼짝하기가 싫더군요.
애들하고 저는 거실에서 잡니다.
방이 3개지만 애들이 텔레비전 없이 자는 걸 싫어해서 어쩌다보니 밖에서 셋이 자고 애기 아빠는 혼자 안방침대에서 자지요.
보통 제가 누울 시간이 되면 신랑도 텔레비젼 보다가 방으로 휙 들어가 잡니다.
애기아빠가 애들을 재워본적이 없지요.
또 애들 재우느라 늦게 자니 저두 신랑 아침을 챙기기 어렵습니다.
어제는 그렇게 애들이랑 누워있는데 덮는 이불이 작은 것 같아서 이불하나만 갖다 달라구 했습니다.
정말 꼼짝하기 싫었거든요.
그랬더니 이불 갖다가 휙던지더니 안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황당했지요.
잘 놀다가 무신일인가 싶고 그래서 큰애를 봤더니 큰애도 황당하다는 듯한 얼굴을 했습니다.
큰애가 아빠 왜 짜증났냐고 제게 묻더군요.
저도 모르니 모른다 했지요.
그래서 저는 순진하게 방에 들어가서 왜그러냐고 물어봤습니다.
대답이 없더군요.
그래 그냥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한참 단잠을 자고 있는데 안경어딛냐고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더군요.
노트북옆에 있던게 생각나서 잠결에 책상 잘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근데 못찾고 씩씩대더군요.
그래서 무거운 몸 이끌고 짜증내지말라구 함서리 안경찾아 줬지요.
역시나 대답은 없고 안경 쓱쓱 닦더니 현관문 부셔져라 문닫고 나가버리는 거에요.
제가 뭐 잘 못한 건가요?
이러면 제가 고쳐야 되나요 신랑이 고쳐야 되나요.
신랑이 분명 마음은 잘 해주자 라는 맘인데 기껏 뭔가를 해주고 나서는 내가 이깟거나 해야되나 하는 것 같아요.
집안일이 우스운건 아니자나요.
글구 이제까지 결혼해서 고생시킨건 다 까먹었는지 갈수록 포악해지내요.
어떻게 버릇을 잡나요?
아니 버릇을 잡는게 아니라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고 싶어요.
어떻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