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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바람4


BY 증오찾는이 2004-11-30

어젠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것들을 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읽고 읽고 다시 읽으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마루에서 첫째를 데리고 자고 있는 신랑의 얼굴도 바라보았습니다.

신랑이 흘린 눈물자국도 보았습니다.

한참을 쳐다보았습니다.

 

전 아직도 신랑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억울하고 배신감에 미치면서도 한편으로는 용서라는 단어도 생각합니다.

어느 분의 말씀대로 내가 너에게 이렇게 해줬는데... 너가 어떻게 이럴수 있는가라는 댓가를 바라는 것때문에 이렇게 억울할까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그건 아닙니다.

만약 댓가를 바라는 결혼을 했더라면 가난한 학생을 선택하기보다는 돈많고 어느정도 안정된 남자랑 처음부터 결혼했을겁니다.

전 이 남자를 사랑했고, 그래서 헌신하는것이 힘들어도 즐거웠던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 남자를 사랑합니다. 미치도록 다시 용서하고 싶을정도로 사랑합니다.

 

이 남자와는 별개로 전 시어머님도 사랑합니다.

항상 친딸처럼 퇴근에 마추어 제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놓고 기다리시고, 아기엄마가 회사다니는것이 얼마나 힘든데하시면서 주말에 해야할 청소와 빨래 모든것을 금요일날 해놓으시고 주말에 먹을 국거리까지 해놓으시고 저를 기다려주십니다. 하루종일 첫째아기에게 지쳤을텐데도 항상 그렇게 해주시고 제가 퇴근하면 어머님댁으로 가셨습니다.

제 찢어진 속옷을 보고 새로 사다가 바꿔놓아주시는 시어머님...

전 시어머님을 이 남자의 어머니이기때문에 좋아하는것이 아니라 마치 나의 친정어머님처럼 저를 사랑으로 대해주셨기때문에 좋아하는것입니다.

여러분 말씀대로 어쨌든 시어머니이니까 아들한테 손이 굽겠지요.

하지만 5년의 결혼생활동안 시어머님께서 해주신 사랑은 그대로 간직하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전 지금 용서란 단어를 선택하기보다는 다른것을 선택하고 있다는것 잘 압니다.

너무 성급한것은 아닐까....라는 생각 저도 듭니다.

하지만 신랑을 보면 전 잠을 잘수도 먹을수도 없게됩니다.

그래서 당분간만이라도 헤어져있고 싶습니다.

아기를 낳을때까지만이라도...잠을 잘수있게되고 먹을수 있게된다면...

신랑은 자신과 함께 둘째를 위해 시간을 보내자고 하지만 지금은 제가 먹어야하고 잠을 자야합니다. 그래서 그 집이 누구의것인지 누가 잘못을 했기에 그 집을 나가라 못나간다라고 따지기보다는 제 자신과 둘째를 먼저 생각해서 행동을 해야할것 같습니다.

 

제가 신랑과의 관계에서 무엇보다도 두려워하는것은 '다시 한번 더'라는 단어입니다.

지금까지 용서하면서 살았는데 다시 한번 더 용서하면 안될까... 그럴수 있지만, 다시 한번 더 이런일이 생긴다면 제가 다시 못일어날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일어날수 있습니다.

지금 힘들고 괴롭지만, 먹고 토하고 먹고 토하는 것이 반복이 되지만 그래도 꾸준히 입에 넣을거고 일어날것입니다.

지금 저는 양쪽 다리와 팔이 잘린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몸으로라도 기어서 일어날것입니다.

 

하지만.... 한번만 더 제가 이런일을 당하게 된다면 저는 완전히 힘들어질것 같습니다.

 

신랑을 사랑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제 자신이 소중하다는것을 그리고 나의 소중함과 더불어 나의 아기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압니다.

아기들을 저에게서 따로 생각할수가 없습니다.

 

신랑과 아침에 이야기를 했습니다.

신랑이 사랑한다고 제발 자기를 떠나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신랑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잠시라도 떨어져있자고... 내가 잠을 잘수있고 음식을 먹을수 있을때까지만이라도 떨어져있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 다음에 우리를 다시 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오늘 아침 짐을 쌓아놓고 출근했습니다.

오늘 신랑이 제가 앞으로 지낼곳으로 가방을 가져다주기로 했습니다. 신랑은 싫다고 했지만 제가 무리를 해서라도 옮길것이라는것을 잘 알고 있기에 결국 신랑이 하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퇴근후, 첫째와 시간을 보내고  저는 저의 새로운 보금자리로 가게 됩니다.

신랑은 첫째와 함께 오늘 밤을 보낼거구요.

 

이젠 더이상 이곳에 글을 안올리려고 합니다. 신랑과 관계되었던 모든것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고 난후, 둘째를 만나고 싶습니다.

 

나중에 저도 다시 웃으면서 이곳에와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던 선배님들에게 감사의 글을 올릴수있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