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착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아주 착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와의 결혼 생활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아이 너무 불행했습니다.
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많이 미워하진 않기로 하였습니다.
사람은 상대적일 수 있는거니까
나의 큰 불행은 그의 직장이 멀리 발령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매주 내려왔으나 잠자리는 하지 않았고(아니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했다)
쓰지 않던 카드값이 4-50만원씩 청구되기 시작하더니
주식을 2-3차례팔아서 쓰기 시작했음을 알게되었을때도 어떤 설명이나 변명을 듣지 못했죠.
내 생일날 딱 한 번 보낸 장미꽃다발 값은 그 다음 달 제가 결제했습니다. 오만원.
딱 한가지 확신했던 여자문제마저 생기게된 거지요.
수도 없이 싸우고 용서하고 각서 쓰기를 반복했지만 그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더럽고 불결하고 이상한 상상들로 머리가 터질 듯 아픈 나날들로 인해
직장생활조차 성실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젠 헤어집니다.
내가 더 이상 그의 앵벌이로 살 수 없다니까 그도 동의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십오년 동안 그의 앵벌이였던 것입니다.
다른 여자들에게 정성을 쏟고 다니는 동안,
나는 버림받은 아니 잊혀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외식, 여행, 운동, 등산, 영화감상, 사우나, 쇼핑.. 그 어떤 것들도 제안받지 못했고
난 생일이라고 장미꽃 한 송이도 받지 못했습니다.
어제는 양주병으로 내 머리를 내리치겠다고 눈을 부릅뜨더군요
이렇게 살았어도 그와 헤어지면 이제는 그를 미워하지 않을겁니다.
잊어줄겁니다. 깨끗이
하지만 돈을 사랑하는 그는 나에게 절반 이상의 재산은 절대 나누어줄 수 없다고 합니다.
좋습니다. 사랑하는, 가엾은 나의 아이를 위해 그 정도는 양보할 수 있습니다.
난 이제 돈이 필요 없습니다. 마음의 평화만이 필요할 뿐.
아주 오래 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