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누가 봐도 괜찮은 사람입니다. 점잖고 조용하고 침착한 사람이죠.
남편의 사랑이 가랑비 같았다면, 저의 사랑은 활화산 같았습니다.
결혼전 5년 사귀고, 결혼 후 6년차 입니다.
결혼 전 남편의 소홀함에 화가 나자 시험해보겠다는 심리 반으로 이럴거면 헤어지자고 했었죠.
그랬더니, 그러지 말고 그냥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하더군요. 그리고 정말 연락이 안오더군요.
결국 제가 이주일 뒤에 달려가서 바짓가랑이 붙들고 늘어졌습니다.
너없으면 못산다고 내가 다 잘못했다고......결혼해 달라고...
그렇게 결혼했습니다.
지난 십년간 그를 지켜보면서 많은 점이 바뀌었습니다.
그도 한때는 저를 애타게 사랑했었죠.
하지만 소나기는 잠시 그 후로 주욱 가랑비가 되었고, 이제는 가랑비인지 이슬인지 안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부터 그가 집에서 하는 일이라고는 컴퓨터 게임과 잠 뿐입니다. 지금까지 잘 참았는데, 문득 생각하니 그것도 서운하네요.
저는 그의 사랑을 받고자 그가 컴퓨터 오락을 하면 그의 발 아래 쪼그려 앉아 하루동안 있었던 재미난 일을 떠듭니다. 그는 저와 눈도 안마주치고 그저 고개만 끄덕거립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성질이 불끈하지만, 소리치고 싸우면서도 단한번도 그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잊어본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는 싸움이 커지고 제 언성이 올라가면 그는 말합니다.
아주 차분하고 침착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넌 예의가 없어. 말을 할때 격식을 갖춰서 말하길 바래. 난 이제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네가 어떤일로 화가났는지, 무슨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지가 않아. 너에게 더이상 관심이 가질 않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왜 결혼을 해서 살고 있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라고 말입니다.
그의 냉정한 눈동자와 침착한 목소리...
이와 같은 말을 결혼 후 세번째 듣습니다.
처음엔 듣지 않았습니다. 화나서 그러려니 했습니다. 평상시엔 나름대로 가정적인 남편이거든요. 그런데 세번째 듣다보니까, 왜 내가 그의말을 여태 믿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 그가 나를 매우 사랑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런생각이 듭니다.
그는 사랑없이도 가정을 화목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인것 같습니다.
여자는 사랑없이는 안되는데....
저희 부부는 겉으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폭력도 없고, 술도 없고 외도도 없고 빚도 없는...그냥 조용한 집안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아줌마 동지들께서는 저런 씨잘때기 없는 소리 같고 마음에 담아둔다고 면박 주실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혼자 열심히 믿고 있었기에 그의 돌변한 태도 그의 냉정함을 모두 참아낼 수 있었거늘...
이제와서 그가 날 사랑하지 않는 다는것을 인정하려니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나의 첫사랑이고, 나의 마지막 사랑인 사람에게,
아직도 그를 보면 가슴이 뛰는 사람에게...
널 사랑하지 않는 다는 말을 듣는다는건 너무도...가슴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