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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BY 아짐 2005-04-22

결혼하면서 아무리 미혼 때 콧대를 높였다고 해도

여자는 약자가 되는 것 같다.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직장이 있었다고 해도

집으로 들어앉게 되고...아이들 조금 키워놓으면

경제력, 사회성...조금씩 멀어진다.

절대 강자는 남편, 최대 약자는 아이, 약자는 아내.

 

따뜻하고 자상했던 남편이 한눈 한 번 팔고나더니

오랫동안 알아 왔던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알고보니 미혼 때 이미

성병이 있었고...도우미와 연락을 하나 하면

새벽 네시 넘도록 술 마시기를 일주일에 두어번씩.

 

며칠 전에는 조카가 하루 있다 갔다.

엄마를 잃은 조카아이...너무 안쓰럽지만

잘 해주지도 못하고.

우리 아이가 입던 작아진 청바지를, 벗어놓은

조카 아이의 옷과 종이 가방에 넣어주는데

노려보는 남편. 그렇다도 내가 조카 아이에게

신경 쓰느라 우리집 일에 소홀했던 것도 아니고,

시누이의 아이들에게 못했던 것도 아니고,

조카가 아니라 동네 아이 친구라도

간식, 식사 챙겨 먹이는 것은 내가 즐겨하는 일이다.

"헤어질 때가 되면 슬퍼요. 이모, 사랑해요.

아프면 안돼요..." 조그만게 가다 말고 제 아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는데

거실에 앉아 있던 남편이 '에이, 짜증나' 내 뱉았다.

불쌍하면 데려다 키우라고 한다.

 

결혼하면 사랑이 식을 수 있다. 대부분 식는다.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식었다고 해서

태도까지 180도로 돌변할 수 있을까.

인간성이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인가...하는 생각까지.

결혼하면서 절대 강자가 된 그가 함께 탄 배를

거칠게 흔들어대고 약자인 나는 물에 곧 빠질 듯

흔들린다. 그런 내 품에 절대 약자인 아이가 안겨있다.

이것이 요즘 우리 집 풍경이다.

 

어디 가서 말도 못한다.

이런 이야기 해보았자 나만 초라해지기 마련이고

시집 식구들은 잘된것은 남편 덕, 못된 것은 무엇이든

내 탓으로 뒷이야기들이 많을 것이고.

결혼이 이렇게 힘든 것일 줄이야.

결혼 할 때가 된 여자들을 보면 결혼보다 평생 직장을

먼저 구하라고 하고 싶다. 남자들 믿을 족속들 못 된다.

내 남편만 그런 것인지 다른 남자들도 모두 그런지는 몰라도.

결혼도 서둘러 할 것도 없다.

고르고 고르고 또 고르고. 그래도 없으면 혼자 살아라.

미혼의 여성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