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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해야 할 좋은 일인데... 나는 왜??? -_-


BY 슬픈아줌마 2005-04-27

내집을 장만했다. 결혼 8년만에...
전세를 끼고 장만한 소형 아파트이지만 거실에서 한강이 바로 앞에 보이는 요즘 모두가 선호한다는 한강변 아파트.

결혼때 남편이 학생이라 2년간 뒷바라지하고, IMF때 첫아이 덜컥 들어서 짤리지나 않을까 조바심 내며 다닌 직장을 아직까지 다니며, 남편과 맞벌이 6년만에 시댁, 친정 도움 10원한장 받은것 없이 허리띠 바짝 졸라매며 장만한 귀한 집이다.

계약에서부터 잔금치루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마음졸여했는지... 내 평생 이렇게 큰 돈을 거래해보기는 처음이기에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고 혹여 실수하지 않을까? 집 거래에 하자는 없나 꼼꼼히 살피며 조바심에 10년은 감수한 거 같다. 그렇게 힘들게 치뤄낸 일인지라 내심 내가 너무 대견하고 처음 내집장만에 가슴이 떨려 잠이 안 올 정도로 좋았는데...

시부모님 반응에 확~ 찬물세례를 받은 듯 하다.

내집 장만하려 한다고 처음 말씀드렸을 때의 아버님 반응.
'그깟 소형 아파트 뭐에 써 먹는다고 사냐? 값어치도 없는데... ' 하시며 윽박지르시더니 지금 합가해서 살고 있는 시댁집 넓혀가야 하는데 돈 없어 못 넓혀간다는 말씀만 하셨다.
다른 시댁식구들(시동생, 시누이들) 반응... 그저 놀랍다는 표정과 함께 묵묵부답... 함께 식사하던 분위기 일순간에 쫘악 가라앉았다.(어머님만 이날 용하다 한마디 하셨음...)

그리고 잔금 치룰때까지... 어찌 되어가냐는 말 한마디 없으셨고, 잔금치루고 마무리 짓고 온 그날까지 축하한다, 잘했다 말씀 한번 없으셨다.

내가 일부러 잔금까지 마무리하고 들어가 시댁 식구들께 목소리 높여 자랑했다. 일 다 마쳤다고, 드디어 내 집을 장만했다고, 아직 실감나지 않고 남의 얘기 같지만 너무 좋다고...
그랬더니 식구들 반응... '그러냐???'(웃지도 않으시고 이 한마디 뿐이었다.)

아... 내가 괜한 짓을 한 것일까??? 결혼 8년동안 뼈빠지게 맞벌이해서 남편 공부시키고, 아이 키우고, 시댁 생활비 대가며 정말 10원한장 헛하게 쓴거 없이 악착같이 모아 서울에 작지만 내 집 장만을 했는데... 정말 내가 괜한 짓을 한 거야??? 물론 식구들의 엄청난 공치사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동안의 내 생활패턴이나 시댁에 한 행동을 보면  최소한 축하한다, 잘했다, 애썼다 정도의 말은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데...

너무나 무덤덤한 반응... 어머님께 억지로 여쭤봤다. '거사(?)를 다 끝냈는데 어머니 기쁘지 않으세요???'
어머님의 반응... '네가 처음 집 사겠다고 했을 때 다 기뻤다. 이미 그때 다 산거 아니었니? 그냥 그때만 기쁘지 뭐 지금은 별루...'

워낙 시댁식구들 감정표현이 없다. 아버님은 무서우리만치 윽박을 지르시고(예전에 난 아무 이유없이 아버님 기분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육두문자도 들어봤다), 어머님은 쾌활한 성격이시긴 한데 칭찬에 인색하시며, 시동생, 시누이들 모두 형제나 집안일에 관심이 별루 없다.
하지만 장남이 자기 힘으로 내집장만을 했다는데, 반응이 이렇게 차가울수가...

큰 기대는 안했지만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댁에 일전 한푼 바라지도 않지만 돈은 있느냐? 준비하는데 힘들진 않겠느냐? 빈말 한마디가 없으셨다. 만약 내가 돈 부족하니 아버님 얼마간 보태주세요... 했다면... 나는 천하에 둘도없는 못된 며느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감히 어디서 돈두 없이 집 산다고 시부모께 손을 내밀어??? 하셨을지도 모른다.

이런 무덤덤한 반응속에 내 방에 들어왔다. 눈물이 울컥 난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으려 이제까지 시댁에서 뼈빠지게 생활했나? 좋은 일, 대견한 일 해놓고 자괴감이 생긴다.

하긴 난 참 복이 없는 사람이긴 하다. 첫아이 임신했을 때도 시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리니 아버님 하시는 말씀... '아니 뭐가 그리 급하다고 애부터 덜컥 가졌냐? 젊으니 돈좀 모아놓고 가져도 가질 것이지'
어머님 말씀... '남편도 학생인데... 어쩌려고 그랬니?'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그럼 지울까요? 했더니 아무 말씀은 없으셨지만 모두 수긍하시는 분위기였다. 난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결국은 내가 고집을 피우고 어떻게해서든지 키워보겠다고 해서 낳았다. 그 아이가 이제 8살이다. 너무 예쁘고 똘똘하게 잘 자라고 있다.

난 여자로써 느낄수 있는 행복의 순간마다 이렇게 찬물을 부어놓은듯 우울하고 침통하게 지나가는 것 같다.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나? 왜 난 축하 받아야 할 순간에 축하는 커녕 냉소와 비난을 받으며 좋은 일을 식구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해야 하나? 나도 친정에서는 귀한 딸, 장한 딸인데...

우리 시동생은 형네 집산다는 소식 듣고 자기집에 가서 바로 동서에게 그랬단다. 애를 3년정도 늦게 나았으면 좋았을 것을,우리도 맞벌이 하자고...

난 이제 이렇게 살지 않겠다. 좋은 일에 실컷 기뻐하고 행복한 일은 행복한 감정 그대로를 느끼며 살고 싶다. 내 일생에 중요한 준비물 하나를 장만했는데... 난 내 맘껏 기뻐하지도 못하고 행복해 하지도 못했다. 내 자식까지 이런 분위기에서 살게하고 싶지 않다.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