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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 칠순 잔치 후 남는 허탈감....


BY 외며느리 2005-06-05

얼마 전 시모의 칠순이었습니다. 그냥 생신도 아니고 해서 잘 보는 곳에 물어 봤더니 가족들과 조용히 밥만 먹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시누들(위로 시누만 3명, 울 남편은 막내 외아들입니다) 에게 저희 집에서 음식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집을 넓혀서 새로 이사했는데 아직 한 번도 안 와 보셨거든요. 그래서 저희 집에서 겸사겸사 하기로 했습니다.

다들 멀리 살아서 저 혼자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시모 생신날 다들 올라오셨더군요. 워낙 잘 먹는 체질들이라서 음식은 남김 없이 다 먹었습니다. 바쁘다고 저녁만 먹고 일어서시더군요. 시어른들은 저희 집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가신다 하구요.

저는 부침개며 잡채며 감자 샐러드며 과일이랑 3봉지씩 만들어서 시누들 손에 쥐어주었습니다. 시누들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당연하다는 듯 들고 가더군요.

다들 보내고 집에 들어 오는데 힘이 쭉 빠졌습니다. 이사 온 뒤 처음 온 집인데 (아무리 시모 칠순이 주요 행사라 해도 ) 빈 손으로 오다니요.

하물며 크리넥스 한 통도 없었습니다. 두루마리 휴지는 당연하구요. 휴~~~

그러면서 음식 봉지를 들여다 보면서 "떡은 없네~~ " 이러는 거예요. 자기들이 다 먹어 놓고선...

정말 서운하더군요. 옆집 사람들은 저희 집에 커피 한잔 마시러 오면서도 휴지 한 통씩은 들고 오던데 말예요.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도 못 듣고 참 허무하고 허탈합니다. 며느리는 당연히 해야하는 거겠죠. 그래도 말 한 마디라도 수고했다고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요?

너무 서운해서 남편에게 투덜거렸더니 남편이 하는 말 " 이 집이 내 집이 아니니까 그렇지..."

이러는 겁니다. 이 집 명의가 제 이름으로 되어 있거든요. 큰 시누가 사업 하면서 부도를 내서 혹시나 저희들에게 보증 서 달라고 할까봐서요. 그리고 제 남편은 맘이 약해서 친구들에게 보증을 잘 서주거든요. 그래서 제 이름으로 한 건데.... 그런 소리 들으니까 피가 거꾸로 솟구치더군요. 눈에서 눈물도 나구요. 이번 달 생활비도 없지만 그래도 칠순이라서 시모 용돈 탈탈 털어서 드렸더니 돌아 오는 건 이런 허무함 뿐이네요...

정말 너무 서럽고 허무해서 몇자 적어 봤습니다.

여기에 이렇게라고 털어 놓으면 한결 맘이 편하거든요..

제 얘기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운 6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