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아버님은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셨답니다.
머슴살며 큰형(시댁 큰아버님)을 공부시켰다지요.
그렇게 공부시킨 큰형에게 아버지 돌아가시며 재산이 물려졌다고 합니다.
재산을 물려받으시고 큰형이 일찍 세상을 버리셨다는데..
형수는 재산을 다른 형제들에게 나눠주지않은채 꼭 쥐고 있었고, 그중 일부 땅이 고속도로 건설에 물려 더 큰돈을 쥐게 되셨다지요.
그 욕심을 고대로 물려받은 큰집 자식들은 형제간의 우애가 사라진지 오래고, 며느리들은 시어머니 서로 안모시겠다고하고, 어머니 가진 재산 탐하며..
제가 결혼해서 제일 먼저 들은 이야기가 바로 큰집 식구들을 욕하는 것이었죠.
시아버님은 크게 욕심 부리지 않으시고 부지런히 사셨답니다.(동네 사람들이 인정할 만큼 부지런하고 일 잘하는 분이셨답니다)
그런데..
그렇게 부지런하게 살아도 내 식솔들 건사하기 힘드신거에 지치셨던지 술을 마시기 시작하셨답니다.
신랑이 초등학교때니까 20년도 훨씬 전이지요.
신랑이 새벽에 눈을 뜨면 이미 시아버님은 만취 상태셨답니다.
그렇게 부지런하고 착하시던 분이 술만 드시면 사람이 달라지셨다는데..
원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을 제일 먼저 괴롭히며 살잖습니까..
10살차이 나는 시어머님을 그렇게 많이 괴롭히셨답니다.
술만 드시면 의처증이 심해지셔 부엌칼이든, 낫이든, 호미든.. 눈에 보이는건 다 흉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갈보년(의처증에서 나오는 말..) 죽이겠다고 흉기 들고 쫒으시면 시어머님은 온 동네집에 숨으셨답니다.
참지못해서 짐싸들고 집을 나가신적도 몇번 있으셨답니다.
그렇게해도 착하게 잘커주는 자식들이 눈에 밟혀 오래 떠나있질 못하시고 다시 돌아오곤 하셨다지요..
당시 누나들은 생계를 위해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과정만 마치고 도시로 나가 공장일하며 학업을 계속하기도 했답니다.
공장일하며 지금의 남편들과 살림합쳐 지내다 식을 올렸다고하고..
젊은날을 술로 보내셨던 시아버님은 지금 술로 인해 간경화로 고생하고 계십니다.
물론 그 뒷수발을 벌써 몇년째 시어머님께서 해오고 계시구요.
이런 집안 사정을 8, 9개월 연애하면서 전혀 듣질 못했고, 또 제가 이것저것 따질줄 모르는 철부지였더랬죠.
일부러 숨긴건지.. 시아버님이 편찮으신걸 결혼하고 2달만에 알았고..
친정은 아버지가 공무원으로 은퇴하셨고, 내 집에 대한 집착이 강하셨던 어머니 덕에 친정부모님이 사시는 집은 당신들 집이고.. 경제적으로 크게 어려움 없이 지내고 계시죠.
시아버님의 친가쪽 형제들은 일찍 세상 버리시고, 친가쪽 사람들관 의가 좋지않아 서로 발 끊고 살고있더군요.
대신 시어머님 친정식구들관 왕래가 많은데..
결혼하고 몇개월만에 일입니다.
시외숙모님의 외손주 돌잔치에 저희 부부가 꼭 참석해야한다고 시어머님께서 두주전부터 말씀하셨더랬죠.
반지보다 돈으로 줘야한다고 가르쳐주시면서..
당신도 현금 부주하시고도 또 저희한테 부주를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날 시어머님 친정 조카들이 많이 참석했었는데..
한 조카가 시어머님께 만원짜리 몇장을 고모부 고기라도 사드리세요. 하면서 쥐어드리더군요.
그런데 저희 시어머님께선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하는 거절의 시늉도 없이, 당연하신듯 쑥 받아 넣으시더라구요.
제가 여태 봐온 모습은(친정 부모님이나 제 주위분들) 돈을 오히려 쥐어주시며 흐뭇해하시는 표정을 짓거나 혹은 안받겠다고 걸절하시며 돈이 몇번이고 눈앞에서 오가는 모습이었는데..
첫 명절때 시골 큰집에 인사드리러 갔었습니다. 의가 안좋더라도 인사는 드리는게 예의라시며..
큰집서 나오는 길에 예전에 시아버님이 시어머님 죽이겠다고 쫒을때 자주 숨어계셨다던 동네분 댁에 절 이끄셨죠.
예전에 나 죽을 고비 많이 넘기게 해주셨다고 인사드리라고..
가엾단 생각이 들지만 웬지 찜찜하더군요..
결혼하고 이런 차이는 숨막힐 정도로 내 목을 조으더군요.
신랑의 18번이 되어버린 말은.. 내가 얼마나 가난하고 어렵게 산지 아냐? 너 가난이 뭔지 알아? 없어서 밥 굶어봤어? 네까짓게 뭘알아? 넌 부자 아빠 만나서 호강하고 산줄 알아.. 입니다.
시아버님 닮아 세상 누구보다 자신이 부지런히 산다고 자부하고 세상 사람들은 어려움 모르고 살아 철없다 생각하며 삽니다.
또.. 의례 여자들 그러지 않나요? 시댁 다녀와선 시댁서 스트레스 받은 일에 대해 꺼내놓지 않나요?
제가 말을 꺼낼라치면, 제가 몰랐던 시댁 이야기를 신랑 입으로 하나 둘 꺼내며 저더러 시댁을, 시어머닐 무시하는 나쁜 년이라고 몰아붙이며 폭언을 일삼습니다.
결혼 3달도 채 안되었을때에도 이미 시아버님께서 병원 입원을 몇번을 하셨는지 모릅니다.
매번 제가 병수발 들진 않더라도 병원에 꼬박꼬박 오갔었는데, 시누가 그러더군요.
요즘 젊은 애들 잘한다더니 넌 애가 왜 그모양이냐.. 다른 집 며느리들은 얼마나 잘하는지 아냐.. 네가 시집와서 나는 이제 편해지겠다, 신경안써도 되겠다했는데 너무 실망이다..
누나가 나한테 그러더라고 남편한테 전했을뿐인데, 남편은 누나가 중졸이라고 무시하냐고 제게 말하며 대뜸 화를 내었었죠.
그때 알았어요. 시누가 중졸인지.. 근데 할벌이랑 이 일이 무슨 관곈가.. 어이가 없었죠.
남편 직장동료의 부인과 몇번 대화를 나눴는데..
맞벌이하는데 돈이 부족하다고 야단이었죠. 적금도 하나 없다하구요..
결혼한 여자들이 자기 용돈이라고 정해놓고 쓰나요?
근데 그 여잔 한달 용돈이 부족할 정도라며 불만을 털어놓곤하죠.
그럼 전 용돈이란거 만져보지 못했고 친정서 비상금으로 쓰라고 조금 주신걸로 부족분 채우다가 이젠 뒷돈도 없다고..
둘이 벌면서 왜 적금도 안하냐고.. 우린 혼자 벌어도 적금은 한다고.. 우리가 더 힘든거 아니냐고 이야길 한적있죠.
했더니.. 남편 귀에 그 말이 들어갔는데 돌아온 말은 네가 나 돈없고 시댁 돈없다고 떠들고 다닌다며? 였죠.
컴플렉스 덩어리 남편!
남들처럼 결혼하니 안그렇던 신랑이 효자가 되어 경제적인 다툼도 물론 많습니다.
하지만 모든것이 신랑의 어린시절이 밑바닥에 깔려.. 무슨일이 벌어지든 빠지지않아 저 미칠것 같습니다.
결혼은 비슷한 집끼리 해야한단 어른들 말이 이제야 실감나고..
형제들이 고만고만 살아야 다툼이 없단 말도 실감이 납니다.
사랑으로 밥 못먹고 산단것도 이제야 알았구요..
나이만 많이 먹었지 너무 철없었음을 뼈저리가 느끼고 있죠.
신랑과 많이 다투고 살다보니..
제가 너무 많이 변했습니다.
사람의 혀에는 독이 있다고하는데, 제 혀에는 독이 있나봅니다.
내 맘 다치기싫어 똑같이 못된 말을 내뱉지요.
하면서도.. 점점 더 악해지는 저를 볼때마다 서글퍼져서..
남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땅을 떠날 준비를 하고있지요..
오늘도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