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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마치고


BY 즐거운 아침 2005-08-22

토요일은 시조모 제사였다. 모든 준비는 며칠 전부터 어머님이 다 하시고 난 당일 전만 부치면 된다. 다른 제사도 그런다.

남들은 주오일근무니 편하제? 하는데 난 그리 편한걸 못느낀다. 오히려 내 집에 있는거 용케 알아 기대를 더한다. 너 토요일 집에 있잖아! 등등 . 꼬맹이 둘 채비해서 남편 깨워 준비해 시댁에 도착하니 벌써 열두시 반. 시숙모 두분이 벌써 오셔서 찌짐 굽고 계셨다. 내 늦게 온다고 난리난리 오만 짜증을 내셨다. 일찍 와서 일 안한다고. 모든 준비는 어머님이 다 하시고 전도 부치기만 하면 되게 해놓으신다는거 다 아는데 마치 당신들이 다 하신냥. 평소 제사에 돈 한푼 안내놓으시면서. -맏아들인 우리가 대부분 낸다.- 당신들 시어머님 제사인데도 일 좀 하신다는게 그렇게 유세떨 일인지.

어머님은 멀리서 직장다니랴 꼬맹이 애 둘 수발하랴 늘 바쁜 며느리 불쌍해 하시면서 엔간하면 잘 안시키신다. 늘 하시는 말씀 "이거 다 니가 해야될낀데 뭐하로 일찍 시작하겠노. 지켜볼 수 있을땐 그냥 지켜봐라. 니 안해도 안즉 다 잘돌아간다. 니 숙모들 이제 오십줄인데 뭘 못하겠노"  그런데 숙모님들은 벌써 손놓을려고 작정을 하신다. 몇번 내가 휴가내서 제사도 거들고 했지만 요즘은 부서가 바뀌면서 엄두도 못낸다. 그리고 종손집 그 많은 제사 다 휴가내면 난 직장도 못뎅긴다.

어머님은 숙모님에게 그냥 이런 말씀 하신다. "니도 미느리 봐보래이. 일 시킬수 있을 것 같나? 그저 당해봐야 알제. 미느리 보면 더 힘든다." 나중에 나에겐 " 맏며느리자리란게 해도 욕 안해도 욕 그저 말들이 많은 자리다. 그기에 다 신경쓰지 말고 니 소신대로 니 하고집은대로 해라. 그라고 우리도 제사 좀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야겄다. 나는 그냥 하지만도 니는 또 우째 다 할끼고" 하며 걱정하신다. 어머님도 속이 많이 상하셨다.

 

난 시댁에만 가면 어깨가 아프다. 어깨죽지가 너무 아파 손만 대도 아플지경이다. 이제 세살되는 둘째는 온 집안을 어지러고 다니고 큰애는 계속 징징대고 남편은 모든거 눈갑고 티비보든지 아님 잔다. 시댁에 가서 암것도 안하는거 같은데도 난 거의 앉을 새가 없다. 저녁이 되자 어깨가 넘 아파 결국 파스 붙였다. 제사지내고 먹고 설겆이 하니 열두시 반, 이제는 큰애가 열이 많이 난다. 손발은 싸늘하고 머리만 불덩어리다. 해열제 먹이고 계속 애 신경쓰니 아침엔 아주 일어나질 못할 정도다. 나이드신 시모 아침하고 난 엉러거주줌한 상태로 아침 보내고 챙겨 집에 왔다.

 

곧장 뻗을 것 같은데도 장 봐서 일주일치 반찬하느라 결국 저녁에야 가서 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내 집일 하니 어깨가 안아프다. 거의 몇시간을 서서 일해도 그리 아픈 줄 모르고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