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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남편 핸드폰 속의 여자


BY 막막함 2005-08-31

아침 10시경에 남편의 핸드폰을 열어봤다. 물론 남편몰래.

 메세지를 보니 오늘 새벽 1:45쯤 '그녀'에게 보낸 가슴아픈 글이 적혀있다. "널 내 가슴속에 꼭꼭 숨겨두고 싶다. 너무 보고싶고 너무 사랑한다." 이 메세지를 읽는 순간 정말 영화나 드라마에서 처럼 다리에 힘이 풀리고 손이 덜덜 떨리고 차가와 지면서 가슴이 콩닥콩닥 ...

남편이 화장실에서 나오기 전에 도로 주머니에 넣어놨다. 남편의 눈을 바라볼수가 없었다.

나갔다 오겠다고 해도 목이 메어와서 대답을 안했다.

하~ ......  배신감이란 이런 거구나 ! 싶다.

 

남편과 난 동갑내기다. 초등학교 동창이다. 그렇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만나온건 아니고 24살어느 여름쯤 동창모임에서 만나 교제를 해오다 28살에 결혼을 했다.

처음에 다가온건 남편이였지만 나중엔 내가 훨씬 더 좋아하게 됐다.

남편은 연애때부터 사소로운 얘긴 거의 잘 안한다. 내가 꼬치꼬치 물어봐야 겨우 대답해준다. 집안얘기도, 직장얘기도, 주변 친구 얘기도.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과는 잘 놀아준다. 집안일도 스스로 찾아서 하진 않지만 부탁하면 곧잘 해주고. 본가와 처가 둘다 똑같이 대한다. 되려 자기집 보다 처가를 많이 챙길때도 있고. 그럴때마다 항상 고마워했다.

 

원래 성격이 자분자분 얘기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나도 퇴근하고 들어오면 그저 편히 쉬게 해주려고만 했다. 그런 그가 올 늦봄부터인가 하루이틀 정도씩 "누구랑 저녁약속이 있다" "동료들과 당구 한게임 치고 들어가겠다" "오늘 당직이다" 하면서 늦어졌다. 직장이 서비스업이라 원래 퇴근시간이 늦는데다 휴무일도 한달에 2틀정도. 게다가 직장 오너가 자주 바뀌고 업무도 수시로 바뀌어서 사람이 너무 힘들어 하길래 " 쉬는 날이면 좀 나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바람도 쐬고 오라고 했다" 그래도 묵묵부답. 여전히 쉬는 날이면 집에서 tv리모콘만 붙잡고 사는 그였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매일 500원짜리 동전 몇개 모아와서 아이들 저금통에 넣어주며 경제가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가득모인돈을 가지고 은행에 가서 얘들 통장에 넣어주는 그런 아빠. 그런 그가 소중히 생각하는 가정을 등지고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이다.  

 

요 몇달 긴가민가 했다.

비오는 날은 여지 없이 새벽이다. 오죽하면 우리큰딸(7)이 "아빤 비오는 날은 맨날 늦더라"할정도다. 헌데 무딘 나는 그걸 못 느꼈다. 아니 남편을 너무 믿었었나 보다. 부부사이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믿음이 최우선이다 라고 생각해왔으니...   실제로 남편은 본인이 내뱉은 말엔 항상 책임지고 행동하는 사람이였다. 그런 그가 여자가 생겨서 가슴속에 꼭꼭 숨겨두고 몰래 몰래 만날줄이야...      

 

여러 복잡한 일이 있어 7월 말경에 남편은 회사를 퇴사하게 됐다. 8월 초쯤 머리좀 식힐겸 회사 동료와 1~2일 정도  어디좀 다녀오겠단다. 평상시 밖에 잘 나가지 않은 사람이라 되려 등 떠밀며 어서 다녀오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상대가 누군지 확인도 안하고 보낸 내가 너무 바보스럽다. 그놈의 부부사이의 믿음 때문에...

 

핸드폰속의 여자는 회사 동료다. 그녀가 내 남편에게 보낸 사연또한 눈물이 날 정도다.

내 남편이 새로 시작하는 일이 너무 힘든일이라서 자기 가슴이 메어진다는등...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녀가 회사 동료라는 것과 이름, 핸드폰 번호.

 

아! 이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정말이지 남들이 이런 얘기할땐 진짜루진짜루 남 얘기인줄 알았다.

세상에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세상에 믿을놈 하나도 없다는게 진짜 뼈저리게 느껴진다. 이제 내일이면 본격적으로 새일을 시작하는데 그전에 대화를 해봐야 하는지, 아님 핸드폰 속의 그 여자에게 먼저 연락을 해봐야 하는지,   시간을 적당히 두고 그냥 지켜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얘기를 해서 남편이 아니라고 발뺌하거나 다신 안그러겠다고 한다 해도 이미 남편에게서 믿음이 없어진 내가 분명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난 이것이 가장 두렵고 무섭다.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해도 나 몰래 딴여자와 바람핀 남편.

드라마 라면  그냥 넘어가도 되겠다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게 문제다.

 

마음이 뒤숭숭해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와 유사한 일로 현명하게 대처했던 님 계시면 리플 부탁드려요.

악플은 사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