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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지 않은 편지


BY 동서에게 2005-10-25

동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걸로 착한 동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것 같지만 그속은 시커멓다는 거 알아.

어떻게 그렇게 기가막힌 말을 해놓고 아무일 없다는 듯 전화를 하고 알랑알랑 말을 하는지 난 적응이 안돼.

내가 열받은 건 어떻게 동서 입에서 제사랑 설날에 못오겠다는 소리가 나오지?

동서도 봐왔잖아.

나 애 둘이라도 장봐서 음식하는 거. 그렇게 힘들게 해놓고도  어머니 잔소리 하시고 동서는 옆에서 어머니한테 동조했자나. 입바른 소리는 또 잘해서 화장실 냄새가 어떻네, 정리하면서 일하면 정리할께없네, 행주 삶으면 새것되네, 애들 어케했는데 떼를 저래 쓰네 어쩌네 저쩌네...참 내가 동서는 어떻게 그렇게 잘알어? 그러니까 동서가 조카가 많아서요. 언니가 많아서요. 그랬지...

나 그래도 참았거든. 괜히 내가 열낸다고 알아줄 것도 아니고 나만 병신될껄 머. 그냥 내가 진짜 살림을 못하는구나, 애를 잘못키우고 있구나 생각했었어.

동서 시집온 첫해에 제사때 기억해?

나 날 춥고 힘든데 애들 어린이집 맡겨놓고 음식혼자 했어. 그건 다들 바쁘니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지. 근데 동서 저녁에 설거지좀 했다고 디게 유세떤거 기억 안나나 보지?

난 순진하게 참 내가 잘못했나부다 했어. 동서 잘해줄 생각밖에는 없었거든.

난 동지라고 느꼈기 때문에 서로 다독이면서 하려고 했어.

동서가 어머니랑 같이 나 살림 못한다, 어머니 쫓가냈을때 형님이 잘못했다는 입바른소리 들으면서도 동서니까 그런말 할 수 있다. 그말도 못하게 하면 가족끼리 얼마나 서먹하겠나 싶어 나혼자 삯혔어. 그렇게 잘하는 사람이 어째서 제사음식 만들때는 이거 어케하나 모른다 하면서 재료정리만 했었지. 이번에 나 아프니까 혼자도 잘하대. 일 안하던 어머니도 같이 일 하대.

이런거 저런거 다 들썩거리면 속만 상하고 어쨋든 동서는 어머니랑 합세해서 나 시집살이 시켰거든. 아니라고 하겠지만 참 요사스럽다고 생각했었어. 여우짓도 정도가 있는거야.

근데 그랬던 동서가 조리해야한다고 제사때 못오겠다고?

그건 내 감정을 떠나서도 그래 어떻게 제사에 안올 생각을 하지? 그때 낳는 것도 아니고 한달이 넘는 시간인데.

절만하고 가더라도 와야하는게 옳은거야.

다른집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배웠어.

정 멀고 힘들면 택시라도 타고 와야하는거야.

나도 참 생각이 많았어. 애 낳고 힘들면 못올 수도 있는데 왜 이렇게 억울해 할까? 어차피 와봤자 애 낳네 하면서 눈꼴시린짓만 할텐데 뭐하러 그러나 싶기도 하고... 그래서 말을 아끼자 아끼자 했지.

동서 눈치 빤하면서 사람 바보 만들지마.

내가 이러는 거 33아빠는 가만 있으래.

동서가 아직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말을 하면 명분이 없다나.

근데 이미 아까 전화통화 피한걸로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으니 이 글을 쓰는거야.

어머니의 반응은 어떤줄 알아?

니가 일다한다고 하고 33애비가 데릴러가면 되지않냐고 그러더군.

입장바꿔 생각해봐.

어머니 말때문에 더 열받었어.

동서가 동서 하고 싶은데로 하면 난 정말 잘못산거야.

내가 병신이라 다 하고 산거지.

알아서 눈치껏 요령껏 피해야 하는 건데말야.

근데 그건 정말 적성에 안맞거든.

그런 사람들 정말 가증스럽거든.

지금 내 감정 상태가 그래.

어쩌다 보니 동서한테 화살이 쏠린 것 같은데 우리 가족들 모두 한테 실망이야.

동서가 그이야기 하는데 아무도 한마디 안하더군.

또 나만 미친년 되는거야.

참 웃기지?

나두 몰라. 콩물집안에 시집온 기분이야.

동서는 또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 "지가 잘못해놓고 왜 나한테 그래?"하고.

맘 대로 생각해.

난 동서 샘네고 질투하는거 아냐. 참고만 있으니까 그래두 되는 사람인줄 알고 앞으로도 계속 시집살이 시킬 것 같아서 열좀 내고 있는 중이지.

이제껏 시집살이 당한것 새록새록 떠올라서 돌아버릴라고 하니까 전화하지마.

그리고 제사때, 설날때 몸조리 잘하고 추석때 혹시 오려면 추석날 아침일찍와서 절만 하던지 전날 밤늦게 오든지....

올수나 있겠어? 그때면 애가 10개월일텐데 걷지도 못하고 10키로 넘는 걸 안고 어떻게 와. 나와는 다른 여왕님께서 납시려면 힘든 일일테니 오지마.

그래도 애는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