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어느날 부턴가 남편이 조금씩 이상해 지기 시작했다.
난 이유를 물었고 대답을 회피하는 남편과 잦은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 남편에게 들은 감당하기 힘든 고백...
대학 시절 사귀던 여인, 그리고 헤어져 잊혀진 여인...
그리고 나를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기까지 근 이십년...
두 달 전에 연락이 왔고 그러면서 알게 된 남편도 모르게 낳아진 남편의 아이.
그 여자는 말기암 판정을 받고 얼마남지 않은 생을 입양 보낸 그 아이를 찾아 속죄를 하고 싶었나 보다.
참으로 희한하지!
그런 소릴 듣는 내내 난 내일이 아닌 듯 화도 나지 않고 눈물 조차 나지 않았다.
거기서 감정을 드러내면 정말 그 모든 일이 현실이 될까봐 난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이틀을 꼬박 잤는데 현실은 그대로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난 남편에게 아이 찾는 일을 도와주라고...하지만 그 아이가 행복하다면
앞에 나타지 말라고,
이 일로 인해 돌 맞은 사람은 나로 족하다고,
그 아이, 그 부모들까지 함께 맞게 하지 말라고.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찾지 못했고 그녀는 저 세상으로 떠났다.
나는 남편에게 임종을 지키고 유해 뿌리는 일까지
마치 속 넓은 마누라인양 아무 내색도 없이 다 하도록 도왔다.
그런 내게 남편은 정말 감동한 듯 했다.-속두 모르고.
그날 이후 난 남편에게 맘의 문을 닫아 버렸다.
머리로는 그 사람도 불쌍하다고 아무리 이해를 하지만 가슴에서 타오르는
원망과 미움의불씨가 나날이 더 커져서 나를 내가 어쩌지 못했다
그렇게 부부 아닌 부부로 산게 3년.....
그 동안에도 남편은 끝없이 화해를 청했고, 용서를 구했지만 닫힌 마음은 열리지 않았다.
남편은 자기가 어찌해 주면 되겠느냐고...
난 단 한마디, 더 이상 너의 얼굴을 안 보고 싶다고...
남편은 내 소원대로 짐을 싸서 나갔다.
그런 상태로 한달에 한 번, 아님 두번 아이 보러 집에 들르는 식....
집에 올 때 마다 보여지는 핼쓱한 남편의 얼굴.
난 애써 모른 척하며 지내기를 8개월...
지난 번 집에 와서는 정말 나랑은 힘들겠냐고, 노력하고 싶지도 안냐고...
난 냉정하게 그렇다고,
남편은 담에 올때는 내가 원한 답을 가지고 오겠다고.
그리고 남편은 금요일 밤에 면도도 안하고 까칠한 얼굴로 집에 왔다.
할 말이 있는 듯 내 주위를 맴 돌기만 한다.
계속 냉정한 내 태도에 한숨 한 번 쉬고는 방으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깊은 밤 빗소리를 들으며 맥주를 3캔이나 마셨다.
눈물이 난다.
왜 내 삶이 이리 됐는지.
4년이라는 세월을 짧지 않은 시간을
나도 그도 너무 아프게 살았다.
남편이 잠든 방에 들어 갔다.
잠이 든 그....
그 새 너무 많이 늙어버린 듯 하다.
그를 위로해 주고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손을 뻗으려는 순간 남편이 눈을 떴다.
난 당황해서 나가려고 하는 순간 어느 새 남편 품에 있었다.
그리고 터진 눈물.....
저 깊숙한 곳 커다란 멍울까지 다 녹여 주는
고통과 후회의 눈물이었다.
남편은 나를, 난 남편을 ...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아도
우린 서로의 아픔을 너무도 잘 알았다.
서로의 눈물을 닦아 주며 아침을 맞았고
아이에게 편지를 남기고 우린 1박2일의 짧은 여행을 떠났다.
비 그친 하늘은 너무도 푸르고,맑았다.
다니는 내내 두 손 꼭 잡고 눈 마주치면 배시시 웃고,
둘만의 은밀한 장난에 얼굴 붉히며.....
아! 그래.
남편과 난 이렇게 사랑하는 사이였었지.
그 사람의 웃음이 빛이 되고,목소리만으로 전율을 느꼈던
그런 사랑으로 살았는데...
지금 난 당신을 보며 느낍니다.
여전히 나를 빛으로 떨리게 하는 당신을
다시 되찾았음을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