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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 먹도록 뭐했는지 사는게 왜 이리 허망한지


BY 맘 상한이 2005-12-30

연말이 되고 한 해가 저무는 시점에서 너무 허무하네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시집와서 시부모 모시고 신혼생활 시작해서

올 분가할 때까지 14년이란 결혼 생활에서 남는 것은 긴 한숨과

끊임없이 밀려드는 후회뿐 입니다.

별난 시부모 모시고 시동생 시누이 모두 출가시켜 잘 사나 싶었는데

시동생의 이혼으로 큰엄마란 죄로 시동생 아이들까지 떠맡아

키워주다 아이들을 아예 제게 떠맡기려는 시어머님의 횡포에

참지 못하고 남편이 분가를 결정해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결혼 생활 14년 동안이라고 해야 모아 놓은 돈은 전셋거리 얻을

비용조차 안되고 그렇다고 시부모가 돈을 주면서 집을 얻으라고

할 분도 아니어서 대출받고 여동생한테 빌려 17평짜리 작은 아파트

하나 얻어 분가를 했습니다.

분가하고 마음만은 편했습니다.

아끼고 아껴 다음해에는 한평이라도 넓은 평수로 옮겨야지라는

야무진 꿈도 가졌는데 요즘 들어 이런 희망이 그저 희망일 뿐입니다.

제 생각과 사는 방식과 전혀 다른 남편의 쓰고보자는 식의

생활습관이 제가 가진 작은 희망조차 앗아가고 있습니다.

연말이라 망년회가 잦습니다평소에도 술을 좋아하는 남편에게는

12월은 그야말로 천국에서 지내는 날일 정도로 가족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만 연말 분위기 만끽하고 삽니다.

12월 초부터 송년회 스케줄이 빡빡하게 잡혀있더군요.

그렇게 짜여진 송년회 스케줄이 공식적으로 오늘까지 매주 최소

3번에서 많게는 5번까지 있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도 회사에서 단체로 송년모임으로

강화도로 놀러 간다면서 1박2일로 다녀왔습니다.

다른 가정에서는 이날 아이들과 즐겁게 보내기 위해

음식점 예약도 하고 케잌을 사고 여행까지 가던데..

그런 호사는 바라지 않지만 이날 만큼은 아이들과 둘러 앉아

정성스레 차린 밥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나요?

혼자 송년 모임여행 다녀온다고 남편은 나가버리고

덩그러니 아이들과 저만 쓸쓸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내야했습니다.

회사일이라 이해는 해도 한참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게

아빠라는 사람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지겠습니까?

12월의 마지막 업무인 오늘 역시 그동안 술자리 참석하느라

바꾼 숙직으로 집에 안들어 온답니다.

우리 큰 딸아이가 저 보고 그러더라구요.

집 분가해서 나오면서 얻은 대출비용이 얼만데 빚갚을 생각은 안하시고

술만 드시고 우리 아빠 생각이 있는 사람이냐고..

무책임하고 자기밖에 모르는 남편덕에 초등학생인 딸아이는 대출금 걱정하고

있으니 도대체 사는 게 무엇입니까?

11월에 카드로 그은 돈 갚느라 월급 한푼 찾지도 못하고 오히려

카드빚 메꾸느라 적금 해약했습니다.

남편몰래 한푼 두푼 들어 놓은 적금인데...

이번 달에 성과급 받는다고 자기 마음대로 써제낀 카드빚이

300만원이 나왔습니다.

성과급의 대부분이 카드 결제 금액으로 다 들어갔습니다.

 원래 씀씀이가 헤픈 사람은 주위에서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죽기 전에는 그병 못고칩니다.

아마 죽어서도 카드로 긁고 싶어 관 문짝 열고 나올 사람입니다.

내년에 중학교 들어가는 딸아이 교복이라도 맞춰주려고

했는데 못난 부모덕에 일찍 철들어 버린 딸아이한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이 나이 먹도록 수중에 모아 놓은 돈은 없고 왜 이렇게 사는게

허망하고 힘든지 내가 욕심을 부렸거나 사치를 한 것도 아닌데

몇 푼안되는 텅빈 통장의 잔액란을 볼때마다 우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