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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너무 답답해서 한번 글 올립니다.


BY 똘똘이엄마 2006-01-18

우리 동서가 셋째를 임신했다는 말에 가슴이 답답해서 인터넷 뒤적거리다 몇자 적어봅니다.

저는 아들 하나 둔 맘인데, 둘째가 생기지를 않아요. 생기지 않는 이유도 있긴하구요. 병원에서 유즙분비 호르몬 수치가 높다고 해서 MRI 촬영한 결과 그냥 약물로 수치를 떨어지게 하자고 해서 지금 몇년째 약을 먹고 있는 중입니다. 병원에서는 자연임신은 어려우니까, 불임과로 가서 임신을 해보라고 하는데, 저의 여러가지 경제적인 여건상 그렇게 하기도 어렵고 사실, 겁도 나고 해요. 그냥 자연임신이 되기만을 바랄 뿐인데,.. 사실, 임신을 한다고 생각해도 걱정이 되요. 약을 먹고 있으니까.. 의사선생님은 아무 상관없는 약이니까, 걱정하지 말라고는 하시는데, 요즘 세상이 하두 오염이 많이 되어서 기형아가 태어날 확률이 높쟎아요.

그래서, 그냥 저는 자연임신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만 가지고 사는데, 우리 동서는 우찌 그리도 임신이 잘 되는지 모르겠네요. 아이 둘 낳고 유산도 두번이나 했거든요. 근데, 얼마전 시집에 집안모임이 있어서 갔더니만, 저희 시어머니가 태몽을 꿧는데, 제가 임신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셨다더군요 . 근데, 니 동서가 임신을 했다네. 그러시더라구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가 얼마나 슬펐는지, 그리고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구요.

저희 신랑은 아들만 삼형제인데, 우리가 둘째에요. 근데, 시아주버님은 아이없이 몇년전 이혼을 하고 혼자 사시거든요. 그래서 지금 상황으로는 저희 아들이 장손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나중에는 변동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동서도 아들 둘이랍니다. 어머니 말로는 태몽이 아들 꿈이라면서 또 아들 낳겠다네요. 요즘 세상에 아들, 딸 구별 없지만, 제가 아들이 아니고 딸하나를 두었다면 지금보다 더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 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아들이기에 그나마 제가 시집에 면목이 서는게 아닐까요?

그냥 동서가 밉네요. 인간이 왜이리 간사스러운지. 동서를 미워 하는 제 자신도 싫네요.

아무리 요즘  출산을  부추기는 세상이라지만, 저렇게 셋째를 또 가져야 되나 싶구요.

돌아오는 설날이 무서워집니다. 작은집 식구들이랑 모두 모였을때, 동서의 셋째 임신소식을 두고 얘기할때, 제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아니, 표정관리가 잘 안 될 것같아요. 제가 한 소심 하거든요. ㅎㅎ

이렇게라도 글을 적고 나니까, 조금 답답함이 풀리네요. 아이를 한 명도 낳지못하는 불임도 많은데, 그 분들에 비하면 저는 아무 그 것도 아니겠지만, 하여튼 슬퍼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랑한테도 미안하고 저희 아들에게 너무 너무 미안해요. 외롭게 만들어서...

우리 동서가 셋째를 낳으면  우리아들만 너무 외톨이가 되는 것같아요. 사촌은 아무 소용 없쟎아요. 우리 동서를 미워하는 제가 너무 못된 인간인가요? 미워해야 된다는 제 현실이 정말 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