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우에서 몇마디 밑자리를 깔자면 한 맺힐만큼 엄청난 시집살이 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 않습니다. 또 제 얘기 보다 보시면 아주 팔자 좋은 뇬이구만, 하실분도 있을 것 같아 진즉에 저도 수다 떨고 싶은걸 몇 번 망설였습니다. 그래도 제가 여기에 제 얘기를 쓰고 싶은건 저 역시 우리 사회에서 ‘며느리’로서의 정체성에서 자유롭지 못한지라 ‘소통’을 하고 싶은 맘이 있고 이 공간에서 서로 속상한걸 풀어내보이고 다독여 주는건 좋은데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우리들 스스로 변화를 위해 좀 더 용기를 내어보자는, 적당히 할말 하면서 개기면서 살자는 뜻에서입니다.^^)
결혼 날짜 잡기 전에.
남자들은 보통 울엄마가 울엄마가 이러는데 남편은 유독 울아버지가, 울아버지가 하길래 쪼매 껄쩍지근 했더랬습니다. 한술 더떠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라길래 뜨아했지만(보통 그 정도 나이되면 부모말고 존경하는 인물이 한, 두명은 있게 마련 아닌가요?)남편의 말 대로라면 자식한테 존경받을만한 분 같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인자한 시아버지 얼굴을 그리면서 첫 인사 드리는 자리에 나갔지요. 첫 대면자리에서 울 시아버님과 저 비슷한 생각을 했을겁니다. 만만치 않겠군.
울 시아버님 보시기에도 곰팅 순딩 아들 휘어잡겠다 싶으셨을테고(사실임다 ㅎㅎ 그래서 지가 넌 나한테 딱 걸렸어 하는맘으로 인생항로 바꿨는데요 머^^) 저 역시 처음 눈 마주치는 순간에 이 집은 시어머니가 아니라 시아버지가 어려운 상대겠구나 감이 오더군요. 그래도 두분다 점잖은 양반들이시라 그저 무난하게 지나가고 두분 뵌 날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더군요.
결혼전에 남편이랑 저랑 결혼식을 어떻게 할것인가, 어떻게 살것인가 대충 이런저런 이바구를 주고 받았습니다, 남들처럼. 전 실용주의자인데다가 나이 먹을만큼 먹어서 요란떨며 결혼식 하고 싶지도 않았고 평소 제 가치관대로 밀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사이사이 남편한테 체크도 했지요 물론. 니네 부모님 나 페미니스트인거 알고 있으시냐? 평범치 않다는거 알고 있느냐(잘났다는게 아니라). 니도 마지막으로 잘 생각해봐라. 니네 집이 유교 베이스가 강한거 같은데 중간에서 중심 잘 잡을 자신 없으면 지금이라도 잘 생각해보자 잉? 얼마나 걱정이 됬는지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10권 넘게 읽혔습니다. 나 제대로 알고 결혼하라고. 남편이 그러더군요. 걱정하지 말라고, 울 부모님 무척 깨인분들이고 합리적이시라고. 그리고 손도 잡고 뽀뽀도 했으면 당연히 결혼 해야 되는거 아니냐고 앙탈을 부리길래
....(컥~)
하객은 가족과 친한 친구만 부르고, 부조는 되도록이면 생략하고 얌전 빼야하는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리봉에 왕관쓰고 당일 하루만 공주행세 하다가 신혼여행 끝나고부터 무수리 가다로 사는거 싫다, 그냥 평민처럼 옷입고 식치르고 무수리 말고 평민처럼 살고 싶으다..
식장은 내가 찍어둔데 있는데 무난하다. 주례는 여자로 하자, 남자만 하란법 있냐. 명색이 내가 페미 아니냐...동시입장 하고 평등 선언문 낭독하자...
우리집은 자식넷에 밑에 동생들 다 결혼할동안 뻐대던, 제 잘난맛에 혼자 잘도 살던 늙은 딸이 결혼한다니 내 맘대로 하라는데(대학 다닐때만 해도 남자한테 전화온걸 먼저 받으면 너 어느학교 댕기는 모하는 넘이냐 묻던 아빠가 나중에는 황인종이면 된다그랬으니 한국토종에 착하기까지 하니 뭐..) 문제는 남편집이더군요. 자식이라곤 꼴랑 둘인데 환갑 넘어서야 개혼이니 남편집은 결혼 말 나온순간부터 들뜨는 모드더군요. 더군다나 남편이 늙은 학생신분이다보니 안그래도 우리나라 전통이 혼인을 주관하는건 어른들인데 본인이 돈도 없으니 뭔 주장을 내세울거며 울 남편 결혼 준비하면서 하는 깜냥 보니 자기 돈으로 결혼해도 자기 주관대로 할 위인이 못되더군요.
내가 찍은 예식장..개혼인데 그래도 더 폼나는데서 하는게 어떻겠냐시네, 그러므로 기각.
하객들 간소하게 부르는거도 그러시드라, 원래 울 엄마 아부지 검소하시고 그런 분이시지만
개혼인데다가 그동안 맺힌 한도 있으시고..그러므로 또 기각.(그동안 뿌린 본전 생각나시는구만, 어쩔수 없지 쩝)
그럼 웨딩드레스 안입고 그냥 원피스정도 입고 씩씩하게 동시입장 하는거는 되는거야? 그건 될꺼야.
몇일 뒤에, 울 아버지가 왜 그렇게 튀냐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웨딩 드레스 입으래. 니(남편) 맘대로 할거면 니가 알아서 결혼하래...동시입장은 요즘 많이 한다고 괜찮데..미쳐, 또 기각.
그럼 여자 주례는 꼭 밀고 나가는거다 잉? 정신 똑바로 차리거래이. 응 알써.
알긴 뭘 알어. 시아버지가 니네 지도교수로 해라 한마디에 꼼짝도 못하고 내 시선은 아예 피해버리더이다. 여자 사회(내친구) 보는 콩고물로 합의 보면서 또 기각.
패물이니 뭐니 장롱속에 쳐박아둘 돌덩어리 생략하자는것도 어머님이 갑자기 보석가게로 불러내서 바리바리 해주면서 또 기각(전 꿋꿋하게 남편 시계만 해줬습니다)
아놔, 뭐 특별히 엽기적이지도 않지만 특별히 폼나게 남다르지도 않은 부모님들이구만, 뭐 그리 나한테 환타지를 심어준겨, 이 넘의 예비남편은.
결국 제 의지대로 한건 동시입장, 평등선언문(이것도 시아버지가 뭘 그런걸..그러시는걸 제가 그날 사회보는 친구한테 낭독해달라고 했습니다.) 신혼여행 제주도로 가기(제주도도 좋은데 굳이 몇시간씩 비행기 타고 왜 허둥지둥 하다가 오나싶어), 예단 내 예산안에서 성의껏 드리고 현금 다시 돌려주고 우짜고 안하기. 예단 무척 뜨거운 감자더군여. 결혼할까요 이딴 카페에서 눈팅 해보니까 예단, 예물 참 탈도 많고 얼마를 주믄 얼마는 돌아와야 하는데 얼마밖에 안왔느니, 예물이 너무 후지다느니 섭섭하다드니. 그래서 제 고집대로 밀고 나갔습니다. 쓸모없는 솜 이불대신 시누이한테 상의해서 티브 바꿔드리고 천만원 보내고 500돌려받고 우짜고 안하고 그냥 내가 드릴수 있는 500보내고 끝내는걸루.
참 거기까지 가는데 지난하더군여. 또 거기까지 가면서 울 남편이 아버지라면 꼼짝 못하는
‘효자’의 탈을 쓴 ‘몸만 성인’이란것도 눈치까고. 또 시부모님과 나 사이에서 중심 콱 잡고
중간 역할 잘 하라고 하기에는 너무 둔팅 곰팅에 왜 그래야 하는지 필요성을 못느끼는 대한민국 토양에서 자란 똑같은 콩과식물 ‘아들’이란것도 알게됬지요.
이러저러 해서 나 중간에 욕 안먹힐라믄 당신이 이런거를 요렇게 조렇게 테크니칼 하게 여쭤봐야 하는기야 라고 가르치면, 응, 알써. 그러고는 이상하게 여쭤보고는 나 잘한겨? 왜 못한겨? 뭐가 이리 어려워..나한테 그런 어려운거 시키지마, 너무 어려운거 안하믄 안될깡? 흑흑..이러는데 뭘 중간 역할을 시킵니까. 그때부터 저는 차라리 둔팅 남편 치워뿌리고 시부모님과 제가 맞장(?)으로 관계맺음에서 오는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걸 알았지요.
그리고 오날날 결혼준비기와 신혼기라는 혼수상태 시기가 지나 가끔 맞장으로 해결보면서
살고 있습니다.
혼수상태 신혼기 이바구는 담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