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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유리창을 깼습니다.


BY 속상이 2006-02-03

결혼 7년차 시할머니를 모시고 있는 아줌마입니다.
시할머니를 모시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가끔 여기서 풀기도 했었는데...오늘은 진짜 힘들었습니다.

오늘 제가 오전에 중요한 볼일이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했습니다.
유치원 아이 준비하고, 아침 준비하고 제 준비도 하고...분주하게 뛰어다녔습니다.
할머니가 제가 없는 사이에 설겆이나 다른 일을 할까봐 더 열심히 빨리 준비를 하고 9시에 아이와 함께 나왔습니다.

할머니한테 어찌나 신신당부를 했는지...
절대로 현관문을 열지 마세요.(할머니는 문을 열고 나가면 잠그질않아서 늘 불안합니다.)
설겆이나 다른 집안일 하지 마세요...등등..간단히 드실 간식까지 놓고 나갔었습니다.

서둘러서 일을 보긴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구요.
유치원에서 끝나는 아이데리고, 늦은 점심때문에 부랴부랴 집에 들어왔는데....

현관문이 잠겨서 열리지를 않는겁니다. 열쇠는 갖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안전잠금 장치를 눌러버렸나더라구요. 아무리 열쇠를 해도 안되는거예요.

저희 할머니가 귀가 어두우셔서 밖에서 아이하고 소리소리를 질렀습니다.

몇십분만에 할머니가 나왔는데....

세상에 문을 못 열고 소리만 지르시는거예요. 자기가 안에 갇혔다고....할머니도 당황하셨을거라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지르면서 안전장치를 풀라고 해도 계속 할머니 얘기만 하는거예요.

 

나중에는 마루 창문이라도 열어달라고 두드렸는데....마루 창문도 못 여는 거예요...

사람이 집안에 있는데도,,,열쇠를 갖고 있는데도...문을 못열어서 딸아이와 저는 밖에서 2시간 가량을 보냈습니다.

종이에 써서 현관문 틈으로 끼워보냈다가, 할머니가 이해를 못하는거 같아서 그림으로도 그렸다가...아무리 해도 할머니는 못 열더라구요.

저도 넘 열받구요....화가 나서 미치겠더라구요.

남편한테 전화를 했더니, 현관문 보조키 옆이 유리인데, 그 유리를 깨고 문을 열라고 하더라구요. 할머니나 저만 힘만들고 해결이 안날거라구...

마침 벽돌이 옆에 있어서 몇번 유리를 두드렸는데, 무섭기도 하고...유리는 꿈쩍도 안하는 거예요. 딸은 옆에서 놀래하고...저도 난생처음 유리를 깨는 것인데 얼마나 무섭던지...
그런 모습을 딸이 그대로 보고 있는 것도 속상하고...내가 그렇게까지 해야하는 것도 속상하고...

넘 화가 나니까 한번 탁 쳤는데, 유리가 금이 가면서 조금 깨질려고 하더라구요.
근데 할머니가 유리가 깨진다고 그것을 손으로 받겠다고 그 앞에 자꾸 서있는거예요....

뒤로 물러나라고 또 고래고래 소리지르고....저희 할머니는 청각장애가 있거든요....

저 오늘 울면서...소리지르면서.... 처음으로 유리를 깼습니다.

너무 무섭고 겁나니깐 힘이 세게 안되어서 유리는 조각조각 깨지고...
마루 여기저기 유리가 튀기고...할머니하고 아이는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하고 유리조각을 치우는데...어찌나 속상하던지...

나한테 시할머니를 맡기고 몰라라하는 시어머니만 미워서 혼자 속으로 무지하게 원망했습니다. 남편을 원망해야할지...시어머니를 원망해야할지...속이 터질것같더라구요.

그 난리를 치고 한 두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흥분이 가시질 않네요.
계속 화만 나고...짜증만 나고...


그러고 잠깐 쉬는 사이 할머니는 가위를 하나 주면서 머리를 돌려 끝에만 살짝 잘라달라고 하시네요....네...참....
지금까지 미용실에서 잘랐었는데 오늘따라 가위들고 심란하게....

또 아이하고 할머니하고 나가서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왔습니다.


저도 할머니가 될텐데...늙는것도 무섭고...
우리집에 돌아가실때까지 제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할머니도 무섭습니다.
이런 표현이 좀 못된것은 알지만, 요즘은 진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무도 신경을 안쓰고 당연히 우리의 몫이 되어버린 시할머니....진짜..................................


계속 화가 솟구치는 저를 어찌 못하겠습니다.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데...이것을 어찌해야죠?
남편이 퇴근해서 들어오면 무슨 말부터 무슨표정으로 어찌 해야할까요? 싸움이나 되지 않을지....사랑가득 행복가득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는데...왜 이렇게 안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