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여러분들의 글을 읽고 나서 격려와 위로의 글들에 감동받아 그만 울고 말았답니다.
혼란스럽고 외로운 마음에 혼자서 힘들게 고민했던 문제였거든요.
어쨌든 이제 결론은 제가 내려야 하는 것이겠죠!
사실 저희 신랑과 사이는 너무 좋지만, 그 사람은 참 바쁜 사람입니다.
IT통신업에 종사하느라 매일 밤늦게 아니면 새벽에 귀가하고,
지금도 석달째 지방출장 중이라 주말부부지요.
제가 13년간 꽉차게 바쁘게 다니던 직장 관두고 집에 있으려니까 그 여유로움이 참 좋긴한데
세끼 밥 차려서 혼자 먹어야 하는 것이 가장 외롭더군요.
북적대던 회사구내식당에서 동료들과 시끌벅적 수다떨며 식사한게 13년인데 말이죠...
이런 현실에, 이런 마음상태로 아이를 낳는다면 전 어떻게 될까 걱정이 큽니다.
혼자 태교하고, 혼자 몸관리하고, 혼자 좋은거 찾아 먹어야하고,
혼자 낳아야하고, 혼자 산후조리 해야하고 ( 친정과 별로 안친해요-새엄마 )
혼자 아가를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전 아마도 이런 현실때문에 더 겁먹어서,
그 외로움이 더럭 겁나 아가를 갖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신랑은 3살된 쌍둥이 조카들을 가끔 볼때마다 이뻐하더군요.
그 애기들을 1년에 몇 번, 잠깐 보는 것이니 이뻐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TV방송에서 조금만 땡깡 피우고, 막 울어 제끼는 아가들을 보면
"쟤 어떻게 키우냐, 애기가 왜저러냐" 이러더군요.
아가는 항상 방긋 웃고, 착하고 순하고 말 잘듣는 걸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제가 한마디 했었더랬죠.
"애기들 대부분이 저렇다. 세상에 갓난아기가 말 잘 듣고 울지 않는 애가 어딨냐" 고요.
신랑은,
자기 조카들은 안그렇답니다. 완전 기막히더군요.
가끔, 것두 잠깐 보는 조카니까 이쁜 모습만 보이는 것이겠죠...
아가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건데... 얼마나 힘들게 하는데...
저는 아가 낳은 회사선배 언니들, 친구들 사는 모습 지켜보고 들어 다 알지만,
새벽에 나가서 밤늦게 또다시 새벽이 되어 들어오거나 지금처럼 출장이나 다니는
신랑이 뭘 알까요.
새벽에 나가고 늦게 들어와 아가의 얌전히 잠자는 모습만 볼테니 이쁘고 귀엽기만 하겠지요?
방긋 웃는 모습보며 위안을 받으려는 걸까요?
집에 오면 피곤해서 잠만 자는 사람이 과연 아가는 어떻게 대할까요?
저를 많이 아끼고 힘든일 안시키려는 신랑이니까, 만약 아가를 낳게 되어 고생하는 걸 보면
괜히 낳아서 고생시킨다. 이렇게 힘든 건줄 몰랐다 할까요?
어쨌든, 혼자 낳아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힘이 드는 군요.
후.......
모르겠어요. 정말 다 모르겠어요. 지금 같아서는 그냥 결혼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훌쩍 떠나버리고 싶습니다.
아가를 낳아야하는가의 혼란스러움, 나이는 나이대로 들어간다는 강박관념,
뭔가를 해야한다는 강박관념...
혼자서 생활하는 외로움들에 둘러쌓여 있는 지금은,
모든게 귀찮고, 모든걸 다 포기하고 싶기만 합니다...
저 이러다가 큰 일 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