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 왜이렇게 억울한 기분인지 아세요?
제 넋두리 좀 할께요.
저 결혼하기전에 시댁유세 말도 못했습니다. 제가 해간 집도 그들은 당연한걸로 알았고
아들 일류대출신 학,석,박사인것으로 시부모님 유세는 하늘을 찌를듯 했습니다. 당장 일류대교수라도 되는것처럼 말이죠.
내아들은 그런사람이라서 집안살림은 너 혼자 다 해야한다.
남편에 비해 한참 모자라니 니가 잘해야한다.
제가 직장나가서 돈 벌고 살림도 저 혼자 하는거 당연하다고 말이죠.
남편이 집에서 설거지를 한번이라도 도와주는지조차 시댁에서 일일이 체크하며
자기아들 감히 부엌에 들여놓는 괘씸한 여자라고 비판하시더군요.
아무것도 아닌게 자기네 그렇게 훌륭한 아들을 감히 손에 물묻히게 한다나요?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더군요.
심지어는 시동생까지도 자기형에 비해서 형수가 많이 딸리는데 자기형이 너무 순수한
사람이라서 저랑 결혼했다고 막말을...
제 학벌이 남편에 비해 딸리는거 빼곤 집안환경도 그렇고 남편보다 더 못한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객관적으로 훨 낫죠. 제 성격이 좀 안좋은것도 빼구요.(예민,히스테릭...)
맞벌이라도 제가 아침식사 찌개에 반찬까지 다 만들어서 차리고
저녁에 와서도 먹고프다는거 다 만들어주려고 했고...
남편 포닥월급(박사마치고 바로 결혼했거든요) 얼마 안돼서 (제가 버는게 몇배가
더 많았습니다.대기업경력 6차 월급+디자이너라서 프리랜서 수입까지) 저 무지
열심히 저축하고 살았습니다. 남편 교수되면 월급적으니까 어쨋든 지금부터라도 많이
모아서 빨리 부자돼야지. 교수는 명예직인데 품위유지는 해얄꺼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회사에서 옷 잘입기로 1등하던 제가 결혼하고 옷도 거의 안사고 지냈구요,
그렇게 해서 저축하니까 돈이 금새 모이더군요.
정말 유치할수도 있겠지만 결혼후엔 저금통장 액수 불리는게 지상목표라도 되는양
했습니다. 남편은 겉으론 절 비웃었지만 나중에 통장보여주니까 좋아하더군요.
시댁에서 절 몇년간 계속 함부로 대해도 남편땜에 참았습니다.
남편이 교수되면 내 공로 인정해서 그들도 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꺼야 싶어서...
그렇게 몇년 한국대학서 포닥하다 외국포닥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저는 한국에서 직장에 계속 다니고 싶었습니다. 지금 나가면 내 커리어 무너진다생각에
그러나 남편은 부부는 떨어져서 사는게 아니라며 부득불 같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래도록 일을 해온 저로서는 제 인생 몇년간만 휴식하자싶어서 함께 갔어요.
저는 그곳에서 박사남편의 아내로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외국서 학교다니는 동안 거기음식 입맞에 안맞아하길래 아무래도 좋아하는걸로 식단짜서
점심도시락 싸주면 하는 논문이 더 잘되겠지?싶어서 학회가 있어 출장간날 외에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도시락을 새벽같이 일어나서 챙겨주었고 나중엔 임신으로 잠이 많아져서
매일 점심때 맞춰서 30분넘는거리를 차타고가서 따끈한 밥 갖다줬습니다.
그 학교분들이 남편더러 왜 그렇게 아내를 고생시키냐고 했다며 도시락 먹을때 눈치보인다고도 하더라구요. 그럴수록 더 잘 싸줬습니다. 매번 디저트까지 다 챙겨서...
그곳에서 공부하거나 교민들은 하루에 한끼를 한식으로 먹기도 힘들다던데 저는 하루에 세끼를 모두 한식으로 먹게 해줬습니다. 국,찌개,여러가지반찬까지 곁들여서요...
제가 지금하는 고생은 나중을 생각한다면 고생도 아니다, 자기분야에서 더 큰 사람 되게하려면 이정도는 내조도 아니지?그런 생각으로요.
돈도 더 열심히 모았어요. 남들은 포닥하면 저금 많이 못하는걸로 아는데 우린 좀 상황이
특별해서 한국때보다 오히려 더 많이 모을수 있겠더군요.
남편의 품위유지를 생각해서 남편옷은 명품으로(물론 세일때 이용해서) 갖춰줬구요.
전 거기서도 옷 거의 안사입고 지냈어요.
임부복도 한벌도 안사고 얻어입었습니다.
아기낳고 병원서 열흘있던거 빼고 퇴원하자마자 집안살림 다시 다 제 차지였구요.
한약을 먹었지만 일년이 넘도록 산후풍으로 심한 고생했습니다. 날마다 눈물로 지냈죠.
울 아기가 고집도 세고 울기도 무섭게 울고 힘도 세서 체력딸리는 저로서는 정말
날마다 남편오기만 기다리며 아기안고 울기도 많이 울었고 그렇게 매일을 보냈어요.
너무너무 힘드니까. 너무나 힘들어서 저는 날마다 울지 않을수가 없었습니다.
산후조리제대로 못해서 몸이 엉망인데 태어난지 얼마안된 아기배에 가스가 잘 차서
어떤날은 5시간동안 단1분도 쉬지못하고 계속 안고 달래야했어요. 그날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 싶을정도로 힘들었어요. 우울증까지 겹쳐서 너무 힘들었죠.
몇번이나 아기만 데리고 한국와버릴까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나름대로 정말 최선을 다 했습니다.
좋은아내(성격은 좀 나쁘지만), 좋은엄마가 되기위해서...
그런데...
한국오니 아예 학교에 어플라이 할 생각을 안하고 자기 취미나 열심히 하더군요.
한참뒤에 답답한 맘에 왜 학교에 어플라이안하냐?물었더니 자기는 더 급한걸 먼저 한다나요? 자기 취미가 더 급하답니다. 급한게 눈앞에 있는데 어떻게 안하겠냐며.
나중엔 또 말이 바껴요. 교수직에 회의라고...교수 좋은게 아니라고.
정부돈 받으려면 거짓말도 많이 해야하고 거짓말 안하면 정부보조를 받을수가 없다고.
자긴 그런 비리가 싫대요.(원래 성격이 그렇긴 합니다.황우석같은 사기꾼 이야기나 들먹이며...좋은교수님도 얼마나 많은데...)
교수 하긴할껀데 그거 꼭 해야하는건 아니지않냐고.
내가 너땜에 교수하려고 태어났니?라고. 그 말 들으니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군요.
최근엔 또 그러네요. 자기 후배를 만나고 온날에 한말이 쉬고 독서해보니 원래 하던 전공해야지 안하니 허전하다면서 저보고 닥달이나 하지 말라대요.
사실 그의 지나칠정도의 자신감...에도 매력을 느끼거든요.
그러나 그 말 하고부터 벌써 한달이나 지났는데..계속 쉼표 상태예요. 또 답답함의 반복.
어쩌면 제 허영일수도 있겠지요. 그 살아온 동안 허영의 댓가가 이런것일까요?
참으로 힘드네요..
친정은 여유가 꽤 있으세요. 그래서 친정부모님은 우리가 아직 자리못잡았다고 생각하셔서 경제적으로 많이 도와주시죠.
사실 안받아도 우리 남들만큼 먹고사는데는 지장없지만...
전 나쁜딸인가봐요. 주시는족족 무조건 다 받아서 통장에 넣어요.
제 마음이 불안한가봐요.
반면에 시댁에서는 너희가 외국가서 우리한테 뭘해줬냐?귀국해서 우리한테 뭘해줬냐며
용돈보내라고,생활비 보내라고 그러네요. 한번은 시댁으로부터 너무나 기가차고 어이가 없는 일을 겪고나서 그 효자이던 남편조차 이젠 시댁에는 연락도 안하더라구요.
쓰고보니 정말로...제가 가정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할 일을 했던것이고
바래왔던 댓가는 이젠 없어도 신의뜻으로 생각해야 하나요?
저는 받아들일수가 없을것 같아요.
한가지만 바라보고 살았던 제가 너무나 어리석은 걸까요?
아님 아직 희망은 있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