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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돌아가는것이 분명하다 1


BY 서울늦된새댁 2006-03-17

 


내가 사는 아파트 반상회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한날 그랬다.

‘부녀회에서 아파트값 담합해서 올리는거 지양해야하지 않을까요’

몇몇 아줌마들 표정이 금새 심상치않아진다. 한 아줌마가 급기야 입을 떼신다.

‘아파트값 올라가는게 왜 싫어요, 대체?’ 세입자도 아니면서 그러니 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집 없는 사람들한테 지금 너무 절망적인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1가구 1주택보유자인 사람들한테도 절대 좋을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한 평 늘릴때 500만원이 드는거랑 1000만원이 넘는거랑 엄청 차이가 나잖아요. 또 소득은 그만큼 안느는데 집값만 오르는게 정상인가요? 왜 좋은지 되려 제가 묻고 싶은데요’


안그래도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날을 평일 아침 2시간동안만으로 결정해버린것에 문제 제기를 하고 난 참이라 몇몇 분들이 저 새댁 재수없다 하는 얼굴인데도 내친김에 말해버렸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날을 늦은 저녁시간, 다음날 아침 2시간 모두 이틀을 할애해 운영해왔다. 그래 맞벌이부부나 싱글맘들이 불편하지 않던 것을 그들의 불편이나 사정 무시하고 40평대 사는 전업주부 부녀회 회장이 주도해 쾌적한 아파트 환경 운운해가며 한번 거세게 반대에 부딪혔던 일을 또 몇몇이 모여서 기어이 해치워버린 이유가 아파트값 올리기와 상관이 있다는걸 잘 알기때문이다.(이 야그는 기회가 되면 다음번에 자세히)


그날 나 혼자 재수없는 여자 되는거 알면서도 입바른 소리하면 뭐하나, 아파트값은 계속 오른다. 얼마전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통장 아주머니한테 인사하며 ‘우리 아파트값 너무 오르는거 아니냐’ 했더니 아직 멀었단다. 더 올릴려고 노력중이시랜다. 헐.할말이 없다.

결혼할때만 해도 평당 천만원이던 아파트가, 그때도 기막혔던 집 값이 2년만에 1억이 넘게 올랐는데 정말 억~소리 나는데 아직도 주변시세 생각하면 부족하단다.

주변시세? 사정은 이렇다. 우리 아파트와 바로 인접한 동네가 서울시를 엄청 개발해서 하느님한테 봉헌하겠다는 명바기 아저씨가 뉴타운으로 거듭나게 해주겠다느니, 난개발이라고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곳이 보이느니 하면서 집값이 1차 꿈틀 꿈틀.

그러나 더 결정적인건 서울의 서남권이 어쩌느니 하면서 대형 건설사가 브랜드 아파트 대단지를 건설하는데 33평 아파트를 4억 3천만원에 분양하면서 주변시세가 형성이 된거다.


‘국민’주택 규모 실평수 25.7평 이하 시멘트 덩어리, 땅도 없이 마당도 없이 허공으로 치솟은 닭장이 4억이 넘는다니. 헐헐헐. 고소득군에(고소득군 좋아하시네, 상대적 고소득군이지!) 속한다는 잘난 대기업 다니는 우리 남편 월급이 이것저것 빼고 나면 4인가족이 그저 인간답게(?) 살수 있는 수준이다. 그리고 해마다 월급은 올리네 마네 지롤을 떨면서 겨우 5프로나 오를까 말까. 근데 집값은 2년새에 30프로가 넘게 올르는데 이게 안 미친건가. 근데 더 어이가 없는건 아파트 현관 게시판 보드에 얼마 이하로는 팔지 말자는 공고문까지 붙여가며 꾸준히 올리는 중이라는거다.


그런데 얼마전에 더 어이가 없어졌다. 절로 ‘아주 미쳐 돌아가는구나, 그래, 어디까지 가나 해보자’ 소리가 나왔다. 남편이 퇴근이 너무 늦으니(그 잘난 대기업은 10시가 넘어야 일이 끝난다. 집에 오면 12시가 다된다. 전 사원 마누라의 하숙집 아줌마화를 가열차게 추진하는 기업이다. 글로벌기업으로 잘나가신다는데 야야 어느 글로벌 스탠다드가 근로 기준법을 개무시하냐. 맺힌거 맞다. 목구멍이 포도청인게 더러울뿐이다) 출퇴근 시간을 줄여볼 수 있는곳으로 이사를 할까 싶어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보고 기절했기 때문이다. 이미 분당은 분당이 아니라 치자. 판교 광풍여파로 용인까지 평당 1400~1500만원에 분양한다고?  답 안나온다, 참. 부녀회 아줌마들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날은. 교통 편한 서울 한복판에 있는 아파트 팔고 이사갈래도 다른 지역 아파트 값이 오르니 불안 심리가 작동 하기도 하겠다 싶으다.(그래도 이러면 안. 된. 다.)정말로 잘들 미쳐 돌아가고 있다.


아파트값 올라서 좋은건 건설 5적( 관심 있는 분들은 ‘부동산 공화국’이란 책을 읽어보시길)이랑 1가구 다주택 보유자한테나 좋은거다. 70프로 가까이 되는 보통 시민들한테는 항개도 좋을 일이 없다.

우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소득 인상분이 집 값 인상분을 택도 없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란거. 집 없는 사람들은 그냥 전세나 살다 죽으라는 말씀? 임대 아파트? 개코나. 아니, 쥐꼬리지. 생색내기용 쥐꼬리만큼 지으면서 뭔 선전만 요란한지.

그리고 실평수 25.7평이하 방 세 개짜리 국민주택 아파트 값이 ‘보통 동네’에서도 4억이 넘어가는데 방 세 개가 많은가. 25.7평이 넓어? 또 애는 셋 정도 낳으시면 애국하시는거라고 권장까지 하자나. 애 셋에 부부 합하면 5명인데? 절망 넓을까? 내가 살아보니 33평 아파트 그닥 안 넓다. 이쯤해서 짱돌 쥐시는 아줌마들 계실텐데, 잠시 짱돌 내려 놓으시고 제말 끝까지. 지금 우리는 ‘착시’현상을 경험하고 있는건 아닐까요. 33평이 너무 비싸서 그것도 만족하고 살아야 되는거지 정말로 충분히 넓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25.7평이하 주택이 시골 어디에 있는거고 한 1억쯤 한다면 남편과 제 서재로 꾸밀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요리에 취미가 있는 나로서는 주방이 더 넓었으면 좋겠다, 동치미, 김칫독 묻을 마당이 몇평이라도 있어야겠다 말해도 짱돌 날리실건지요..?


물론 아컴 들어와서 이런저런 글 읽으면서, 지금 우리사회의 빈곤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아는지라 어쩔때는 33평 아파트 내집에서 두 식구 사는게 감사하고 심지어 죄스러워질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시멘트 닭장 국민주택에 사는게 죄스러워지는 이 상황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있게 아닌가, 다시말해 지상에 방 몇칸 마련하고 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짓밟혀지는 상황을 문제 삼아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득권층이야 보통사람들이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생각하고 지금 상황에 자족하고 군말없이 살아주면 고맙겠지요. 그래야 지들은 강남에 어디에 투자를 빙자한 투기를 해대고 대형차 타고다니며 국민 들먹여 가며 쌈질에 열중 할 수 있지요. 8.31 부동산 대책? 하늘이 두쪽나도 잡는다더니. 판교에 이어 송파 신도시? 집이 모자라서? 놀구들 있으세요.


하도 열받다 보니 잠깐 옆으로 샜는데, 다시 돌아와서.

그렇다면 정말 내집 올라서 좋은일이 없을까. 이런 경우는? 일이 잘 안됬네. 장사라도 해야겠네. 집이 4억쯤 한다니 지방으로 내려가서 2억으로 집사고 남은 2억으로 가게라도 하나.

 노후가 되니 현금도 수입도 없고 집은 한 채 있네. 지방으로 내려가고 남은 돈으로 노후설계를. 이럴때는 도움이 되는 케이스도 있겠지요. 또 단순 계산상으로는 분명 든든하게 여겨질 수 있겠지요. 근데 정말 대다수한테 도움이 될까. 든든할까. 이런 경우 얼핏 보면 실물자산이 올라 든든할 것 같지만 글쎄요. 지금 실버타운 지방에 있는거는 다 망해가고 서울이나 수도권 근교에 있는거만 잘되는 현상, 외국도 시골에 있는 실버타운은 성공못한이유, 자식들이랑 친구 사는곳 떠나서 자기만 딸랑 시골로 가는거, 지방으로 내려가는거 선호 안한다는거지요. 또 교육 때문에 학교 다니는 애들 있으면 선뜻 지방으로 이사가기 쉽지 않지요. 결국 다 같이 집값 오르면 그저 기분상으로 내 재산이 4억이나 됬네, 나도 억대 부잔가 싶은거지 방 세개에 몇억 지불해가며 아파트 시멘트 바닥에 앉아 살다 그냥 죽는거지요. 그리고 아들, 딸 장성해서 집 사는데 좀 보태라도 줄라치면 또허리가 휘겠지요. 아들, 딸 받는 월급으로 언제 집살꼬 한숨쉬며 걱정만 늘겠지요.


이래도 집값 오른다고 좋아라 해야 할까요. 집 값 올라서 그 차익은 일부 부자들과 건설사, 건설사랑 결탁한 ‘무리’들 주머니로나 들어갈텐데요. 그리고 그 주머니 두둑한 인간들은 그 걸로 자식들 집 척척 사주고, 니도 기득권층으로 살으라고 사교육비 엄청 투자하고 해외 유학보내고 인맥 만들어주고..또 결국 보통 사람들의 자식들은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사니라 숨이 차겠지요.....


오늘도 멀미가 납니다. 20층 넘는 아파트 맨 꼭대기층에서 잠시 내려다보니 땅이 너무 멀어 멀미 나고, 건너 마을 브랜드 아파트 터 닦는데보니 멀미 나고, ‘아내모’(다음카페 아파트값 내리기모임입니다. 관심 있는분들은 가입하세요^^) 회원들의 곡소리는 점점 높아가는데 우리들을 비웃듯이 아파트 값은 또 점점 올라갑니다. 미쳐 돌아갑니다, 뱅글뱅글. 멀미가 또.


아줌마들이 들고 일어나서 청와대나 건교부앞에 벌떼 같이 몰려가야 정신들을 차릴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