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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 야구를 보는 눈


BY 속상해서 퍼왔읍 2006-03-20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를 아십니까? 논어에 나오는 문장으로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입니다. 이번 WBC 대회를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 문장을 다시 한 번 새겼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준결승에서 일본에 패배한 것이 억울할까?


한 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합니다. 오늘의 우리 언론의 보도들을 보면 6승1패는 결승진출에 실패하고, 4승3패는 결승에 올랐다고 불평이 그득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대회가 열리기 전의 우리들의 예측과 우리 언론의 예측, 세계 언론의 예측을 돌이켜 보자고 제안합니다.


아무도 우리가 이렇게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우리의 꿈의 목표는 4강이지만, 우리의 현실적 목표는 8강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전문가 누구도 우리가 일본을 이긴다고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잘하면 승리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겼습니다. 일본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온 일본 국민의 응원을 받는 일본 야구팀을 이겼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패배하면 거의 끝이라고 생각하는 절박한 일본을 상대로 또 이겼습니다. 정말로 기적 같은 일이 두 번씩이나 일어난 것입니다.


우리 프로야구는 시즌의 결말을 코리안 시리즈를 통해서 정리합니다. 여기서도 3연승을 이루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전력이 한 수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는 일본대표팀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었습니다. 여기에 3연승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대표팀은 2승1패만으로도 기대이상의 성과입니다. 대회의 규정은 규정입니다.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미국은 그 어이없는 규정을 만들어 세계대회 사상 초유의 코미디 같은 3연전을 구경하는 망신을 당했습니다. 우리가 불평을 할 수는 있지만, 정말로 여유롭게 대처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야 했을까?


공중파 3개 방송이 모두 생중계를 하고, 대중이 모일만한 곳에서 집단으로 응원을 하고, 과연 그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었어야 했을까요? 저는 오히려 이런 지나친 관심이 선수들을 압박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승리를 바라는 것은 아마도 우리 국민 모두의 바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을 선수들이 모르지 않았을 것인데 이런 것이 오히려 선수들의 심적부담을 더 준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미 두 번을 이긴 것도 대단한데 그러지 않아도 부담스런 상대인데 정말 어이없는 대회규정으로 다시 상대하는 상황을 맞이했는데 온 국민이 법석을 떠니 반드시 또 이겨야 한다는 심적부담이 대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순수하게 응원하는 국민들이야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집단들의 기민함에 화가날 따름입니다.


 우리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분명히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대표팀의 실력이 일본 대표팀의 실력에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오늘 이치로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 이길 팀이 이긴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두 번의 승리가, 미국 대표팀을 이기고, 멕시코를 이긴 것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모든 승리는 분명히 살아서 지워지지 않는 역사로 기록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얻었을까요? 가능성입니다. 그리고 자신감입니다. 지금 우리의 수준이 결코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올라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박진만, 이진영의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할 최고 수준에 이미 올라있음을 모두가 보았습니다. 오승환의 투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승엽의 타격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는 이 경기를 통해서, 한국의 프로야구가 3년 후에 벌어질 2회 대회에 대비하여 무엇을 더 보완하고, 무엇을 더욱 키워야 하는지를 알아낸 것입니다. 4년전, 축구를 통해서 우리가 정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듯이, 오늘 우리는 야구를 통해서 다시 한 번 그 자신감을 확인한 것입니다. 우리가 정상에 우리가 느끼던 것보다 훨씬 가까이 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 선수들이 체험했고, 감독, 코치들이 체험했고, 우리 국민 모두가 체험했습니다. 한국의 프로리그도 이제 아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수준에 올라온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는 강팀이었습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분명히 객관적으로 우위에 있는 일본 대표팀을 3번 모두 이기겠다고 욕심을 가진 것은 좋지만, 그것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타박을 할 것은 전혀 아닌 것입니다. 병역혜택을 너무 일찍 발표했다는 식의 지나친 계산셈은 정말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를 욕보이는 저급한 발상입니다. 좀 잘한다고 온 세상이 떠들썩하게 호들갑을 떠는 언론들 좀 자중했으면 싶습니다. 가능성을 본 것, 자신감을 가진 것, 그것으로 우리는 충분히 얻었습니다. 첫술에 너무 많은 욕심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며칠 후 돌아올 대표단에 정말 수고했다, 당신들이 진심으로 자랑스럽다는 말 한마디 건넵니다. 열흘간 즐겁고 신나고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