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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마음이 통하지 않는 것이 슬프다


BY 답답이 2006-05-10

결혼전엔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했다.

이티란 영화를 보면 소년하고 이티하고 손가락

마주 대고있듯이

결혼해도 남편과는 그렇게 통할거라고 생각했다.

 

어린이날이었다.

그전날 남편과 일정을 짰다.

어린이날 딸아이랑 놀아주고 어버이날 전날 즉 일요일에

친정 들렸다가 시댁가기로.

 

어린이날아침

아침밥을 먹는데 요란하게 남편핸드폰이 울린다.

시누였다.

남편얼굴 일그러진다.

시부모님을 찾아뵈라는 특명이시다.

조금있다 시아버지 전화가 요란하다.

시댁에 오라는 전화다.

항상 이런식이다

결혼오년내내

휴일 아침은 늘상 시댁식구들의 전화가 빗발친다.

 

일이주마다 가는데도 늘상 전화가 오고

또 애 짐싸면서 꾸물대면 (누가 꾸물대고싶어 꾸물대나

애가 돌이 안되서 짐이 한가득인데)

갈때까지 전화가 다섯번도 넘게 온다.

빨리 안오고 뭐하냐고.

 

난 정말 소리치고싶었다.

왜 어버이날 전날 간다고 말을 못하냐고

그런데 남편이 그런다

분명 나하고 계획을 세워놓고도

시스터보이 마마보이라

어버이날은 어버이날이고 어린이날은 어린이날이란다

그래서 시부모님이 애기보고싶으시단다.

헐 ~~~~~~~~~~~~~

언제나 결혼오년내내 내말보다는

누나말이나 엄마말을 더 잘듣는 착한 아들

착한 남동생

 

그럼 난 도대체 이집에 뭐라말이냐.

 

그래서 내가 그랬다.

그럼 어린이날 시부모님 오시라고해서 같이

마트로 장보러가자고

그런데 이넘말이 더 웃긴다.

무조건 우리가 가야한단다

그리고 무슨 장을 여러사람이 가냔다.

여러분 장보러 가는데 사람수를 정하나요?

시부모님하고 우리하고 같이 가면 안되나요?

내가 남편 설득해서

시부모님 기쁘게 오셨다.

 

내가 그럼 당신은 왜 무슨 날이되면 친정은

그렇게 무심하냐했더니

여자가 결혼하면 시집을 챙겨야한단다

이게 무슨 개풀뜯어먹는 소린가.

난 일이주마다 전화에 찾아뵙는데

시댁을

남편은 친정이 코앞인데도

전화도 찾아가잔 말한마디 없다

내가 그랬다 당신

친정한번 가자고 한적 있냐고

그랬더니 자긴 거기가면 불청객이란다

이건 또 무슨소린가

불청객은 분명 자기가 불청객이 되고픈거겠지.

자기식구밖에 모르는 남편

친정가면 엄마나 오빠랑 얘긴안하고

뚱하니 티비만 보다가

다들 불편해해서 할 수없이 집에 오는데...

 

난 그럼 시댁가면 어떤가

애기챙기랴 시어머니 말씀 들어드리고

밥차리고 눈코뜰 새 없이 궁둥이 방바닥 붙일 시간도 없는데.

그런데 더 웃긴게 있다.

나한테 그런다.

난 니가 친정가자고 하면 싫다고 안하는데

넌 왜 시댁만 가자고 하면 싫다고 하냔다.

그것도 웃기다.

주말마다 시댁가자는데 누가 그때마다

좋아 하고 웃을 수 있을까

그게 꼭 시댁이 싫어서가 아니라

아파서 쉬고싶을 수도 있고

또 우리가족끼리 마트로 장보러 가고싶어서일 수도 있는데

남편은 무조건 시댁이 싫어서라고 생각하는

머릿속이 궁금하다.

그리고 난 남편이 불편해해서 친정에 혼자 다니지

무슨 날 뺴고는 (생신 명절 어버이날)

결코 남편에게 친정가잔소리 안했다.

 

왜 난 결혼해서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 시댁식구들을 대하는데

남편은 왜 날 생각한다면

최소한의 노력도 안하는지 궁금하다.

그게 너무 답답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나도 벌을 주고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해주고싶어서

잠자리도 피한다.

예전엔 잠자리가 너무 싫다는

여자들 얘기들으면 그럴려면 결혼은 왜했어 했는데

이제 이해가 간다

남편이 너무너무 밉고 싫기에

그의 손길이 너무 싫다.

 

내가 좋아하는 대화도 거의 없다.

그는 속마음을 일체 얘기 안한다.

그와 얘기하면 언제나 싸움으로 번지기가 쉽다.

그도 날 원망하는 것같다.

오남매중 둘도 없는 효자인 막내인 남편은

시부모를 모시고 살고싶어했으나

내가 결혼전에 난 자신없다고 헤어지자고 했다.

물론 남편이 접고

결혼했으나 지금도 남편은

노인 두분만 사는걸 너무나 가슴아퍼한다.

 

내가 속으로 그런다.

그러게 내말대로 그냥 평생 결혼하지말고

엄마아빠랑 살지 그러게 왜 날 붙잡았니...

당신은 결혼하지 말았어야했다고....

일요일엔

엄마는 집에 안계셨다.

외할머니댁가셨단다.

남편의 얼굴이 안좋았다.

시댁에 또가고싶어서라는걸 난 잘안다.

마음약한 나

또 시댁을 간다.

남편은 술만먹으면 사랑한다고 나밖에 없다고 말하나

가증스럽다. 행동은 그게 아니면서...

 

월요일에 어버이날 꽃바구니들고 애 업구

한손엔 수박한덩이 들고 엄마집에 갔다.

정말 생각할수록 괘씸한 놈이다 남편놈.

진정한 효자가 아니다 그넘은.

이기주의자다.

지부모 소중하면 아내의 홀엄마도

챙겨야 인간아닌가.

인간도 아닌인간

친정의 가난이 지겨워서

인조인간처럼 강하고 생활력있는 남자를 골랐더니

행복하지가 않다.

예전에 마음씨 따뜻하고 날사랑해주는

남자가 있었다.

가난해서 가난이 지겨워서

크리스마스 전날 이별을 고했다.

우린 친구사이였지만 나랑 결혼하고싶어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정말 이제와서 마음따뜻한 남편이 그립다.

타이타닉볼 때도 눈물한방울 안흘리고

애기를 배째서 낳았더니 (애기머리가 커서)

수술한건 애낳은 것도 아니라고 했던 인간

시어머니랑 똑같이 독하고

마음이 차갑다.

무섭다. 둘다 무섭다. 자기들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무섭다.

이제 주말도 너무 싫다

남편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게 너무 싫다.

혹시 저같은 감정 느껴보신 분 있으세요?

만일 마음이 따뜻하고 자상한데

돈못벌어서 내가 벌어서 생활한다면

남편의 마음이 따뜻하단 이유만으로

내가 행복했을까

내몸이 힘들고 고되도 그런남편이라면

자상하고 날 이해해주고 날 도와주려는

남편만났으면 행복했을까...

 

 

사실 시누나 시부모보다 저 나이먹도록

서른중반되도록 자기목소리 못내고

누나나 엄마눈치나 살피는

저인간이 제일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