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써 ,속아써, 혹은 ‘주거써’>
1. 주거써~
구정때였습니다. 구정 전날 언제나처럼 친정가서 음식 해오겠습니다, 고하기전에 시집에 들렀지요. 보내긴 보내는데 서운하고 썩 마땅한 기분은 아닌 시아버님 또 ‘밤’ 얘기를 하십니다. 차례상에 올릴 밤까야지...이럼서 말꼬리를 흐리시데예. 긍까 ‘아들내미야, 차례상에 올릴 밤까야지, 마눌한테 이끌려서 명절 전날 처가에 간단 말이더냐...’ 대충 이런 심정으로 ‘밤’ 얘기를 하신거지요.
저 밤까는거 시아버지한테 미뤄놓고 남편 델꾸 놀러갑니까. 시집식구도 먹을 갈비찜 맡아서 차에 싣고 일하러 갑니다. 명절 전야제도 하지만 명절 당일날은 꼼짝마라로 며늘 노릇합니다. 뭘 더 어쩌라시는지요.
‘아버님, 언니(시누)보고 좀 까라고 하면 안될까요? 이래 말씀드리고 나왔습니다.
아놔, 근데 남편이 뿌~한 얼굴로 운전을 하데예. 그냥 모른척 할걸 지 아버지라면 설설기는 남편 못마땅해 한마디 했습니다.
‘당신 왜 표정이 그래? 뭐 못마땅해?’
‘아냐’
‘뭐가 아냐. 얼굴에 쓰여있는데’
‘그냥 아버지 걱정되서’
엥? ‘뭐가 걱정이 되?’
‘그냥 아버지 혼자 밤까느라 힘드시잖아’
어이구 효자 났다. 아놔 어머님은 국이랑 적이랑 도토리묵쑤고 나는 갈비찜이니 뭐니 일하는데 한라산 종주 하실정도로 정정한 아버님 밤까는거 힘들까봐 얼굴이 부었냐? 그리고 시누이는 뭐하고?
나 참..그래 몇마디 뭐라 불라 불라 했슴다. 나는 뭐 놀다왔냐고. 명절에 며늘이 더 힘들다 어쩐다. 아 그랬더니 이 남자
‘당신이 뭘 그렇게 힘든게 있어. 뭘 그렇게 했다고’
뭐시라아아아????!!
넌 주거써. 내가 한게 없어?
몇일전부터 니는 돈번답시고 회사가있는동안 이리뛰고 저리뛰었건만 한게 없어?
이집 저집 선물 보낼꺼 제주도에 어디에 전화 걸어 택배 주문하고 너 잠든 사이에 새벽 한시에 도착한 택배 받아 냉동고에 정리해 넣고, 시부모님 드릴 선물 사러 노량진 수산시장 가서 생선사서 잘 싸놔주세요, 여기저기 보낼 배 다섯 상자가 수위실에 도착해있어 카트 갖고 내려갔지만 그거 다섯상자 다 낑낑거리며 실어서 집 현관으로 날라놓고, 사당동 가서 갈비에 적거리, 국거리 고기 합해서 13키로를 또 카트에 실어서 낑낑거리며 끌고오고, 그 카트 밀고 조카들 설빔 사러 동네 상설할인매장에 갔다가 아파트까지 끌고 오고, 구정 끝나고 다음날 해외출장 가는데 6박7일짜리에 맞춤한 여행가방이 없어 가리봉동 아울렛 거리에 가서 니 깔끔하게 입힐겸 설빔이랑 여행가방 사서 또 택시에 실어서는 어머님이 저번에 니가 사온(황태전문 식당에서 양념해서 파는거) 황태가 맛있다 하시길래 오는길에 식당 들러 그거챙겨 갖고 왔고..이게 요 몇일 학교에서 오는길에 다 처리한일이다..그리고 아침에 갈비 10키로 주무르는거 못봤냐? 핏물 빼고 건져서 큰 들통에 나눠서 한번 삶아내서 기름 손질해서 실고 가는중인데 눈으로 뭐 봤니. 나 놀러 안가고 일하러 친정 간다..나 나름대로 발바닥에 땀났었다. 시어머님 일하시니까 내가 한다고 자청해서 했다만 어쨌든 운전해주는 니도 없이 내가 주로 밤에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구.
이래 조목조목 말했냐구요? 아녀.
증말 열이 확 받는데 조목조목이 안되더군요. 대충 생각나는대로 말해가면서 증말 억울하다고 생각했던거, 시집식구와의 관계에서, 구조적 문제라 이해하면서도 부당하고 자괴감들었던거 다 한꺼번에 밀려들었고 단전에서부터 나오는 소리로 고래 고래 질렀습니다. 차안에서. 증말 내가 생각해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너무나 힘을 들여 소리를 질러서 아침 먹은게 다 쑥 내려갈정도로요.
남편, 헐..그날따라 안지더군요. 지기는커녕 남편 그날 나만큼이나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더군요. 첨 봤습니다. 저도 그런거.
아무튼 급기야 시집에서 저희 아파트로 오는 3분동안 차 유리창이 흔들릴정도로 서로 소리지르고 급기야 남편이 명절이고 뭐고 다 관두자면서 차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턱 주차시키더군요.
그리고 시동도 안끄고 키 꽃아놓고 저만 휙 내려서 집으로 올라가버리데예. 저만 차에 꼴랑 남았지요. 아놔, 확 승질 같아선 나도 집으로 올라가서 누워버리고 싶은데 말이 됩니까. 맡은 임무가 있는데. 그리고 친정에서 오기 기다리는데...헐..잠깐 있다가 진정하고 일단 집으로 올라가서 싸움을 더하던 대화로 잘 풀고 내려오던(아무래도 후자쪽으로 기울었지만)할라고 키를 뽑을라카는데.
저 운전 못합니다. 오디오 빼놓고 기계랑 엄청 안친합니다. 핸드폰 문자 보내는것도 너무 어려워 몇 번 해보고 안하고, 더군다나 자동차요? 헐. 키를 돌려볼래도 이러다가 잘못되는거 아닌가 겁이 덜컥 나고 또 키는 왜 그리 안빠지는지 어느쪽으로 돌려야 시동이 꺼지는지를 알아야 돌려보지요. 아놔 키를 좀 만지작 거리다가 포기하고 남편 불르러 가야겠다 싶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데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판이 5.4.3.2.1. B1..땡~하고 열리는데 남편이데예. 우찌나 반갑던지. 근데 차마 반가운척은 못하고 뻘쭘하게 한마디 했슴다.
‘키를 못빼겠어. 저렇게 놓고 가면 어떻게..’
아놔 좀 쪽팔려서 비굴모드 웃음이 나올꺼 같았슴다.
근데 남편이 기가막힌지 그냥 먼저 웃어버리데예. ㅋ
그래 둘이 또 다정하게 손잡고 친정 갔습니다. 헐..
성격이 제가 또 길게 끄는 스타일은 아닌지라 헬렐레 시시닥거리면서요. 불과 몇분전에 미친여자처럼 고래 고래 소리지르고는. 누가 봤으면 또라이 부분줄 알았을지도.
(남자들이 여자들보고 당신이 한게 뭐있어? 이거 제가 당해보니 아킬레스건입디다. 왜 한게 뭐있냐 소리를 하는지 그 배경을 알면서도 당해보니 조목조목이고 대화고 뭐고 안되더이다)
2. 미쳐써 미쳐써.........속아써.....
‘아놔, 핸드폰 갖고 온나’
그냥 목소리 깔고 딱 한마디 하니까 남편 얌전하게 핸드폰 대령하더군요. 그래 망치로 탕탕 몇 번 내려쳐 부숴 던져 놓고는
‘언능 가서 자. 낼 얘기하고 ’
뭔 시츄에이션이냐구요? 남편 첫 회식에서 새벽 1시넘어 들어온거 까지는 좋은데 연락 두절이었슴다. 제가 유별나다 싶다구요. 헐..
울 남편 애주가까정은 좋습니다. 저도 폭주는 안해도 즐기는 편이라 이해 합니다. 문제는 울 남편 술버릇이 ‘자해형’ 이라는데 문제가 있습지요. 울 남편 술버릇 증말 좋습니다. 방긋 방긋 웃다가 잡니다. 근데 그냥 아무데서나 잔답니다. 한번은 총각때 시아버님이 파출소 가서 델꾸오구요, 한번은 술집에서 그냥 잠들어서 두 노인네분이 아들 찾으러 가서는 종업원한테 있는돈 다 털어주고 차에다 실어달라 했답니다. 180이 넘는키에 몸무게가 90이 육박하는데 두 노인네 힘으로 어림없지요. 세상 모르고 또 자는 스타일인데. 결정적인건 헐..결혼하기 1년전에 남편이 술 먹고 2층 높이에서 떨어져서 뇌를 다쳐서 3일간 혼수상태였다가 깨어난 인간입니다. 졸다가 떨어졌답니다. 컹~
그날 시누이가 먼저 전화받고는 언능 우황청심환 들고 뛰어 어머님 우황청심환 잡숫게하고 소식 전했답니다. 불효자식이지요. 그 불효자식 제가 떠맡았는데 누가 단도리 합니까. 제가 해야지여.
언제 어디 길거리에서 뻗을지 모르는데 친구찾기는 되야지 대충 뻗어있는 근처는 알고 뒤져도 뒤지지싶어 핸드폰 작정하고 부순 시츄에이션입니다. 제가 구형 핸드폰은 친구찾기가 안되는 줄 알았거든요. 근데 핸드폰 기종이랑 상관이 없더군요. 헐. 돈만 날렸지요. 컹~
아무튼 이래 걱정 되는 남편, 술 먹고 또 한번 저 기함하게 만든 사연.
남편 백수때였슴다. 어디 이력서 넣는데 떨어지고 딴데 넣고 기다릴때 였는데 남편처럼 금방 취직 안된 후배가 인생고민 들어달라고 술먹자 한다더군요. 집근처까지 와서라도 꼭 보겠다했답니다.
마눌은 간호사여서 당장 먹고는 사는데 고민이 왜 안되겠어여. 그래 남편도 스트레스 풀으라고 돈 십만원 지갑에 넣어주면서 후배니까 당신이 1,2차 다 사줘라. 같은 처진데. 글고 인생 상담해줘야 되니까 당신은 술좀 천천히 먹으면서 후배좀 도닥여주고.
(남편 정말 다 느려터진 사람인데 밥이랑 술만 빨리 먹슴다)
당신이 먼저 취하지 말고 응? 이래 기분좋게 일러주면서 내보냈지요.
밤 11쯤 됬는데 띠리릭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첨 들어보는 남자 목소리. 남편이랑 술 먹는다던 후배였슴다. 아놔, 근데 이놈아가 형수 상대로 술꼬장을 피는겁니다.
‘형수님, **형 후밴데요. 안녕하세여. 제가 속상해서 술 한잔 먹었거든여? 와이프가 간호산데여~’ 우짜고 저짜고 난리가 났슴다.
‘네. 네. 그래요? 네..네..아, 네.. 근데 우리 남편은 뭐해요? 옆에 있어요?’
‘**이 형이요? 저도 몰라요’
허거덩~ 이게 뭔 시츄에이션? 어디간겨 이 남자?
‘진짜 옆에 없어요? 네? 둘이 헤어졌어요? 근데 우리집 전화번호 원래 알고 있었어요? 아님 남편 핸드폰 두고 사라졌어요?’
‘언니~ 그건 나도 모르구여..$%%%%%^&&’
어언니? 미치고 팔딱 뛰겠네. 이놈 시키 내가 뭘로 보이는겨 지금? 언니 같은 소리 한다. 아놔 글고 이 인간은 어디간겨 대체.
‘남편 옆에 있으면 바꿔줘바요. 네? 남편 옆에 있어요?’
‘몰라요. 안가르쳐줄래여..’
이런 대화같지 않은 대화가 1시간동안 그놈아가 전화를 서너번 해대면서 이어졌고 나중에는 혼내키다 달래다 해서 결국 집근처 어디 술집에 있고 남편이 어디 있는지도 알아냈습니다.
택시 타고 이빨 뽀드득 갈면서 뛰었슴다. 가보니 그 후배란넘은 술 께작거리고 있고 남편은 맞은 편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데예. 후배가 몇 번씩 전화 걸어서 술꼬장 있는대로 부리는것도 모르구여.
‘여봇!’ 언성 높이면서 팔뚝을 잡고 세게 흔들었더니
‘어..?’ 이럼서 그제서야 깨더군요.
그 와중에도 그래도 나 이제 죽어따 생각은 들었는지 집에 안가겠다고 뻐딩기는 후배넘을 택시에 밀어넣으며 하는 멘트.
‘니가 얼릉 가는게 날 살리는 길이다’
어쭈구리? 정신이 아주 없는것도 아니구마잉? 넌 낼 주거써~
집에와서 ‘언능 안방에가서 자!’ 빽 한마디 하고 저는 거실에서 잤습니다. 술먹은 데다가 지롤해봐야 내 입만 아픈거고 아침에 보자 벼르면서 잠든거지요.
근데 얼마를 잤을까. 제가 잠귀가 무척 밝슴다.
남편이 안방문 벌컥 열고 나오는 소리에 깼습니다. 화장실 가나..이럼서 그냥 더 자야지 이라는데 갑자기 어디서 쏴~ 하는 물소리가 들리데예. 엥? 고개를 돌려 쳐다보는데.......헐..헐...헐..........
세상에...세상에.......
남편이 식탁 의자를 턱~ 잡아끌어 빼놓고는 거기다가 오줌을 씨원하게~ 싸고 있는겁니다...
오줌이 폭포수처럼 식탁 의자 다리를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는걸 보면서 처음엔 아무말도 안나왔고 이내 정말 원초적 공포심이 밀려들더군요..속아따...내가 저 남자한테 속아서 결혼한거야..울 시부모님이 나한테 저런 남자 떠넘긴게야...
울 친정 아버지 애주가에 요 몇 년 알콜 의존증으로 병원 들랑거렸지만 저런 모습은 내 평생에 처음 보는검다. 가끔 냉장고 문열고 불이 환하니까 목욕탕인줄 알고 오줌 싼 남자가 있더라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식탁 의자에다가 것도 식탁 의자를 잡아 빼구요?
미치지 않은다음에야 어떻게 식탁의자가 변기로 보이는거란 말임까.
맥주를 얼마나 먹었는지 오줌발은 그칠줄을 모르고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 소리를 빽 질렀슴다
“여보!! 당신 지금 뭐하는거야? 미쳐써?!!”
남편 깜딱 놀라 움찔 하더니 정신이 들었는지 ‘엉?’
그라더니 오줌발을 끊고 목욕탕으로 허부작 거리고 가서는 마저 오줌을 누더군여. 헐....지도 놀래긴 놀랫나부지. 오줌발이 딱 멈춰지게 그정신에. 아놔, 또 오줌 싸다가 오줌 딱 끊는 ‘신공’을 보여준 남편이 한편으론 어처구니가 없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올라캤지만 어딜.
‘걸레 갖다가 당신이 다 닦엇!!!’ 또 뺵 소리를 질렀지요.
남편 걸레 갖고 와서는 털푸덕 퍼질러 앉아 눈도 반만 뜨고 띵띵 부은 얼굴에 머리는 까치집을 짓고 앉아서 오줌 싼걸 닦는걸 보자니 가관이더군요...헐. 대충 닦고 들어가길래 마저 마무리 하고 이를 뽀득 뽀득 갈면서 아침에 보자, 넌 주거써..
담날 아침 전의를 불태우며 안방으로 보무도 당당하게 쳐들어갔는데 남편이 제 발소리에 이불속으로 쏙 허겁지겁 들어가더군여.
헐헐..내가 웃고 말아야지. 그리고 어제 ‘오줌발끊기 신공’을 펼치던 모습이 떠올라 쫌 웃기기도 하고.
그래 ‘여보 미안해..죽을 죄를 졌어’ 납작 엎드리길래 등짝 한대 후려 갈기고 용서해줬슴다.
그래 니는 착한놈 해라, 나는 지롤녀 할테니까. 싸움이 아니라 내 지롤이져 그져? 헐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