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다른 사람끼리 만나서 한집에서 같이 사는데 어찌 싸움이
없을수가 있냐, 그리고 사람을 사랑한다는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거다...이런 구비전승 조언(?)이 있지요.
네, 지당한 말인데, 염두에 두고 일상 생활에서 실천 하겠다 해도 참 신혼초에는 그놈의 실천이 잘 안되더군요. 더군다나 저번 글에도 어느정도 밝혔지만 남편과 제가 어찌나 다른지. 또 연애하기 전에 미쳐 발견(?)하지 못했던 버릇, 습관, 행동으로 어찌나 깜딱 깜딱 놀라게 되던지. 신혼초에는 별게 다 싸움의 주제더군요.
<이해가 안가요 이해가-투닥투닥>
‘허걱!’ ‘엥?!’
두 번째로 아파트 키(플라스틱으로된거)를 부러뜨렸슴다.
원래 제가 칠렐레 팔렐레 덜렁이고 칠칠 맞슴다. 남편이 2년동안
무탈하게 잘 쓴 아파트 키를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문 열다가 두 번이나 뿌러뜨린거지요. 처음에 뿌러트렸을땐 남편이 그냥 와하하 웃으면서 본드로 붙여줬는데 다른걸 또 한번 뿌러트리니까 민망하데여. 그래 제가 그랬슴다.
‘여보, 아파트 키 있잖아. 그게 말야. 오늘 지가 막 자해를 하드라 ?
글쎄 내가 그냥 꽃기만 했는데도 뚝 뿌러지드라구.....‘
‘엥? 또 부러뜨렸어? 암튼 우리 마누라는 너무 힘이 쎄요. 그걸 그냥 살살 꽃으면 되는데 어떻게 해야 그게 부러지는거야. 이해가 안가요 이해가’
이 ‘이해가 안가요 이해가,,,’ 신혼초에 한동안 서로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여보, 거기서 먹지 말고 바닥에서 먹어. 부스러기 다 떨어지잖아’
허걱. 아놔, 이 남자 자기 몸은 대따 안씻을라고 하면서 또 엄청 깔끔한척 하네.
‘여기서 먹으면 어때. 부스러기 다 먹고 치우면 되지. 아놔, 잔소리는’
‘잔소리가 아니라 나중에 치울라면 귀찬잖아.’
아 이럼서 눈살을 막 째푸리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손바닥으로 주워 담는데 무안당하는 것 같고 꼴비기 싫어서
‘하이고, 집 엄청 아끼고 쓸고 닦고 한다. 마눌을 그렇게 아껴봐라’
내가 뱉은 말이지만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싶지만 아무튼 서로 다른점을 확인 하는 가운데 별걸 다 가지고 투닥투닥거리면서
‘이해가 안가요 이해가’ 소리를 하게되더군요.
근데 이해가 안가요 이해가는 그냥 투닥투닥 수준이지요. 정말 1년만 같이 살면 쑥 들어가는 소리구요. 이정도로만 싸우면 좋게요?^^
<타인의 취향, 타인의 버릇>
1. 그래 차라리 따로 따로 보자.
연애할때는 디브디방에서 둘이 잘만 합의해서 영화를 봤습니다.
근데 이 남자, 알고보니 연애 기간이라고 제 취향에 맞춰준겁니다.
결혼 하고 보니 취향이 느무 느무 틀리데요. 그리고 서로 맞춰 줄수가 없는 정도입니다.
영웅본색, 첩혈쌍웅, (이딴거는 저도 다 봤습니다. 다만 7번씩 볼게 뭐 있는지 당췌) 주성치 나오는 슬랩스틱 코미디, 그냥 무조건 깨고 부수는거, 웃통 벗고 맨몸으로 치고 받는거(옹박 이딴거), 이상한 괴물 나오는 만화같은 영화(헬보이 이딴거)....남편의 취향입니다. 우째 그리 달른지.
폭력성은커녕 맨날 마눌한테 당하고(?)사는 순딩이가 우찌나 영화 고를때마다 ‘바이올런스(폭력)가 부족해, 딴거 보자 재미엄써’이라는지. 가끔 왕짜증입니다.
첩혈쌍웅 같은거는 7번째 본다면서도 멋쪄, 멋쪄~ 죽을라합니다. 아주 티브에 빠져서 마눌이 옆에서 ‘속아써..내가 속은거야’ 이런 심정으로
쳐다보는것도 모릅니다. 주말에 주로 영화 한편씩 때리는게 주말의 낙인데 바디오가게 들어가서 처음에는 둘이 합의가 안되서 어찌나 오래 골르다가 나오게 되는지 한번은 비디오가게에서 주인 아줌마 보는 앞에서 투닥투닥 하다가 그냥 보지 말자고 나왔슴다. ㅋ..
그날 그 아줌마 얼마나 황당하셨을까요 헐헐.
지금은요? 그냥 적당한 타협이 가능한 영화는 같이 보고 도저히 타협 불가능한경우에는 따로 봅니다. 티브도 때로는 따로 봅니다.
부부라고 꼭 같이 할라고 들면 싸움이 되는 수도 있다는걸 알게됐지요.
2. 그래, 니가 내새끼다. 내새끼 마이 묵으라.
신혼초 배고프면 샐러드 먼저 먹고 있으라 해놓고 주방에서 분주하게 이것저것 챙겨 담고, 국푸고 밥푸고 하다가 왔는데,
허거덩~ 남편이 샐러드를 항개도 안남기고 홀랑 다 먹어치웠데여.
음..참 먹는거 가지고 뭐라 할 수도 없고 그냥 지나쳤슴다.
몇 번을 그냥 지나쳤슴다. 아놔, 근데 딴건 다 배려심이 많고 나한테 져주고 양보하는 잉간인데 먹을거 앞에서는 완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수준임다. 마눌이 옆에서 뭘 제대로 먹는지 어떤지 신경도, 관심도 없슴다. 원래 먹성이 좋은 남편인지라 젓갈로 뭘 몇 번 집어들면 접시 바닥이 비는 정도이긴 합니다만 이건 먹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밥상머리 교육의 문제이며 버릇이 잘못 들은거고 사회성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어느날 드디어 저 폭발했습니다. 남편 좋아하는 음식으로 쫙~ 깔아줬더니 지 입으로 *넣느라고 정신이 없고 정말 나홀로 왕메뚜기처럼 저 혼자 다 먹어치우더군요. 그래 제가 정말 치사하고 민망한 얘기지만 말을 꺼냈습니다.
‘여보. 진짜 어쩜 나는 생각도 안하고 당신만 다 먹냐’
‘어? 엉..당신도 먹어. 나는 당신이 다 먹은줄 알았지. 밥이 남았네?’
미친다 미쳐.
‘아놔, 당신 아버님 어째 밥상머리 교육을 안시키셨어? 원래 가정교육은 밥상머리 교육에서 시작되는거 아냐? 정말 당신 바깥에 나가서 회식자리같은데서 이럴까봐 걱정된다. 사회생활에 지장 있겠다.’
남편 삐지더군요. 민망하겠지요 지도. 작정하고 씨게 말했는데.
‘바깥에선 안그래!’
‘뭐가 안그래. 집에서 하던 버릇이 바깥에 나간다고 바로 안나오니? ’
‘그럼 그냥 안주랑 밥도 안먹고 술만 먹으면 되지!’
얼라리여. 대항하는 수준하고는.
그날 남편 삐졌는지 밥돌이가 밥을 다 남기데예. 남기거나 말거나.
지금은요? 걍..남편도 가끔 주위를 둘러보면서 딴에는 노력하는데 오랜 버릇이고 워낙 식성 아니 식탐이 있어놔서 자기 좋아하는거 앞에서 잠깐 정신이 나가는 수준이니 그냥 놔둡니다. 반찬의 양을 많이 하지요. 컹~
저 좋아하는 국수 많이 준다고 줬는데 후닥 먹고 그릇에 남은 국수 가락 쪼가리 한가닥까지 젓가락으로 낚시하면서 입맛 다시고 내 국수까정 힐긋 거리면 제가 그럼다.
‘당신이 내새끼고 내가 가난한 집 엄마여서 더 멕이지 못하는거면 내 가슴이 미어졌을끼다, 진짜. 어이구, 아놔 내 새끼 마이 묵으라. 자 한 젓갈 덜어주께’
흘. 흘. 흘.(다른거는 남편이 양보하는 편이니까 봐주는거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