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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잘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BY 해오름 2006-08-25

두 아이가 있는 남편과 재혼한지 3년째입니다.

첫째는 딸인데 고1이고, 둘째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입니다.

저는 아이가 없습니다.

  남편의 수입중에서 절반이 융자를 갚느라 들어가는통에(전처가 융자를 낸 다음에 이혼을 했는데 남편이 갚고 있더군요) 제가 돈을 벌어서 지금까지 생활비로 썼습니다.

남편의 수입은 보험과 큰아이의 학비로 모두 나갔죠.

말이 생활비지 자동차유지비에 아이들 병원비, 각종 공과금도 모두 들어가니 아무리 아껴쓰도 월 200만원이 들어가더군요.

그래도 남편이 성실한 사람이라 3년만 빚을 갚으면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일하고 집안일 하면서 살았습니다.

아들은 제가 직접 가르치며 학원에는 보내지 못했지요.

그래도 하위 성적이 중간으로 올라가긴 하더군요.

 

빚을 모두 갚은 지 한달이 지난 6월에 일어난 일입니다.

아들이 제 생모에게로 훌쩍 가버렸습니다.

온다 간다 말도 없이 가서 전화 한 통화로 통보를 하더군요.

'이제 여기서 살 거예요'

생모는 지금 유흥업소에 다닙니다.

그래서 아들은 지금 생모와 함께 살지 않고, 외삼촌(생모의 오빠)집에 있답니다.

생모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들은 꼭 거기에서 살겠답니다.

 

제 딴에는 신경을 쓰면서 키웠는데, 아들에게는 생모만큼 좋은 엄마는 없는 것 같습니다.

별수없이 남편이 생모를 만나 사정했습니다.

'아이 소원인데 좀 들어주면 안되겠느냐?'고 말했답니다.

그랬더니 조건이 있대요.

그 조건이 참 황당합니다.

'그년과(생모는 저를 항상 그년이라고 부른답니다) 이혼하면 애를 키워줄 수 있다'

남편이 화가 나서 왔습니다.

자기 아이를 '키워준다'고 표현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제게 그년이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서 화가 난다며 언성을 높였답니다.

아들을 만나 얘기를 했습니다.

아들은 꼭 엄마와 살거랍니다.

왜 살거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하네요.

'엄마는 돈을 달라는 대로 잘 주거든요'

그동안 제가 아이의 용돈을 월 3만원으로 한정해서 주었습니다.

저희집 형편에 초등학생이면 그 정도로 괜찮다고 판단했는데, 아들은 모자랐던 모양입니다.

생모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하루에 5천원씩 주었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습니다.

 

아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며 남편이 친권변경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정에서 생모는 아들을 절대 키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아들은 그곳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해결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제가 생모를 만났습니다.

 

'그냥 아이 소원을 한번만 들어주면 좋겠다. 무조건 키워라'

생모는 펄펄 뜁니다.

제게 '미친년'소리까지 하면서 제가 아이를 키우지 않으려한다고 난리를 칩니다

저는 키우려고 하는데 아이가 싫다니 어쩝니까?

아이 생모는 '용돈을 넉넉하게 줘봐라'고 하지만, 그렇게는 제가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저희집 형편이 아이의 씀씀이만 늘려놓을수는 없잖아요.

아이 누나는 고등학생임에도 월 4만원을 받아갑니다.

누나에 비하면 많은 건데 뭘 더 줍니까?

 

결국 딸이 생모를 만나게 하였습니다.

딸이 쐐기를 박는 것이 낫겠다 싶었거든요.

딸이 어떻게 얘기를 했는지 몰라도 '키운다'고 했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싸해집니다.

 

차라리 한달에 15만원의 용돈을 주면서라도 내가 키울 걸 그랬나 후회도 됩니다.

도대체 제가 잘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남편과 딸은 절 위로하느라고 '그 정도 했으면 잘한거다. 그놈이 싸가지가 없고 은혜도 모르는 놈이다'라고 하는데 저는 힘듭니다.

꿈에 항상 아들이 보입니다.

제게 막 따지고 덤벼드는 꿈을 항상 꿉니다.

어제도 아들을 만났습니다.

아들은 그곳에 사는 또 한가지의 장점을 발견한 듯 했습니다.

하루종일 게임을 해도, 텔레비젼만 봐도 아무도 터치하지 않아서 자유롭다고 하더군요.

그 생활이 너무 좋답니다.

집에서 살면 어느 정도는 저희 가족들이 통제를 했거든요.

그래서인지 무조건 그곳에서 살겠답니다.

 

그런 아들을 두고 그냥 집으로 왔습니다.

제가 엄마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듭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입맛도 없습니다.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