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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내버려둬


BY 홍홍홍 2006-10-03

아...아는 사람들에게 말하려니 죽어도 말 못하겠고, 털어놓고 싶어 답답해 이곳에 끄적입니다.

 

몇년간 시댁서 같이 살다가 분가한 지 언 일년이 되갑니다.

처음 시집갈때는 집에 일하는 아줌마도 있었는데, 이 년 지나니까 아줌마는 오질 않더군요.

그래도 분가할때까지 백여평에 달하는 집안일과 부엌일은 저와 형님차지였지요.

울 어머니는 너무나 바쁜 분이셔서(뭐 그렇다고 직장이 있는분은 아님) 아침에 나갔다 밤늦게 들어오시지요.

저 시집오면서부터 부엌엔 얼씬도 안하십니다.

쥐꼬리만한 봉급받는 울 신랑.  분가는 꿈도 못꾸고 있었는데, 제게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 분가하겠다고 선언하더니, 몇달만에 저희는  결혼한지 육여년 만에 분가를 하게 되었지요

전 마냥 신나기만 했지 그게 참 힘든 일인지 몰랐어요.

분가하기 전에 들어놓았던 보험들만 50만원에 달했으니, 보험빼고나면 다섯식구가 100만원으로 생활해야 하니, 아파트 관리비,가스비,전화비,핸드폰비,병원비,경조사비,이자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건 40여만원.

외식은 한달에 절대 5만원을 안넘기고(저번달엔 28000원 나옴) 40만원으로 한달 식재료비를 하려니 고기는 사서 (우리 신랑은 넘 곱게 자라서 돼지고기는 제주도 흑돼지 베이컨과 한우 특 ++등급만 먹어요) 신랑만 두 세번 먹을 양으로 잘라 신랑만 주고 남는건 아이들 주고, 전 뱃속에 아기가 자라는데도 냄새만 맡았지요.

우유도 제가 먹으면 아이들 먹을게 모자랄까봐 한 잔 제대로 못먹고 셋째를 낳았습니다.

그런 처지에 뭔 셋째냐고 할지 모르나 생긴아이 어케합니까.

 

어쨋든 그렇게 하루하루 살았는데..

이제 곧 아기 백일입니다.

얼마전 저희 시댁 제사라 갔었는데 제가 카메라를 살려고 한다니까, 셋째 보험들어줄 돈도 없다면서 뭔 카메라를 사냐며 어머니가 한마디 하시더군요.

한 달 전쯤 어머니 사촌동생이 보험하시는데 저희집에 오셔서 셋째 보험을 들라시길래 저희가 형편이 안좋아 죄송하다며 그냥 돌려 보냈는데,  그 분이 저희 어머니께 손자 보험 하나 들어달라 말씀하셨나봐요.그게 글케 싫으셨던지, 얼마전 제사에서 제게 한 달 5만원 보험들어줄 돈도 없으면서 무슨 사진기냐며 핀잔을 주시는데 얼마나 속상하던지..

울 어머니, 한 벌에 백만원 이상하는 옷 입으시는 분입니다.

울 어머니, 밍크가 몇벌이나 있으신 분이구요.

울 어머니, 일년에도 두세번씩 미국다녀오시는 분입니다.

그런분이 세상에, 저희가 나가서 손 한번 안벌리고 사는데 기특하다 못하실망정 저렇게 말씀하심 안되지 않습니까.

이것해달라, 저것해달라 말하는 큰 아주버니한텐 몇백짜리도 선뜻 사주시면서, 정말 뭐하나 해달라 한적 없는데, 왜 우리한텐 그러시는 건지, 정말 속상합니다.

그래서 울 신랑 이번 추석 보너스로 카메라 살거라니까, 그럼 애기 백일은 어케 할꺼냐는데, 목이 턱 메이더군요.

전 그 자리서 바보같이 '그냥,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라고 했습니다.

정말 바보같이럼....

그러면서 제가 대학 졸업안한걸 그자리에서 깍아 내리시는데 제가 참 어머니한테 그런 존재로밖엔 안보였나 봅니다.

같이 사는동안 잘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래도 '네', 저래도 '네' 하며 정말 숨죽이며 살았는데, 그런 모습이 어머니한텐 막대해도 되는 그런 며느리로 찍혔나 봅니다

 

애 셋데리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데,적은 돈으로 생활 꾸리느라 얼마나 속이 타는데, 내 옷 한벌 못사입고, 동생한테 화장품 샘플받아 쓰며 그돈도 아껴가며 얼마나 궁상맞게 살고 있는데...열심히 살려고 얼마나 노력하는데...

어머니..너무하세요.

잔잔한 호수에 돌던지지 말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