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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 주절


BY 새벽녘 2006-10-12

아침에 눈을 뜬다는게 지옥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차라리 이대로 눈을 뜨지 않았으면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죽음을 생각할 만치 심각한 사안이 아니란걸 압니다. 그냥 내가 감당할 수 없으므로 피하고 싶은 생각에 그냥 내 머릿속이 하얗게 고통없이 하앟게 지워졌음 하는 게 제가 지금 이 현실에서 벗어 날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냥 생각없이 사는 것, 지금을 되도록이면 느끼지 못하는 것.

 

애들을 집에 두고 저녁장사한답시고 집을 나오는데 작은 애가 내 다리를 붙들고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제일 견딜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작은 애를 설득하고  설득하고 또 설득하고 ... 언제나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듯 하지만 뒤돌아서 나올라 치면 또 다리 붙들고 소리죽여 웁니다. 이해하는 것 조차도 힘든 아이에게 현실을 얘기하며 이해를 바라는 것 역시 저의 욕심입니다.차라리 펑펑 울기라도 하면 한대 쥐박으며 떼내고 오지만 그 흐느낌이 오히려 나를 죽입니다. 불쌍한 내 새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신록이 푸르던 무덥던 여름, 그 푸른 여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가게에 매달렸습니다. 그래도 그떈 꿈이 있었습니다.  '잘 할거야'  남편을 믿었습니다.  생활력이 유달리 강한 남편 그 남편을 믿고 장사해보겠다던  남편에게 올인하듯 모두 내주었습니다.  그  뜨겁던 여름 용광로도 녹일 듯 이글거리던 더위속에서도  내 가게를 손질하며 우린 어쩌면 평생쓰고도 남을 돈을 벌수 있다는 행복한 꿈을  꾸었습니다.

 

아침저녁에 불어오는 바람은 아 가을, 가을 입니다.

앞산엔 벌써 중턱까지 단풍이 내려왔고 먼 산에 올록볼록 갖가지 색깔을 표현하며 폭폭한 자태를 자랑하며 유혹을 보내는 가을 입니다. 가을산을 유달리 좋아해 작년 같으면 벌써 몇번의 산행을 감행했겠지만 지금은 내 눈앞에 보이는 가을이 내 전부의 가을 입니다.

지금의 가을보다 더 시린 가을을 나는 느낍니다. 어느 것 하나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가을.

가게에 묶여 내가 느낄 수 있는 가을은 현실입니다. 가을이 대수야 내 가게에 손님이 들어야  가을이지.

 

이렇게 겨울이 되겠지요. 나는 계절이 지나고 옴에도 아무런 느낌도 없이 그냥 쓸쓸히 내 나이를 먹을 뿐 내 엄마가 살아온것처럼 현실에서  내 나이가 잊은 채  그 하루하루가 나의 전부인듯 살아가겠지요. 앞도 옆도 살펴볼 겨를없이 아이가 커는지, 우는지, 힘든지 모르고, 애들은 애들대로 나는 나대로.

 

내 희망이되고, 내 자랑이 되고, 내 얼굴이 되는 아이들도 뒤로 한 채 나는 새벽1시가 다 되어가는 이 시간에 애들잠자리도 봐주지 못하고 여기에 있습니다. 5분이 멀다하고 전화 해 대는 딸아이의 전화도 잠잠한것이 지쳐 잠이라도 든 모양입니다. 벌써 시작되어버린 나의 하루는 언제쯤 끝이 날런지.

언제쯤이면 옛날처럼 애들을 품에 끼고 잠들수 있을런지.

당연하던 일상의 일들이 이젠 다시는 꾸지 못할 꿈처럼 왜 이리 낯설게 느껴지는지.

오늘도 로또 한장 사야겠습니다. 비록 당첨하고는 거리가 멀지라도 그 한장으로 애들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비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