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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아지실수 없을까...


BY 딸내미 2006-10-14

엄마와 전화를 했습니다. 내 목소리임을 확인하는 순간 가라앉는 엄마 음성. 이미 예상했기에 최선을  다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쌀값이 어쩌구, 현미값이 어쩌구 주절댑니다. "엄마 경동시장가면 현미값이 얼마야?" 되돌아오는 싸늘한 짧은 대답. 무슨일이 있었는지 나도 모릅니다. 며칠 전부터 전화목소리가 심상치 않아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나한테 화가 난게 있느냐고, 애원하듯 물었지만, 네가 그딴 소리 해대는 게 더 짜증난다는 소리만 들은 후로는 묻지 않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모습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전 엄마에게 많이 의존하고 상의하고 최선을 다합니다. 물론 최선이라는게 이쪽에서의 입장에서 본 최선이겠지만요. 매일매일 전화합니다. 몇년전 어려운 일을 겪으신 후, 가뜩이나 어둡고 가라앉은 편인 엄마 성격이 더욱 심해지셨습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겪는 상황입니다. 이쪽에서 억지로 말을 하지 않으면 침묵만이 계속되는 전화통화. 내가 억지로 밝게 이야기 하는 중간에 딱 끊어버리는 전화. 왜 그러냐고 따지기라도 하면 일주일은 빌어야 합니다. 화내서 미안하다고. 그러는 게 싫어서 하루라도 전화를 안하면 또 일주일은 빌어야 하구요.

엄마...

세상에 맘에 드는게 없는 사람입니다. 생신때 집에서 식사를 차릴까, 나가서 맛있는거 먹을까 다 시큰둥 모른다, 네 맘대로 해라.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를 하면 나중에 '너희들이 부모 생일이라고 뭘 얼마나 했냐'는 말만 듣습니다. 한 번은 너무 화가나서 도대체 엄마가 아는 자식들은 뭘 그렇게 자기들 부모한테 좋은걸 해주냐고 대들었었지요. 그때만하더라도 지금과는 좀 다른 상황이어서 나두 화가나면 엄마한테 싫은 소리 많이 했었거든요.

친정 오빠가 하는 사업이 어려워져서 친정 엄마, 그리고 내가 그 빚을 지금 지고 있습니다. 전, 남편도 모르게 몇 천 만원의 빚을 지고 있어요. 그 당시 의논했던 사람들 모두 관여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리고 그래야 하는게 현명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차마 당장 집밖으로 오빠네가 나앉게 된 것보다도 못본척 하기 힘들었던건, 다 죽어갈것 같은 친정엄마였어요.

그 일 후로 엄마는 정말 사기 그릇보다도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입니다. 조금만 맘을 상하게 하면, 도저히 뒷감당이 되지 않아요. 그리고 아주 작은 일에도 노여워하고 화를 냅니다. 내가 결혼을 해서 직장생활하는것도 엄마 입장에선 화가 나는 일 중 하나예요. 기껏 키워서 공부시켰더니, 딴 집에 들어가서 그 집 좋은 일만 한다구요. 그 말을 들을때마다, 누구집 좋은일 하는게 아니라 내가 사는 거라구, 엄마 딸이 엄마 딸의 살림을 하는거구, 엄마 딸의 집을 키우는 거라고 말하고 싶어도, 그 말 조차 못합니다. 웃음이 나오네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못하고 사는 말도 많군요.

따뜻하게 기운내라는 이야기가 듣고 싶어 글을 올렸어요. 걍 따뜻한 한마디가 듣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