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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괴로움...


BY .... 2006-12-25

남편과 사이가 한참 안좋을 때...

 

아이가 수두에 걸렸습니다. 못난 엄마는 애가 며칠 가렵다고 한 걸..모기물린걸로만 알고..

 

계속 물파스만 바르라고 시켰죠...

 

수두인거 같아서 병원간다고 남편에게 전화하니

 

왠일로 남편이 병원에 자기도 오마...하고 말해서...감동을 먹었는데...

 

진찰 끝나자마자 자기는 술약속 있다고 가더군요..

 

나도 담날 출근해야 해서 저녁 8시에 출발해서 새벽 1시에 친정에 도착하고...

 

죄책감에, 놀란 가슴에...평소 다니던 길도 헤매서..새벽에 겨우겨우 가며..

 

상황이 어떻게 되가고 있다고 남편에게 보고(?)하는 전화를 하니

 

귀찮아 하는 기색 역력하며...얘기하는 중이니 전화 끊으라고 하던 일이...

 

작년입니다.

 

 

조금 아까 크리스마스라고 식구가 같이 나갔는데...

 

무슨 얘기하다가 이 말이 나왔어요...

 

그랬더니 자기가 언제 그랬냐고 하더군요..그러면서 저한테 나쁜 것만 기억하는거라고..

 

 

내 남편은 모릅니다.

 

감기기운 있는 나를 허허벌판에 내려놓고...한겨울에 그냥 갔던거..

 

열이 39도가 되는데 밥 챙겨줄 사람도 없어서...

 

허덕이면서 5살 딸 안고 기진맥진 밥집에 걸어가 맛도 모르고

 

밥알을 어거지로 씹어 넘겼던거..

 

비칠비칠 약국에 걸어가 쓰디쓴 눈물과 약을 함께 삼켰던거...

 

병원에서 보호자도 없이 혼자 다닐 수 있겠냐고 물어봤던거...

 

자기 직장 그만두고 돈 한푼 없을때...

 

7살난 딸을 돈 없으니까 어린이집 몇개월 쉬게 하라고 한거...

 

 

임신중독으로 발에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팅팅 부었어도

 

시댁에 인사가야 한다고...9개월인 나를 차로 3시간 거리를 어거지로 끌고 갔던거..

 

애써 가니 오랜만에 왔으니 작은 집에도 같이 가고...공원 산책도 하자고

 

하루종일 끌고 다녔던거...

 

 

집구석에 하루종일 앉아 놀면서도

 

배불뚝이 마누라가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거 빤히 보면서도...

 

손가락 하나 까닥 안하고...

 

쫓아다니며 잔소리만 디립다 해대고...

 

나 입덧 하면서 먹고 싶은거 애기하면 돈 아깝다고 못먹게 하고..

 

애한테 들어가는 비용(옷 구입, 원비, 간식비 등) 아까워한거..

 

그러면서 넌 사회생활하는데 필요하담서 한달에 돈백씩은 꼭꼭 술값으로 썼던거...

 

 

 

 

 

나는 과거를 기억하고 싶지 않습니다.

 

모든걸 잊고 싶은데....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어떤 단서들이 나오면

 

주마등처럼 과거의 괴로웠던 모든 일들이 생각납니다.

 

지금 당하는 고통이 아니고...과거의 쓸데없는 잔재들뿐인데도...

 

나는 억울해서 숨이 컥컥 막히고 분노에 가슴이 멍멍해집니다.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남편보다 빨리 죽기를...

 

내 딸은 기억합니다.

 

아빠가 자신과 엄마에게 얼마나 모진 사람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