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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늙었고, 나는 젋은 여자입니다.


BY 파란얼굴 2007-02-26

나는 26에 결혼을 했다.

나는 지금 36이다.

나는 20대 후반의 시간을 40~50대의 며느리처럼 살았고,

나는 30대 초반의 세월을 50~60대의 며느리처럼 모른척 애를 쓰며 참아 냈다.

남편은 말한다.

어머니는 늙으셨다고...  

그 말 한마디에  나의 고함이 가슴에서 곪았다.

그 말 한마디에 나의 눈물이 병든자의 복수처럼 가슴에서 출렁출렁 썩어 가는 기분였다.

" 어머니는 늙으셨다!  너는 젊지 않은가? "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스스로 자책했다.

그 말 한마디에 나는 스스로  자악했다.

젊은 내가  어찌하여 늙은이를 상대로 씨름을 하나?  싶을 땐 너무 힘 들었다.

그러나!

오늘 나는 혼자 심심해서 찍어 본 내얼굴 사진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늘진 이마,  움푹 패인 눈...  상심한 입,  피곤에 지친 콧등...

나의 일상처럼 힘없이 늘어진 피부......

나도 늙었다.

어느덧 40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오늘도 나는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늙으신 당신이 하고파서 하는  말을 실컷 들어 주어야 했다.

억지......

게다가 남편은  늙으신(65세)어머님을 생각해서 고향으로 가자고 한다.

늙으신 어머니는 이미 십년전부터 늙으신 어머니다.

55세에도 늙으신 어머니...지금도 늙으신 어머니...

사람들은 말한다.   " 그렇게 힘들다면서 고향에 가는 것을 보면...견딜만 한가 보다.   "

나는 아니라는 말도 하기 싫다.

남편은 말한다.     이렇게 늙으신 어머님을 모른채 사는 것은 사는게 아니라고...

 포기 하고 싶었다.     결혼생활...

그러나,  누군가 하던 생각을 나도 한다.     ' 젠장...애들때문에......'

그래서,  살아 가기로 했다.

잘 살려는 맘은 없다.

남편은 내가  늘, 자신의 곁에서 원하는 바대로 잘 도와주리라 믿나보다.

흠...  아니다.     나는 지금 더 잃을 것도 없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유일한 위안 이다.

남편이 내게 잘하겠다느니,  나만 생각 하겠다는니...하는 따위의 말은 믿지도 않는다.

그저 더 잃을 것이 없기에,  그의 뜻을 받아들이는 거 같다.

내가 생각하는 생활은 애초에 받아들일 준비도 안 된 남편에게...

뭘? 요구 한다는 자체가  비굴해서 싫다.

아뭏튼,  내가 나를 스스로 밝게 해야 한다는 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친정식구들과도 정을 떼고 있다.   무섭게...못되게...

혹? 잘 못된 선택을 한다해도,  친정식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못됐다고 하길 바란다.   

누가 잘했느니...못했느니...지저분하게 끝내는 거 싫다.    

이 나라 결혼은 그래서 문제다.   부부의 문제는 곧 양가의 전쟁이다.

난 혼자 싸우고, 혼자 끝내고 싶다.   친정식구들이 우는 건 정말 싫다.

그저...  내가 더럽게 못되서 끝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더러운 말로 상처 받게 하기 싫다.

 

그렇다...   나는 지금 심각하게 우울하다.

이런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는 남편은 바보일까?  내가 연기를 잘 하는 걸까?

고향살이 생각으로, 결혼생활 중에 가장 최고의 희망 찬 얼굴로 살고 있다.

재밌기까지 하다.

 

오늘도 나는 시댁에 갔었다.

늙으신 어머님은  우리가 가서 살게 될 집을 몇번을 가보셨나보다.

아는 사람마다 붙잡고  얘기를 한다.

들어가려고 해도  못 들어가게 지어졌다고...불만에 가득 찬 목소리로...

사람도 없는 집에 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건지......

사람(남편,나,애들)이 살게 되면 얼마나 자주 올 지 뻔 하다.

아이들은 매일 놀러와야 한다고 한다.

당신의 만족을 위해서,  젊은 나의 일상은 흩어지든지 말든지?

시도때도 없이 올것이고...   언제나처럼 남편대신 의처증증상도 보일테고...

말한마디도 가시를 박아서 당신 스트레스를 풀테고, 

팍팍 집어 던지는 행동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대단한 아들 빌려준 위대함을 드러내겠지...

철통같은 아파트가 무서울까봐 그런다며 잠도 자려 할테고...

아들과 같이 자고 싶어서 징그럽게 측은한 표정 지을테고...   어떻게 참았을까?  나는......

 

안 봐도 훤한 일상 속으로...불구덩이 속으로 내가 가는 이유는...

포기다.

징그러운 모자의 정에 찬사를 보내려 한다.

 

당신은 정말 늙어 갑니다.  50대에도 가엾게 늙었었고...지금도 늙어서 가엾고...

그러나,  나는,  즐겁던 20대후반~30대의 시간들을 잃었고...

나의  여유로운 정서는 흔적도 없고... 결혼생활의 추억은 차라리 정신병원생활 였읍니다.

이렇게 삭막하게 웃을 수 있게 만드는  힘에  드디어 내가 눌렸읍니다.

축하합니다.

 

얼마나  완벽한 며느리를 다시 만나게 될까요?

여자가 자신을 얼마나 희생해야 당신이라는 남자는(남편) 만족을 할까?

지금 늙으신 당신의 뜻대로 완벽한  아들의 삶을 만드셨으니까...

늙으신 당신이 한 음식만 먹이고, 아들얼굴 수시로 마주하는 완벽한 삶 만드셨으니까...

잘 살테지요?

그러나,  누가?  그 환경에  웃으며 발을 디밀지...  한번쯤 생각해 보았다면...

언제나처럼 변함없는 말(난 늙었지만, 아들은 내가 챙겨야 한다!  너는 그냥 아들하고 결혼 했을 뿐이다) 들을  오늘은 절때 못했을테죠?

 

사람의 천성이 어디 쉽게 변하든가요?

아......귀찮아요.     당신의 생각을 하기 조차......

나는 젊은 여자 입니다.    늙은 당신이 가지고 놀만한 맹추가  아니라...

가끔씩  현명해져서 참을 수 없는 젊은 여자 입니다.

가끔씩  인생을 아무걱정없이 누리며, 즐기며, 쓰며,곱게 화장하며...다른사람 입장 베려할 만큼 여유로운 마음 지니고픈  젊은 여자 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바라는 맹추는  인생을 아무걱정없이 당신 뜻대로 움직여 주길 바라다니...

참 미련한 어머니가 늙은 당신의 전부입니다.

 

나를 욕하셔도  할 수 없읍니다.

저는 더 이상 질려서 파래 질 피도 없는  늙음에 눌린 젊은 여자 이니까요...

누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갖은게 중요 할까요?

누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빼았는게 중요 할까요?

누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포기 하는게 중요 할까요?

누구에게나 시간은 중요하지 않나요?

누구나가  늙어가고, 죽어가고 있는데...

당신은 며느리인가요?  늙으신 어머님인가요?

당신은  아내로 사랑받나요?   욕심이 지나쳐서 젊은아내보다 사랑받는 늙은어머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