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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우정


BY 당신의 친구 2007-03-12

 

신혼초, 어리버리하고 철없던 시절

처음으로 알았던 '아줌마 친구'의 얘기다.

 

대전에서 나름대로 잘 나가던 직장생활을 접고

결혼 후, 남편을따라 서울 한귀퉁이에 자리잡은 나는

모든 것이 낯설고 외롭기만 했다.

 

마트를 오며가며 가끔 마주치던 해맑은 얼굴의 새댁을

우리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던 날...

그때부터 그녀와의 질긴 인연이 시작됐나보다.

그녀는 나보다 두살위였지만

믿을 수 없을만큼 순수한 눈빛때문에 가끔은 나보다 어려보이기도 했다.

 

나름대로 재테크에도 힘쓰고

천성적으로 살림이 맞지 않았지만

열심히...열심히...조신한 주부로 살아가는 것 같았는데...

 

30대 후반.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기반이 잡히고

아이들에게 손이 덜 가고

다시한번 자신에게 몰입하는 시기가 되자

소위 말하는 "바람"이 난 것이다.

 

보통의 외모는 되었으니

골프에 명품에 고급차로 무장하고 나선 그녀는

꽤나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 같다.

"바람'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임을 알았다.

알뜰하고 평범했던 월급쟁이의 아내를

그저 자기만 아는 허영덩어리로 바꿔버리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소비를 하는 그녀가

내겐 놀랍고 신기하기만 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50줄로 접어든 그녀는

내게 전화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친구가 많지 않은 그녀에게

그저 묵묵히 얘기를 들어주는 내가 유일하게 편안한 존재라는 걸 아는데

이젠 내가 한계를 느낀다.

얘기속의 수많은 모순과 부조리, 불평불만,이기심....

슬슬 남자들에게 외면당하기 시작한 그녀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전화기를 붙잡고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때문에

더욱 견디기가 힘들다.

 

재미있는 술자리가 있거나 남자와 연애중일땐 연락두절인 그녀.

뭔가를 하소연 할 '꺼리"가 있을때만 전화를 해대고

'조언'이나 '충고'따윈 필요없이

그저 자기얘기를 들어주기만 원하는 그녀.

두시간을 넘어 세시간으로 이어지는 그녀의 전화를

나는 언제까지 받아줘야 하는 걸까?

 

그녀가 본질적으로 선하고 상식적인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또한, 그녀의 외로움이나 허전함을 이해하기에

나는...오늘도 피곤한 통화를 계속하고 있다.

무료 정신과 의사처럼...